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스켈터랩스 대표, 새롬기술 공동 창업했던 ‘벤처 1세대’
“구글 나와 창업…AI가 불량품 자동으로 찾아줍니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스켈터랩스를 이끌고 있는 조원규 대표는 약 30년 남짓 된 국내 정보기술(IT) 역사를 논할 때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는 소위 말하는 ‘벤처 1세대’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한때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앞설 정도로 주목받았던 새롬기술(1993년)을 공동으로 만든 멤버 중 한 명이었다.

1999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다이얼패드를 창업했고 엔지니어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구글에서도 8년간 한국지사 연구·개발(R&D) 총괄사장을 지낸 바 있다.

이처럼 조 대표는 국내외 IT업계에서 활약하며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인공지능(AI) 시장에서의 ‘퍼스트 무버’를 꿈꾸며 2015년 11월 설립한 회사가 스켈터랩스다.

서울 성동구에 자리한 스켈터랩스 사무실에서 만난 조 대표는 “차별화된 기술로 세상을 바꾸자는 취지에서 스켈터랩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구글 재직 중 AI에 대한 확신 가져

그가 AI와 관련한 스타트업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은 구글 재직 시절이다.

“구글은 정확히 말하면 AI 기반의 회사예요. 세계에서 가장 깊이 있는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죠. 그리고 이를 통해 검색어를 입력하면 가장 최적화된 관련 정보들을 제공해 주고 있어요. 구글에 있으면서 AI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어요. 이게 앞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지, 현 기술 수준이 어떤 정도인지 배웠죠. 직접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다시 들게 됐죠. 결국 2014년 구글을 나와 약 1년 동안 스켈터랩스를 준비하고 2015년 회사를 설립했어요.”

이렇게 스켈터랩스가 만들어진 지 약 3년이 지났다. 그간 AI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업력이 짧은 스타트업에 ‘실적’은 그다지 중요한 지표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투자’를 받았느냐가 관건이다. 그간의 성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성적표 역할을 한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은 향후 높은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자양분이다.

현재까지 스켈터랩스의 행보에 ‘성공적’이라는 단어를 덧붙일 수 있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다.

조 대표는 “그간 카카오브레인·케이큐브벤처스·롯데홈쇼핑 등이 스켈터랩스를 주목했다”며 “이들로부터 1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비결을 묻자 돌아오는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AI 관련 기술 개발에만 매진해 온 결과다. 기술 개발은 단순히 마음만 먹는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를 구축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조 대표 역시 경쟁 업체들보다 진일보한 기술 개발을 위해 그간 뛰어난 인재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왔다.

“스켈터랩스는 전체 직원 65명의 80% 이상이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엔지니어입니다. 채용 방식은 엄격해요. 우리는 대학 졸업장, 대기업 재직 경험과 같은 출신 배경을 따지지 않아요. 오로지 실력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죠. 엔지니어를 채용할 때 면접에서 알고리즘 문제를 내고 지원자가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눈여겨봅니다. 그리고 실력이 입증되면 이 사람이 과연 스타트업이라는 기업 문화에 적응할 수 있을지 판단해 채용을 최종 결정하고 있어요.”

◆올해 안에 해외 진출 교두보 마련

AI에 기반한 스켈터랩스의 핵심 사업은 현재 크게 3가지다. 첫째가 딥러닝 기술이다. 그동안 연구와 함께 실제 사업화할 수 있는 기회들을 모색했다.

그리고 최근 이를 활용한 공장 내 오류 검출 기술을 개발해 몇몇 회사에 제공했다. 조 대표는 “전 세계의 수많은 공장이 있는데 자동으로 불량품을 검출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이슈”라며 “향후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챗봇이나 AI 스피커에도 적용되는 ‘대화 기술’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여러 기업들과 함께 사업 논의가 진행 중이다.

셋째는 콘텍스트(상황) 모델링이다. AI를 활용해 기계가 사용자의 정보를 계속 모니터링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나 필요한 정보들을 실시간 제공하는 기술이다.

“기본 틀은 어느 정도 완성됐어요. 최근에는 이를 기반으로 하는 맛보기 애플리케이션(앱) ‘큐’를 출시하기도 했죠.”

큐 서비스는 위성항법장치(GPS)·문자·소리 등 20여 개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사용자가 오늘의 날씨를 묻기 전에 비가 올 것이라고 알려주거나 사용자의 검색 정보 등을 활용해 주변에 좋아할 만한 식당을 제안하는 등 능동적으로 정보를 추천해 준다.

“큐는 아직 이용하는 사람들이 혁신적이라고 느끼지 못할 겁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고도화된 기술을 접목해 나갈 거예요. 보다 정확한 상황 예측은 물론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도 가능하게 말이죠. 식당을 예로 들면 단순한 검색을 통해서가 아니라 진짜 사용자가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음성이나 표정으로 파악해 나중에 추천해 주는 거죠.”

기술 개발이 지금보다 더 진척되면 조 대표는 해외시장으로 스켈터랩스의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훨씬 더 많은 기회들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 대표는 “스켈터랩스의 세 가지 핵심 사업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룬 뒤 해외로 눈을 돌릴 계획이다. 우선 올해 안에 동남아시아나 일본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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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1호(2018.09.17 ~ 2018.09.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