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국판 러스트벨트' 회생프로젝트, 부활하는 디트로이트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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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4인 긴급 좌담…스웨덴 말뫼·미국 사우스벤드 사례에서 교훈 찾아야
“한국판 러스트 벨트 더 확산될 것… 신산업 전환 전 사회 안전망 갖춰야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니 사람도 자본도 하락세다. 제조업 호황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던 지역 경제는 침몰하고 있다.

한국형 러스트 벨트(미국 제조업의 호황을 누렸던 중심지에서 제조업의 사양화 등으로 불황을 맞은 지역)의 해법은 무엇일까.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김도훈 전 산업연구원 원장(경희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이원재 랩2050 대표,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 등 학계·산업계 브레인들을 모아 해법을 모색해 봤다.
◆한국 제조업의 상징이었던 남동 벨트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중공업·자동차 산업 등의 사태가 심각한데요.

▶이원재 랩2050 대표(이하 이원재) : “저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산업 자체의 문제와 둘째, 고용의 문제입니다. 산업 자체의 문제는 산업 사이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자동차 등 한국을 지탱하고 있던 주요 산업들의 사이클이 유럽·미국에서 출발해 한국·일본 등 아시아로 왔다가 이제는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큰 흐름 아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예전 같지 않은 문제도 있겠죠.

그리고 고용 문제에서는 산업이 잘되더라도 제조업 고용 비율은 계속 줄고 있었고 기술 변화로 앞으로의 고용 전망도 줄어들 예정입니다. 그런데 해당 산업이 지역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던 곳에선 기업 고용이 줄어들면서 지역민들이 생활 자체가 무너지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이하 김기찬) : “3C(컴피티션·커스터머·컴퍼니)의 경쟁력이 떨어진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먼저 컴피티션(경쟁) 측면에서 한국이 맞닥뜨렸던 가장 큰 변화는 아베노믹스입니다. 한국은 경쟁자였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혜택을 가장 많이 보던 나라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아베노믹스가 시작되면서 일본 기업의 원가 경쟁력과 수익성이 높아졌어요. 일본 불황의 반사이익을 보던 한국 기업들은 이제 경쟁력 차원에서 메리트가 없어지기 시작한 거죠.

둘째는 커스터머(소비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어요. 경기가 좋을 때 기업은 제품 연구·개발(R&D) 대신 판매에만 매진하며 됩니다. 그러다 보니 고객 니즈와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거죠.

특히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 개발을 게으르게 한 이유가 가장 크다고 봅니다. 전 세계 트렌드가 전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갈 때 한국은 열심히 세단만 개발했죠.

셋째, 컴퍼니(기업) 측면에서는 ‘성공의 저주’가 작용했어요. 기업 제1의 적은 사실 경쟁자가 아니라 ‘현상 유지’입니다. 현재 한국의 기업가는 기업가가 아니라 관리자예요. 리스크에 도전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해 온 것을 지키려고 하죠. 한 번 성공했다고 해서 ‘타성’에 빠진 기업은 절대 살아남지 못합니다. 자동차·조선은 국가 기간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에서 총체적으로 이런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요.”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이하 주원): “산업 경쟁력 자체가 떨어진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입니다. 중국이 너무 빨리 치고 들어왔고 거기에 대응하지 못했죠.

기간산업은 한번 뺏기면 되찾기 힘들어요. 안타깝지만 앞으로 한국의 러스트 벨트가 고착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러스트 벨트 고착화의 또 다른 이유는 한국 기업이 국내에 투자하지 않고 해외에 투자하기 때문이에요.

러스트 벨트에 신규 투자나 재투자가 이뤄졌다면 이 정도까지는 안 됐을 겁니다. 기업이 해외에 투자하는 이유가 정부 규제 때문은 아니고요. 해당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중국이나 미국의 내수 시장 규모와 국내시장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니까요. 스마트폰도 거의 100% 정도가 해외 생산이고요. 이런 가운데 과연 우리가 러스트 벨트를 다시 살릴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상당히 비관적입니다.”

▶김도훈 전 산업연구원 원장(이하 김도훈): “제조업의 추이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것은 광공업 생산 지표입니다. 이 지표를 보면 조선·자동차·기계 장비 등 남동 벨트의 주요 산업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24%입니다.

하지만 자동차·조선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9월 실적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주력 산업의 체감 경기 악화가 심각한 상황이죠. 이 산업들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1차, 2차, 3차 협력 업체가 거대한 팀이 돼서 하나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특징이 있어요.

저는 김 교수님이 말씀하신 성공의 저주라는 표현에 깊이 공감합니다. 한때 한국 광공업의 경쟁력은 그 어느 나라도 이길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어요. 물론 기업 경영자의 문제도 크다고 봅니다.

그런데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이 산업에 눌러앉아 ‘관리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처럼 정부가 부품 회사, 설비 회사 등 1차, 2차 협력 중소업체들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면서 건전한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더욱 고민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판 러스트 벨트 더 확산될 것… 신산업 전환 전 사회 안전망 갖춰야
◆지금 울산·거제·통영 등 남동 지역의 제조 벨트 몰락은 단순 산업의 붕괴가 아닌 지역 경제의 몰락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하위 계층으로 갈수록 타격이 더 크다는 것인데요.

▶이원재: “기업과 산업 차원의 문제도 있지만 사회적 차원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 국가들을 생각해 볼 때 옛 강대국이었던 독일·스페인·스웨덴·프랑스·이탈리아 중에서 왜 유독 독일만 제조업이 강할까요. 또 스웨덴은 제조업은 줄었지만 어떻게 경제를 유지하면서 주요 산업을 전환할 수 있었을까요.

이유는 사회적 시스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은 조합의 국가예요. 노사정 합의 모델이 굉장히 발달했고 사회 대부분 현안을 합의하에 결정하죠. 그리고 스웨덴은 강력한 보편적 복지국가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요. 국가 주요 산업을 전환할 때에도 사람들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적기 때문에 전환이 굉장히 빨랐죠.

반면 상당히 경직된 복지 체제를 가진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제조업 부활이나 신산업으로의 전환에 실패했어요. 그런 면에서 한국 남동권 러스트 벨트를 생각해 보면 아주 어려운 상황이죠. 독일 같은 조합주의도 아니고 스웨덴처럼 보편적 복지도 아니고 굳이 따지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처럼 가족주의적인 복지 시스템을 가지고 있거든요.

특정 산업이 지배적인 지역에서 그 산업이 몰락할 때 그걸 다 가족들이 떠안게 되는 구조죠. 그럼 지역 경제에 아주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조합원들뿐만 조합원들의 가족과 그 가족들의 소비와 지출이 줄면서 다른 산업까지 다 어려워지는 겁니다.”

▶주원: “울산 동구가 대표적입니다. 인구가 계속 빠져 나가고 있고 군산도 마찬가지죠. 그 지역 산업 기반이 무너졌기 때문에 다른 도시로의 이동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러스트 벨트처럼 범죄율이 높아지는 등 ‘슬럼화’가 한국에서는 현실적이지 않을 것 같고 그 대신 ‘지역 불균형’이 더 심화되겠죠.

지역 간 불균형을 좌우하는 핵심은 사람인데, 부가가치 생산이 안 되면서 인구가 빠져나가고 서비스업이나 자영업자들도 모두 함께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생기면서 결국 지역 경제가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거죠.”

▶김도훈 : “한국의 지역내총생산(GRDP)을 조사하면 울산이 19년 연속 1위를 차지했어요. 통영도 꽤 높은 순위를 유지해 왔고요. 지역 내에서 생산해 내는 부가 급격하게 올라갔다는 것은 대기업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지역 내에서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지역민들의 삶의 수준도 같이 상승한 거예요.

그런데 높은 소득수준의 삶을 영위하다가 이걸 모두 잃게 됐을 때 이분들이 받는 타격은 더 크게 느껴질 겁니다. 상대적 박탈감이죠.

그 지역 대기업 종사자들은 실업수당이나 직업 재교육을 통해 사회에서 수용할 수 있지만 다른 산업에 종사하던 그 지역 주민들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지역 전반의 무너짐을 떠안게 된 거예요. 이에 따라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안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한국판 러스트 벨트 더 확산될 것… 신산업 전환 전 사회 안전망 갖춰야
◆이에 대한 해법은 없을까요.

▶김기찬: “울산 동구는 구 자체가 전멸 위기에 처해 있어요. 현대중공업 해양산업본부가 해체되다시피 하면서 구조조정이 5000명 정도 이뤄졌거든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구조조정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어요. 쉽게 말해 해외 영업부서 같은 핵심 인재를 지키지 못했다는 거죠.

제조업의 근간이었던 울산이 왜 무너졌을까요. 울산은 두뇌가 없는 도시예요. 연구·개발(R&D)을 안 하는 도시죠.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될 때까지는 제조 경쟁력만 있으면 돼요. 그런데 2만 달러를 넘어서면 모든 나라가 원가의 저주에 걸립니다.

대한민국은 원가의 저주에 걸리면 중국에 잡아먹히죠. 원가의 저주에서 살아남으려면 사람을 키워야 돼요. 독일도 사람을 키워 성공한 나라죠. 투자는 돈이 한다면 혁신은 사람이 합니다. 기업들이 사람에 대한 욕심이 생겨야 하는데 중소기업은 사람에 대한 욕심을 부릴 여력이 별로 없죠.

이제부터라도 직원을 원가로 취급하는 시스템에서 차별화의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사람 중심의 시스템’으로 기업을 바꿔야 해요. 이것 말고는 답이 없어요.”

▶김도훈: “중소기업이 사람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지금은 대기업이 시키는 대로 잘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되거든요. 제일 앞에 서있는 대기업만 경쟁력과 차별화를 생각할 수 있고 기술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대기업에서 내려오는 오더대로 만들어야 하는 폐쇄적인 산업 생태계입니다.

결국 R&D도 위에서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한국 중소기업 R&D 비율은 전체 매출의 1%도 안 되는 현실입니다. 이 산업 생태계를 변화하려는 노력이 없었고 완전 구조화돼 있었죠. 그러니 사람 중심이 될 수가 없습니다.”

▶이원재: “방향을 생각해 보면 전환을 준비할 때인 것 같습니다. 유럽에 2주 동안 다녀오면서 산업 전환에 성공한 눈에 띄는 사례들이 몇 개 있었는데요. 스페인 빌바오라는 도시는 조선업의 핵심 도시였지만 조선소가 문을 닫은 지 이제 30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하고 협동조합으로 밑바닥 일자리를 지키는 보호 장치를 만들고 일단 관광산업으로 도시를 지탱하면서 신산업을 키웠어요.

창업가 전문학교를 만들었는데 그곳에선 입학하면 수업 없이 바로 프로젝트에 돌입합니다. 교수도 없고 기업가나 전문가로 이뤄진 코치만 있죠. 우리도 빌바오의 사례처럼 새로운 경로를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주원: “당장 시급한 것은 망해 가는 산업에 시간을 벌어 주는 일입니다. 새로운 산업으로 옮겨 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주력 산업을 보면 1차·2차·3차 협력업체와 주변 중소기업까지 같이 망하거든요.

시간을 벌 수 있는 해법은 딱 하나입니다. 생산비를 줄여주는 것이죠. 그러면 대기업이 몇 년 정도 버틸 수 있고 그다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가야만 그 기업들과 연관된 중소기업까지 살아남을 수 있어요.

정부도 정신 차려야 합니다. 지금은 산업정책이 ‘없다’고 보면 돼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이 존재하지만 보여 주기식이고 한정적인 정책이 대부분이죠. 이대로라면 외환위기 수준의 위기가 와야만 신사업 전환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김도훈: “저는 한국 대기업이 그동안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오픈해 후배들을 키워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업의 사회적 환원이라고 하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만 생각하는데, 그건 경제적 이슈가 아니고 당연한 일이죠.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나 기술을 오픈하고 그걸 발판 삼아 새로운 기업들이 커갈 수 있게 플랫폼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혜택을 받아 성공했으면 대기업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책임이 있어요.”
“한국판 러스트 벨트 더 확산될 것… 신산업 전환 전 사회 안전망 갖춰야
◆해외는 어떻게 살아남았나요.

이원재: “‘말뫼의 눈물’로 불리는 스웨덴의 사례가 한국에 많이 알려져 있죠. 말뫼는 주력 산업이던 조선업이 철수하면서 2만8000명의 실업자가 생겼지만 신산업 전환에 성공하면서 6만3000여 개의 일자리가 생긴 도시입니다. 지금은 정보기술(IT) 스타트업단지·식품산업단지·바이오산업단지 등 신산업단지의 메카로 떠올랐죠.

말뫼의 부활에는 민간의 노력보다 말뫼시와 스웨덴 중앙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됐습니다. 스웨덴 말뫼시가 부활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대학 유치였어요. 1998년 코쿰스 조선소 자리에 말뫼대를 세웠죠.

당시 말뫼 시장이었던 일마르 레팔루 시장이 선견이 있었는지 바이오·IT·식품 등 신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학과를 유치했고 활발한 R&D가 이뤄지면서 현재 신산업 육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의학·바이오·IT 분야 기업들의 유럽 본사가 옮겨오면서 첨단 산업 도시로 부활했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의미인가요

▶이원재: “말뫼 사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사회정책이에요. 말뫼는 신산업 전환기를 스웨덴의 복지 시스템으로 버텼습니다. 그게 한국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다른 점이죠.

LAB2050 연구원이 최근 스웨덴 말뫼에서 과거 조선소 폐쇄 이후 산업 전환의 주역들과 노동자들을 인터뷰했어요. 코쿰스 조선소 폐쇄는 그들에게도 큰 사건이었어요. 그런데 우리와는 느낌이 달랐죠.

26년간 코쿰스 조선소에서 일했던 노동자도 직장을 잃었지만 이 노동자들은 가족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거나 자녀들의 진로가 바뀌지도 않았어요. 실업급여도 높고 학비도 무료이며 재직 여부와 관계없이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복지국가였기 때문이죠. 이런 사회정책이 뒷받침돼야 산업 전환이 가능한 겁니다.

당장 보편적 복지를 펼치자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지역 차원에서 스웨덴과 같은 실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고용 위기 지역에 대한 지원금이 기업에 가는데 그걸 민간에게 나누면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김기찬: “말뫼와 비슷한 사례로 미국 인디애나주의 사우스벤드가 있어요. 사우스벤드는 1960년대 중반까지 자동차 회사인 스튜드베이크가 지탱하던 도시였지만 스튜드베이크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도시 전체가 몰락했죠. 그런데 지금은 세계적인 도시재생 혁신 사례로 꼽히는 곳입니다.

사우스벤드가 일어설 수 있던 배경에는 사람을 키우는 교육 훈련이 있었어요. 사우스벤드는 스탠퍼드대에 디자인 싱킹 과정을 개설한 아이데오(IDEO)와 파트너십을 맺고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그 지역에 있는 기업들이 원하고 있는 교육이 뭔가를 찾아냈고 높은 수준의 교육을 실시했어요.

초기에는 월마트와 구글에서 자금도 지원받았습니다. 이런 점이 바로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도 말뫼나 사우스벤드처럼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이 투입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군산 일자리 매칭 사업에도 몇 십억원이 투입됐지만 프로그램이 없어요. 기업과 지역이 다시 일어서려면 교육을 통해 사람을 키워야 합니다.”
▶주원: “영국 런던의 테크시티라는 곳은 구도심의 공업단지였고 슬럼화가 진행됐었죠. 2010년 창업 위주 도시재생을 실시하면서 2주 만에 조성 기업이 80개에서 5000개로 늘어났어요. 그리고 이들이 다 새로운 산업이었어요. 이처럼 해외 성공 사례의 공통점은 새로운 판을 깔아야 한다는 겁니다.

둘째는 대규모 사업이나 대규모 자원이 들어와야 해요. 최근 한국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첨단 산업단지를 표방하면서 똑같은 산업단지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어요. 또 산업 기업만 유치하려고 했지 그 기업이 거기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없죠.”

▶김도훈: “우리는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한 일본을 부러워하면서도 배우려고 하지 않았어요. 일본은 지금 우리가 꿈꾸고 있는 것들을 많이 이뤄냈거든요.

특히 지역 차원에서의 노력이 활발하고 지역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천착해 창조적인 산업들을 만들어 내요. 그런데 우리는 지자체의 자발적인 노력보다 중앙정부에서 뭔가를 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정확히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판 러스트 벨트 더 확산될 것… 신산업 전환 전 사회 안전망 갖춰야
◆‘한국판 러스트 벨트’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주원: “한국의 러스트 벨트를 만든 산업이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이 됐는데, 몇 년 안에 울산 동구나 군산 같은 러스트 벨트가 터져 나올 겁니다. 철강·석유화학 스마트폰 등 다양한 산업에서 이미 강한 징후들이 보이고 있고요.

사실 조선업에서 발생한 문제는 정부의 ‘폭탄 돌리기’였습니다. 이전 정부에서 해결해야 했던 문제를 지금 정부한테 떠넘긴 거죠. 정부 관계자들은 폭탄 돌리기 할 생각을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사태를 관찰하고 개입해야 합니다. 또한 구조조정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구조조정은 할 때 해야지 안 그러면 더 힘들어집니다.”
kye0218@hna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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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5호(2018.10.22 ~ 2018.10.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