[‘새로운 금융 금맥’ 동남아 금융벨트를 가다 : ②KB국민은행]
-박용진 KB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장, “예금·대출 연 20% 성장하는 기회의 땅”

[프놈펜(캄보디아)=한경비즈니스 정채희 기자 ] 박용진 KB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장은 캄보디아법인의 실적 고공 행진을 이끈 주역이다.

리스크관리부 팀장과 지점장 등을 거치며 ‘리스크 관리’에 정평이 나있던 그는 2016년 법인장 취임 후 현지법인의 부실채권(NPL) 비율을 7.7%에서 2.5%로 2년 새 5.2%포인트 개선했다.

또한 캄보디아 현지에서 온라인 시장의 기회를 보고 핀테크 영업을 추진해 3만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8월 14일 박 법인장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나 현지화 성공 전략에 대해 물었다.
“프놈펜은 와이파이 천국…모바일 가입자 ‘10만 명’목표죠”
(약력) 1993년 KB국민은행 입행. 프로젝트금융부 리스크관리부 전략기획부 등 팀장.
2015년 부개동지점장. 2016년 KB국민은행 캄보디아 법인장(현). /사진=정채희 기자

-캄보디아는 어떤 시장입니까.

“한국인들은 캄보디아를 ‘못 사는 나라’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처음 캄보디아로 발령이 났을 때 오지로 가는 줄 알고 가족들이 무척 걱정했지요. 그런데 프놈펜에 직접 와 보니 오히려 서울보다 국제화돼 있고 안전합니다. 경제 규모도 그렇죠. 캄보디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269달러지만 수도인 프놈펜의 1인당 GDP는 3800달러, 실제 물가를 감안하면 1만 달러가 넘습니다. 따라서 ‘1300달러의 나라’라고 생각하면 안 되죠. 우리가 영업하는 곳은 프놈펜이기 때문에 ‘1만 달러의 나라’에 맞는 비즈니스 전략을 짜야 맞아요.”

-금융 환경은 어떻습니까.


“캄보디아의 전체 금융자산은 337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우리 돈으로는 약 37조원밖에 안 됩니다. 한국 KB국민은행(이하 국민은행)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규모죠. 그런데 외국계 은행이 67%를 차지할 만큼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특히 한국계 금융사는 15개로 가장 많죠. 바로 예대금리차(7%) 때문이에요. 투자한 것에 비해 이익이 많이 나오는 시장인 거죠. 최근 5년간 평균 대출 성장률이 23%입니다. 5년간 평균 예금 성장률은 21%예요. 총자산 순이익률(ROA)은 한국이 보통 0.5%인데 이곳은 상업은행이 1.5%, 소액 대출 회사(MFI)가 2.7% 정도 됩니다. 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약 12%예요. 보통 10%를 넘으면 ‘정말 잘했다’는 평가를 내리거든요. 대출 수익률도 상업은행이 2.7%로 마진이 많이 남습니다. 한국에서 영업하는 은행보다 2~3배 수익률이 높은 셈이죠.”

-위험부담은 없습니까.

“대출이 20%씩 성장하면 부실률도 매우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부실률이 매우 낮아요. 상업은행이 2% 초반 대입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는 통계가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해요. 또 사회 문화적인 요인도 있습니다. 캄보디아는 98%가 불교 신자인데 부모님이 은행 대출을 받고 돌아가시면 모든 가족이 합심해 빚을 갚아요. 그래야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또 서민 위주의 대출로 금액 자체가 적다는 것도 이유일 것입니다.”

-규제 리스크는 없습니까.

“해외 자금의 유입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앙은행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도입된 ‘18% 이자 상한 제도’가 대표적이에요. 현재 대출이자 상한인 24%를 18%까지 내린 겁니다. 이때 규모가 작은 MFI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데, 실제로는 별 영향이 없습니다. 18% 이자 상한에 6%의 수수료를 별도로 받기 때문이죠. 문제는 리엘화 대출입니다. 캄보디아 정부는 2019년까지 대출 잔액의 10%를 현지통화인 리엘화로 맞추라고 하는데 미국 달러가 98% 이상 통용되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겠죠. 앞으로도 중앙은행이 규제를 강화하면서 영업 환경이 지금보다 악화될 것 같습니다.”

-모바일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캄보디아는 통신 유선망이 발달하지 않은 대신 프놈펜 시내 대부분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무선이 발달했습니다. 은행 이용률은 22%에 불과하지만 휴대전화 가입자 수(유심칩 기준)는 1890만 명으로 모바일 침투율이 96%에 달합니다. 또 최근 분위기를 보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국의 카카오택시와 같은 ‘패스앱’, 카카오페이 같은 ‘파이페이’, 송금 애플리케이션(앱)인 ‘윙’이 최근 주목받고 있죠. 이에 힘입어 캄보디아 중앙은행도 핀테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리브 캄보디아’도 그런 분위기에서 출시된 것인가요.

“캄보디아법인의 오프라인 네트워크는 본점 영업부와 지점 5개를 더해 총 6개입니다. 최근 2개 지점을 신규 개설했는데 이 정도면 고객들이 접근할 수 있는 기본 네트워크는 갖춘 것이지요. 하지만 6개 네트워크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법인 고객 수가 총 3000명입니다. 현지법상 대출 시에는 현지 부동산을 담보로 취득해야 하는데 캄보디아 시민권이 없는 이들은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으니 대출 고객 수가 한정적입니다. 그래서 온·오프라인 병행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온라인 금융시장 환경이 갖춰지고 있으니 모바일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지요. 이에 따라 2년 전 한국에서 쓰는 리브를 활용해 ‘리브 캄보디아’ 버전을 만들었습니다.”

-성과는 어떤가요.

“리브 캄보디아 출시 이후 약 2년 만에 가입자 3만5000명을 유치했습니다. 캄보디아를 잘 아는 사람들은 ‘엄청난 실적이라며 어떻게 유치했느냐’고 묻곤 합니다. 9년간 모객한 기존 오프라인 고객 수가 3000명이니까요. 리브 캄보디아 가입자 유치를 위해 정말 많은 임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한 달 400만 거래가 일어나는 핀테크 앱은 로컬 앱인 ‘파이페이’와 리브 캄보디아뿐이죠. 앞으로의 목표는 리브 캄보디아를 통해 예금도 조달하고 실시간으로 신용 대출하는 그림을 그리며 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 페이먼트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목표 가입자 수 10만 명을 모집해 볼 계획입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현지 노동자에게도 인기가 좋다고 들었습니다.

“국민은행은 한국에서 일하는 현지 노동자들의 송금을 통해 한 달에 10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연 1억2000만 달러가 우리 법인을 거쳐 가지요. 올해 2월부터 리브 캄보디아와 현지 온·오프라인 송금 앱인 윙을 연계해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췄습니다. 한국에서 리브 캄보디아로 돈을 보내고 현지 가족들이 윙을 통해 찾는데 수수료가 건당 8달러입니다. 윙에 주는 수수료 3달러까지 더하면 11달러인데, 현지 은행들이 건당 20달러를 받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저렴합니다.”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곳 직원들이 제게 문자를 보냅니다. ‘외국인이 와서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기부도 하고 신경 써줘서 고맙다’고요. 고객의 95%가 캄보디아인이기 때문에 더더욱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뻔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제 목표는 고객이 만족하고 직원이 행복한 좋은 은행을 만드는 것입니다.”

poof34@hankyung.com

[‘새로운 금융 금맥’ 동남아 금융벨트를 가다 : ②KB국민은행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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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법인장 “프놈펜은 와이파이 천국…모바일 가입자 ‘10만 명’목표죠”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9호(2018.09.10 ~ 2018.09.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