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롯데 “강요에 의한 지원일 뿐 청탁 없었다”…7개월 회장 부재에 ‘경영 공백’
항소심 선고 앞둔 신동빈 회장…‘롯데 잔혹사’ 마무리되나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구속 수감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재계 안팎에선 롯데의 ‘억울함’을 지적함과 동시에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박근혜·신동빈 독대’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정권 시절 롯데만큼 미운털이 박혀 사정 기관에 휘둘린 기업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롯데가 ‘박근혜 정권의 최대 피해자’로 지목되는 이유를 되짚어 봤다.

◆‘면세점 피해 기업’에서 뇌물 공여 기업으로

롯데 잔혹사의 서막은 2016년 6월 10일 시작된 경영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였다.

검찰은 당시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7곳, 일부 핵심 임원 자택 등 총 17곳을 압수 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투입된 인원만 320여 명, 3개 부서 20여 명의 검사가 출동했다. 이는 전무후무한 역대 최대 규모의 수사 인력으로 기록됐다. 검찰 수사는 4개월간 이어졌고 이 기간 소환된 롯데 임직원은 500여 명에 달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신 회장의 개혁 작업 중 큰 비중을 차지했던 호텔롯데 상장은 눈앞에서 좌절됐다. 당시 추진 중이던 미국 PVC 업체 액시올 인수 무산은 물론 북남미·유럽 업체 등과 추진 중이던 인수·합병(M&A) 작업도 중단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롯데에 대한 검찰 수사는 시작 전부터 정치적 의도가 있는 ‘기획 수사’란 말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조기 레임덕과 4·13 총선 대패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롯데를 ‘화살받이’로 세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사가 진행된 4개월 동안은 당시 여권의 총선 대패 원인으로 꼽혔던 청와대와 친박계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던 시기였다. ‘정운호 게이트’로 불리는 홍만표 전 검사장의 전관예우 및 탈세 의혹과 진경준 검사장의 뇌물 의혹 등 굵직한 현안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현재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독대 후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기부했다는 이유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당시 롯데를 포함해 삼성·현대차·SK하이닉스·KT 등 53개 기업이 강압에 의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774억원을 출연했지만 이로 인해 총수가 구속된 기업은 롯데가 유일하다.

신 회장은 법정에서 “(독대 전 있었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송구스러운 마음에 2016년 3월 14일 대통령을 만나 사과하고 더 이상의 분쟁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듬해 치러질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진술했다.

반면 검찰은 “독대 자리에서 신 회장이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에 대해 묵시적으로 청탁했고 그 대가로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기부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국내 1위이자 세계 2위 면세점 사업자인 롯데가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을 위해 굳이 70억원을 낼 이유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가 되고 있는 2015년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지난해 7월 11일 발표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면세업 경험이 없고 객관적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업체들이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특혜설과 내정설이 나도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1차 ‘면세점 대전’으로 불린 2015년 7월 심사 때 관세청은 서울 시내 대기업 면세점 2곳으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점을 선정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 관세청이 평가 점수를 매긴 후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해 롯데면세점이 고배를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11월 2차 ‘면세점 대전’에서도 롯데는 관세청의 개입으로 쓴맛을 봤다. 특허 만료 사업장에 대한 심사 결과 롯데월드타워점의 특허를 두산이 가져갔다.

이와 관련해 고용 불안과 면세점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고 면세점 특허 관련 법안의 개정 필요성이 국회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는 결국 같은 해 12월 2일 ‘면세점 제도 개선 TFT’에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고 이듬해인 2016년 1월 기획재정부 신년 업무 계획에 ‘시내 면세점 특허 수 증가 방안’이 포함됐다. 이어 2월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추가 발급 결정이 내려졌다.

◆롯데 “주요 사업 올스톱 상태”
항소심 선고 앞둔 신동빈 회장…‘롯데 잔혹사’ 마무리되나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된 지난 2월 이후 7개월 동안 롯데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은 거의 대부분 멈춰 섰다.

롯데그룹은 올 들어 국내외에서 10여 건, 총 11조원 규모의 M&A를 검토·추진했지만 신 회장의 부재로 인수 프로세스 참여를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했다.

신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롯데가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했다. 하지만 지주사 체제를 완전히 갖추기 위해서는 편입 계열사를 확대하고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를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신 회장은 지난 8월 29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 “롯데가 2016년 3월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요청 받은 것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선수 육성과 관련된 것이었고 요청 받은 재단(K스포츠재단)도 이미 많은 기업이 출연했던 공식 재단이었다”며 “국가 경제와 회사를 위해 다시 한 번 일할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8월 29일 신 회장에게 징역 14년, 벌금 1000억원과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다. 신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은 10월 5일 오후 2시 30분이다.

[롯데그룹 최근 사건일지]
▶2013년 2월 21일 : 국세청, 롯데호텔 세무조사
▶2013년 7월 16일 : 국세청, 롯데쇼핑 세무조사
▶2015년 7월 10일 :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 결과 발표(한화·HDC신라·하나투어 선정). 관세청, 롯데에 불이익 준 것으로 드러나(2017년 7월 11일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2015년 7월 27일 : 롯데 경영권 분쟁 발발
▶2015년 11월 14일 : 롯데면세점 잠실월드타워점 면세점 입찰 탈락(두산 선정). 관세청, 롯데에 불이익 준 것으로 드러나(2017년 7월 11일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2016년 3월 : K재단, 롯데에 75억원 기부 요청. 롯데, 5월 70억원 송부했다가 열흘 뒤 돌려받음
▶2016년 6월 10일 : 검찰, 롯데그룹 수사 개시
▶2016년 10월 5일 : 검찰, 미르·K재단 수사 실시
▶2016년 10월 19일 : 검찰, 신동빈 회장(배임·횡령) 등 계열사 대표 및 임원 기소
▶2016년 12월 : 미르·K재단 관련 특검 시작
▶2017년 4월 17일 : 검찰, 미르·K재단과 관련해 신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
▶2017년 10월 30일 : 검찰, 롯데 경영 비리와 관련해 신 회장에게 징역 10년·벌금 1000억원 구형
▶2017년 12월 23일 : 1심 재판부, 신 회장에 징역 1년 8개월·집행유예 2년 선고
▶2018년 2월 13일 : 1심 재판부, 롯데 제3자 뇌물공여와 관련해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 실형 선고(법정 구속)
▶2018년 8월 29일 : 검찰, 신 회장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14년 및 벌금 1000억원·추징금 70억원 구형
▶2018년 10월 5일 : 신 회장 항소심 판결 예정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1호(2018.09.17 ~ 2018.09.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