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
-100만 히키코모리 시대, 만렙 집돌이의 방구석 탈출기
“10년, 제가 방 안에서만 보낸 시간입니다”
[한경비즈니스=김종오 한경BP 출판편집자] 직장에도 학교에도 가지 않는다. 가족 말고는 다른 사람과 거의 교류하지 않는다. 그리고 집에서 나가지 않는데 그 기간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몇 년에 이른다. 일본의 경우, 이런 사람들이 1990년대 이후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해 현재 100만 명이 족히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히키코모리’ 얘기다. ‘틀어박히다’라는 의미의 일본어 ‘히키코모루’에서 파생된 말로 한국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로 불린다. 이들이 모든 관계를 끊고 집에 틀어박히는 이유는 크게 취업 실패, 인간관계의 어려움, 낮아진 자존감, 학업 중단 등 다양하다.

숫자에서 차이가 있을 뿐 한국의 상황 역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과 대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이야기

그래서인지 이들의 모습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몇 가지 비슷한 방식으로만 묘사된다. 괴벽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고, 과거의 상처를 적나라하게 공개하며, 부모와의 갈등을 극적으로 보여 준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심하다는 듯 쯧쯧 혀를 차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동안 방 안에 웅크리고 있었던 저자는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은둔생활을 했던 것 마냥 자신이 겪은 사건사고, 방 안에서의 몽상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오랜만에 담배를 사러 나왔는데 그 사이 계절이 바뀌었던 이야기, 사회에 나와 처음으로 MT를 간 날 커피를 살 줄 몰라 당황했던 이야기 등. 마치 “너도 잠시나마 우울하고 외로웠던 시절이 있었지?”, “이 느낌 뭔지 알지?” 하며 능청스럽게 묻는 듯하다. 그리고 이러한 저자의 능청맞음과 뻔뻔함에 웃음이 삐져나온다. ‘이 사람, 골 때리네.’

궁상과 비루함을 웃음 소재로 활용하는 부분이 냉탕이라면, 저자는 당연히 온탕도 느껴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마음이 먹먹해지는 온탕으로 안내한다.

밖으로 나온 뒤 그가 숱하게 들은 말은 “왜?”다. “왜 방에 들어갔느냐”, “그렇게 오랫동안 왜 방 안에서 나오지 못했느냐”. 하나로 설명되지 않고,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애인과의 문제, 직장에서의 문제, 건강상의 문제가 연속되고 쌓이다 결국 어쩌다 그렇게 된 게 아닐까. “나름의 사연이 있고, 상처가 있다. 상처가 너무 아픈 것뿐이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생각이 스쳐 간다. ‘히키코모리가 이런 사람이었어?’ 그리고 히키코모리 하면 떠올리는 모습의 대부분이 편견이었음을, 그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멋대로 재단했었음을 깨닫게 된다.

모든 사람이 고유한 생각과 모습을 갖고 있다면, 히키코모리도 예외는 아니다. 쓰레기로 가득한 방 안, 부모와의 불화, 몇 년간 자르지 않아 덥수룩해진 머리, 이러한 모습이 히키코모리를 떠올렸을 때 상상되는 모습이고 실제로 이러한 사람도 있겠지만, 또 아닌 경우도 있다.

공감은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저자의 진솔하고 유쾌한 고백은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분명 존재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을 이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2호(2018.10.01 ~ 2018.10.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