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금성 자산 4조2000억원 확보해 대규모 M&A 가능성…안정적 배당금도 매력 삼성은 지난 9월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각각 2.6%(500만 주)와 1.4%(261만 주)에 대해 시장 매각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남아 있던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했다.
해소된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보유가 허용되므로 법적 문제가 없고 매각 시한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 또 입법 예고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도 신규 지정되는 대기업집단에 한해서만 순환출자 시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율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적용하기로 한 만큼 추가 규제도 예상되지 않았다. 이 점을 따져보면 삼성은 이번 순환출자 해소를 통해 규제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부담을 크게 완화했다고 볼 수 있다.
웰스토리와 호텔신라의 합병 가능성 열려
물론 아직 삼성의 지배구조엔 남은 이슈가 있다. 먼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에 대한 그룹 내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금산분리 규제와 보험사 국제 회계 감독 기준이 강화되는 지금과 같은 추세에선 사실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특히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 보유 주식의 시가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 중 총자산의 3%를 초과하는 지분(약 5.8%)에 대해 유예기간(7년) 내에 매각해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처리하기 위해 현재 공정거래법상 의결권을 제한받고 있는 지분에 대해 우선적으로 시장 매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최대 5.5% 이내의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더라도 매각 전후 그룹 내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은 현재와 같은 수준인 15%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물산이 사실상 지주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추가 취득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지분 추가 취득을 위한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 현재 가격 기준으로 지분 1%를 늘리기 위해선 무려 약 3조원이 필요하다.
또 삼성물산이 주식을 추가 취득해 보유 지분율이 올라가더라도 공정거래법상 규제로 그룹 합산 기준 삼성전자의 의결권이 15%를 초과해 높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상 눈여겨볼 점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다. 입법 예고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규제 대상 총수 일가의 지분율 기준을 현행 상장회사 30%, 비상장 회사 20%에서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20%로 일원화한다. 또 이들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그러면 삼성그룹 내 삼성웰스토리(삼성물산 100% 자회사)가 새롭게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6월 일감 몰아주기 규제 사각지대의 규제 회피 사례로 삼성웰스토리를 예로 들었다. 또 7월 삼성웰스토리를 포함해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중공업 등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 관련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삼성웰스토리는 다양한 검토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삼성웰스토리는 그룹 계열사인 호텔신라와 합병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지분율 요건을 벗어나는 동시에 그룹 내부 매출 비율을 낮출 수 있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호텔신라와 삼성웰스토리는 연관 사업으로 합병 시 시너지 확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룹 내 보유 지분율이 높지 않은 호텔신라(총 16.9%)에 대해서도 지배력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 또 양 사 합병 시 호텔신라에 대한 삼성물산의 지분율이 절대적인 수준으로 올라가게 됨에 따라 추후 진행될 수 있는 그룹 계열 분리를 고려할 때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목표 주가 19만원으로 상향
삼성물산의 투자 의견은 ‘매수’를 유지하며 목표 주가는 19만원으로 기존 17만5000원 대비 8.9% 상향 조정한다. 새롭게 산출된 목표 주가는 자체 사업의 실적 개선과 함께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삼성물산이 보유한 계열사의 지분 가치 상승에 기인한다. 특히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시장에 매각함에 따라 삼성물산을 둘러싼 순환출자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삼성물산은 연초 이후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했다. 1월 금천물류센터를 2300억원에 매각했고 9월엔 서초사옥을 7484억원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현재 4조2000억원 수준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물산은 앞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업 지분 인수나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점으로 주가 역시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삼성물산은 투자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3개년간의 배당정책을 2018년 초 공시했다. 이 공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주당 배당금 2000원을 지급한다.
현재 삼성물산은 총발행 주식 수 기준 13.8%의 자기주식을 보유 중이다. 즉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 가동 시 배당뿐만 아니라 보유 중인 자기주식에 대한 소각 검토도 가능하다. 만약 보유한 자기주식 전량을 소각하면 주당 순자산 가치는 약 7.9%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현재 삼성물산의 주가는 자체 사업 실적 개선과 계열사 보유 지분에 대한 가치 평가 확대,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충분한 상승 여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실적도 나쁘지 않다. 삼성물산은 3분기 매출액 7조5918억원(전년 동기 대비 1.3% 성장), 영업이익 2698억원(22.5%)을 기록하며 지난해 4분기 이후 지속적인 실적 개선세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삼성SDS도 주목해야 한다. 삼성SDS에 대한 투자 의견은 ‘매수’, 목표 주가는 29만원을 유지한다. 삼성SDS를 주목하는 이유는 정보기술(IT) 서비스 부문의 구조적 성장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모든 산업 부문에서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IT 설비투자가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전략적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SDS는 그룹 내 주고객사인 삼성전자와의 사업 협력을 통해 빅데이터·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다양한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삼성SDS는 현금성 자산이 약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기반으로 성장 동력 추가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M&A도 가능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5호(2018.10.22 ~ 2018.10.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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