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실물경제 지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기업 체감경기는 얼어붙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결국 하향 조정됐다. 이런 와중에 고용시장이 좋을 리 없다.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향후 전망도 어둡다. 이처럼 불씨가 꺼져 가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청와대가 마침내 ‘인적 쇄신’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경제정책의 ‘컨트롤 타워’로 불리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전격 교체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9일 신임 경제부총리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전격 내정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김수현 비서관이 맡아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내각 인선안을 발표했다. 경제부총리 외에도 장관급 2명과 차관급 1명을 교체했다. 경제부총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경제 활성화를 모색해야 하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에는 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을 임명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투톱’으로 불렸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은 물러나게 됐다.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은 노형욱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맡게 됐다. 차관급인 사회수석은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싱크탱크에서 복지팀장을 맡았던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경제 여건이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갑자기 이뤄진 인사다. 따라서 이번 인사를 통해 향후 경제정책 기조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경제정책을 선두에서 진두지휘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 홍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정통 관료 출신이다. 강원 춘천 출신으로 춘천고와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영국 샐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각각 취득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학 동문이다.
홍 후보자는 1986년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사회에 입문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비서관실 기획비서관,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무조정실장을 맡다가 이번에 경제부총리에 내정됐다.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하면 홍 후보자는 무엇보다 신산업과 관련한 규제를 개혁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렇게 예상되는 배경은 그가 국무조정실장을 맡으면서 ‘규제 개혁’과 관련해 누차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30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밀레니엄 포럼’에 참석해 규제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역설하기도 했다.
홍 후보자는 포럼에서 “과거에도 정부마다 규제 혁신을 위한 노력을 펼쳤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은 여전히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신산업 분야 규제를 획기적으로 걷어내고 현장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국민이 ‘이번 정부가 정말 규제를 많이 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산업 중에서도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승차 공유 시장에서 규제의 빗장을 걷어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시 홍 후보자는 의료기기와 인터넷 전문은행을 이을 규제 혁신의 다음 주자로 승차 공유 서비스를 꼽았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승차 공유 서비스 시장 활성화에 기대감이 일고 있다.
◆‘경제 투톱’의 파트너십 주목해야
또 다른 대표적인 신산업 분야는 바로 암호화폐와 여기에 이용되는 블록체인 기술이다. 정부는 이달 중 암호화폐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간 합법도 불법도 아니었던 암호화폐와 관련해 정부가 어떤 해석을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 후보자는 블록체인 기술은 높게 평가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시각은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홍 후보자는 인사 발표 직후 “매주 또는 격주로 자영업자·소상공인·기업인과 오찬을 함께하며 현장의 의견을 듣겠다”며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해 기업의 목소리를 각별히 듣겠다. 야전사령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또 “혁신 성장을 위해 본격적으로 펌프질을 해야 할 때”라며 “구조 개혁을 해야 성장 경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완수하는 데 최대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조선산업 침체로 어려움에 빠진 군산·거제 등의 지역을 규제 없는 지역특구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 후보자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정책들을 추진하기 위해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신임 정책실장과의 호흡이다. 김동연·장하성 등 이른바 경제 투톱이 이번에 갑작스럽게 물러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꾸준히 제기돼 온 ‘불협화음’이 거론되기도 한다.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적절한 대응책을 내지 못하고 끊임없이 이견을 낸 것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는 것이다.
신임 정책실장은 문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국민경제비서관 및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일한 바 있다. 현 정부에서도 사회수석을 맡아 부동산·탈(脫)원전·교육·문화·여성 정책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홍 후보자와 김 신임 정책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3년간 함께 일했다. 또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정무적 판단과 정책 조율을 성공적으로 해 온 만큼 무난한 호흡을 맞춰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날 임명된 노형욱 신임 국무조정실장은 국무2차장에서 승진 발탁됐다. 기획재정부 행정예산심의관,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다.
차관급인 김연명 신임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은 학자 출신이다.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회장,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의 싱크탱크 복지팀장을 맡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한때 거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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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8호(2018.11.12 ~ 2018.11.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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