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국토교통부가 새롭게 항공운송 사업을 시작하려는 저비용 항공사(LCC)에 대한 면허 심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국토부는 10월 31일 새로운 심사 기준을 담은 ‘항공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사업자 선정을 위한 심사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토대로 늦어도 내년 1분기 전에는 면허 발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2016년 에어서울에 면허를 내준 이후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던 국토부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신규 LCC가 출항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중 국토부가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신규 면허 발급의 향방이 갈릴 것 같아요.” 한 항공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새로운 LCC가 출범하기 되면 가장 긍정적인 것은 ‘소비자 편익’ 확대를 꼽을 수 있다. 항공사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항공료를 보다 싼값에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열경쟁에 의한 항공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 그에 따른 항공산업의 침체를 예상하기도 한다.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온전히 국토부의 몫이다.
현재 개정안에 맞춰 플라이강원·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 등 3개사가 사업 계획서 제출을 완료했다. 면허 발급을 위한 기본 요건인 ‘자본금 150억원 확보’, ‘항공기 5대 이상 도입’ 등은 세 곳 모두 이미 충족한 상태다. 이제 내년 초 나올 심사 결과를 묵묵히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이들 3사는 각각의 특화된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항공운송 사업 면허 획득을 자신하고 있다.
◆플라이강원 “해외시장이 주무대”
항공운송 사업 면허를 신청한 업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가진 각각의 사업 방향이 모두 다르다. 우선 올해 사명까지 변경하며 절치부심의 자세로 세 번째 도전에 나선 플라이강원(기존 플라이양양)은 국내 항공사들과 완전히 차별화된 사업 모델이 최대 무기다.
해외에서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창출해 한국으로 데려오는 이른바 ‘TCC(Tourism Convergence Carrier)’가 플라이강원의 주요 전략이다. 기존 항공사들이 국내 관광객을 해외로 실어 나르는 업무에 집중해 왔다면 플라이강원은 이와 정반대다.
공항이 있고 인구밀도가 높은 해외 도시를 하나하나 발굴하고 거기에서 현지 관광객을 거점 공항인 강원도 양양으로 실어 나르겠다는 계획이다. 면허가 발급되면 당장 중국과 일본 등 5개 국가와 양양을 연결하는 12개 국제노선을 만들 예정이다. 국내 노선 수는 3개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장기적인 목표는 강원도의 지역경제 활성화다.
채정훈 플라이강원 부장은 “강원도가 보유한 천혜의 자연과 함께 특산물·먹거리 등을 활용한 여러 관광 상품을 만들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에도 TCC 모델을 들고나왔지만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에 따른 재정 우려’를 사유로 면허를 받지 못했다. 이 같은 지적을 피하기 위해 이번에는 정확한 수요 예측을 위한 데이터 발굴 및 전문가들의 연구 자료 등을 근거로 제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한편 내부적으로 강원도를 분석한 결과 관광객을 위한 쇼핑 시설이 다소 부족하다는 결론이 도출되면서 지역 내 여러 쇼핑몰을 유치하겠다는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실제 플라이강원의 투자자 중 면세 사업자(신세계DF)와 화장품 사업자(토니모리) 등이 여럿 포함됐다. 면허가 발급되기만 하면 쇼핑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작업이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플라이강원 측이 자신하는 배경이다.
청주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에어로케이도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부푼 꿈을 안고 첫 면허 신청에 나섰지만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두 번의 실패는 결코 없을 것이라는 각오로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에어로케이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진짜 LCC’가 되겠다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에어로케이에 따르면 국내 LCC가 여럿 있지만 해외와 비교해 보면 가격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비용이 높은 편이다.
국내 LCC는 해외와 비교해 고비용 구조를 갖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 가운데 대한항공 같은 대형 항공사의 유효 좌석 km당 비용(CASK)은 평균 120원 정도로 추산된다. 기존 LCC는 대략 70~90원 정도다.
최용덕 에어로케이 상무는 “해외 LCC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은 CASK가 대략 30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며 “특히 최근에는 LCC가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국적 항공사와의 가격 차이도 간혹 역전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로케이의 승부수는 ‘가격’
에어로케이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가격 정책으로 이용객들을 그러모으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기내식과 같은 서비스에 집중하지 않고 오로지 낮은 가격을 유지해 나가는데 전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최 상무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경쟁사는 미국의 고속버스 업체인 그레이하운드다. 그만큼 LCC의 설립 목적에 맞춰 가격 경쟁력을 이어 가는데 집중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에어로케이가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심사에서는 ‘청주공항의 시설 용량 부족’ 및 ‘과당경쟁 우려’ 등에 따라 면허 신청이 반려됐는데 이 부분 역시 보완해 사업계획서에 넣었다. 지난해 국토부는 에어로케이의 노선이 추가되면 설립 3년째 되는 해 청주공항의 인원 한계치가 140% 넘어갈 수 있어 면허를 내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에어로케이는 당초 면허 취득 3년째 되는 해에 비행기를 10대까지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상황에 따라 조정하기로 한 상태다. 저렴한 가격 책정에 따른 과당경쟁 우려를 피하기 위해 항공 자유화 지역 등을 중심으로 11개 노선을 선정해 3년 차까지 운항할 계획이다.
인천공항을 거점으로 삼아 출항을 꿈꾸는 에어프레미아는 앞선 두 항공사보다 부담이 다소 덜한 편이다. 이번이 첫 도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다지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대형 항공사의 서비스와 LCC 가격 전략을 결합한 신개념 항공 서비스를 추구한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서비스 캐리어(HSC)’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들고 나타났다.
대형 항공사의 전유물이었던 중장거리 노선을 편안한 좌석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노선부터 살펴보면 운항 초기에는 단거리 노선도 운항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경험치를 쌓고 난 이후에는 비행시간이 6시간이 넘는 유럽·미국 등 중장거리 위주의 노선을 주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특히 △기존 국적 항공사가 취항하지 않거나 △공급이 적어 경유하는 곳 △외국 항공사를 이용해야만 하는 노선을 찾아 공략할 예정이다.
편안한 좌석도 강점으로 내세운다. 에어프레미아의 좌석은 ‘이코노미’와 ‘프리미엄 이코노미’ 등 두 가지로 운영한다. 이코노미석의 좌석 간격은 35인치로 정했다. 일반적인 LCC의 좌석 간격(29~30인치)은 물론 국적 항공사의 이코노미석(평균 31인치)을 뛰어넘는 다. 가격은 대형 항공사 동일 좌석의 90% 수준으로 책정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은 좌석 간격이 42인치로 대형 항공사의 비즈니스석과 맞먹는다. 가격은 대형 항공사 비즈니스석의 절반 수준으로 이용객들에게 공급한다. 여기에 걸맞게 항공기 역시 중소형을 선호하는 LCC와 달리 대형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또 기내에서 무료 식사와 와이파이 등 국적 항공사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창현 에어프레미아 이사는 “도입 항공기나 취항 계획 중인 노선, 좌석 및 서비스 레벨 등이 기존 LCC와 완전히 다르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7호(2018.11.05 ~ 2018.11.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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