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첨단 정보기술(IT)의 활용으로 농업에서도 자연을 이겨낼 수 있게 됐다. 그 방법은 ‘식물 공장’이다 . 2004년 설립된 농업회사법인 ‘미래원’은 최첨단 식물 공장을 통해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최적으로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식물 공장은 연중 생산이 가능해 정제된 환경에서 농산물을 계획적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손금주 미래원 농식품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식물 공장의 가장 큰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마치 연구실을 방불케 하는 식물 공장에서는 미세먼지·병충해·폭염 등 식물에 유해한 환경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당초 예상했던 생산량을 오차 범위 없이 수확하고 있다. ◆생산량은 늘리고 폐기물은 없앤 ‘식물 공장’
미래원의 식물 공장 ‘후레쉬팜(Fresh Farm)’은 2012년 198㎡(60평)의 작은 규모에서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여러 기술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며 하루 4000포기를 생산하는 893㎡(270평)의 생산 기지로 키울 수 있었다. 2016년말 농림축산식품부 실태조사 결과 재배면적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 식물공장이다.
이곳에서는 IT와 바이오기술(BT)을 결합해 최적의 생육 환경을 관리하며 바질·애플민트·상추 등 샐러드 채소 50여 종을 키우고 있다. 각 재배 베드 위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이 빛을 공급하고 흙 대신 고농도의 배양액을 희석한 물을 흘려 영양분을 공급한다.
식물 공장의 큰 특징은 빛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연광을 조절하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식물 공장의 LED 조명은 성장에 필요한 최적의 파장을 조절할 수 있다. 손 연구원은 “비닐하우스에서는 여름이나 겨울에는 온도를 조절하기 쉽지 않아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데 식물 공장은 이러한 단점을 모두 극복했다”고 말했다.
보통 온실에서 양상추를 생산한다면 짧게는 두 달, 길게는 세 달이 걸린다. 하지만 식물 공장에서는 파종부터 수확까지 37일을 넘기지 않는다. 생산량을 최대로 늘리기 위해선 회전율이 중요하다. 동시에 식물이 높은 중량(포기당 몇 g)을 가져야만 높은 가치를 지닌다. 미래원의 식물 농장에서 생산되는 엽채류 한 포기는 평균적으로 180g이어서 꽤 무거운 편이다.
식물 공장을 관리할 때 중요한 것은 오염을 막는 것이다. 외부에서 들어올 수 있는 바이러스 침투를 차단하기 위해 후레쉬팜에서 근무하는 여섯 명의 관리자들은 멸균 소독된 위생복을 착용하고 클린룸을 거친다. 만약 작은 부분이라도 오염된다면 공장 전체의 식물 재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들여 키운 식물들은 기존 채소들보다 영양 성분이 뛰어나다. 미래원이 분석한 결과 칼슘 등 채소가 함유하고 있는 영양 성분이 온실 재배 채소보다 두 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식감이 부드럽고 맛도 좋다.
기업으로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해외에서는 미래원의 식물 공장과 같은 시설을 ‘버티컬 팜(vertical farm)’이라고 부른다. 작물을 심은 선반을 여러 층으로 쌓음으로써 협소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미래원의 후레쉬팜에서는 총 6단에서 7단 정도 층층이 쌓인 바질 선반을 볼 수 있었다. 같은 면적의 온실에 비해 생산량을 40배 이상 늘릴 수 있다. 또 연중 계획 생산이 가능해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도 제로(0)에 가깝다. ◆로봇이 관리하는 식물 공장 임시 운영 중
박종위(52) 미래원 대표는 2004년 미래원을 창업한 후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 팜 시장에 뛰어들었다. 박 대표는 “스마트 팜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대처해 생산량을 늘릴 수 있어 노지 재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장점이 많지만 대부분의 농업인들이 스마트 팜 전환에 주저하는 이유가 있다. 천문학적인 투자금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미래 농업으로 가는 길은 곧 스마트 팜에 있다고 본다.
박 대표는 “내년부터 식물 공장의 재배 면적을 더 넓히는 큰 규모의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원에 다가올 2019년은 그동안의 투자가 수확을 거두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미래원은 한 차원 더 나아간 식물 공장을 테스트하고 있다. 26㎡(8평) 규모의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어린잎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이곳에서는 전이온농도(EC)·산성도(pH)·이산화탄소(CO₂)가 관리자가 설정해 둔 값에 따라 자동으로 관리된다.
여기까지는 앞서 소개한 식물 공장 후레쉬팜과 유사하다. 하지만 후레쉬팜이 ‘반자동’이었다면 이곳은 완전한 ‘자동’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곳에서는 발아와 출하 단계를 거친 식물을 옮기는 역할을 사람이 아닌 로봇이 수행한다. 사람의 지시가 없어도 발아한 식물을 LED 조명 아래로 로봇이 자동으로 옮긴다. 관리자는 첨단 카메라를 통해 로봇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볼 수 있다.
올해 초 미래원은 일본 기계 회사와의 합작 법인 ‘엘름’을 설립해 자동 공장을 임시 운영하고 있다. 로봇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일본 회사가, 식물 재배 기술은 미래원이 소유하고 있다. 향후 미래원은 자동 공장의 규모를 넓힘으로써 파종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 대표는 “미래원이 스마트 팜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안전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 방법은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지만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농업의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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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4호(2018.10.15 ~ 2018.10.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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