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오픈 이노베이션의 시대' 스타트업 키우는 대기업들]-삼성전자 C랩…수도권 중심 벗어나 지방 기업도 지원
사내벤처 프로그램 외부로 개방… ‘500개 스타트업 키운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2017년 1월 점착식 소형 메모 프린터를 개발한 한국의 스타트업 ‘망고슬래브’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국제전자제품 박람회(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그 후 이들의 성공 행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6년 독립한 망고슬래브는 1년 만에 제품 양산에 성공해 국내와 일본에서 판매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갤럭시 노트8 사전 예약 프로모션 제품을 공급해 매출액 80억원을 올렸다.
창업 당시만 해도 4명이었던 망고슬래브의 인력은 23명으로 약 6배가 증가했다. 이는 대기업의 체계적 지원이 창업은 물론 신기술의 개발, 일자리 창출까지 기여한다는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사내벤처 프로그램 외부로 개방… ‘500개 스타트업 키운다’
◆‘세계 1등’ 노하우, 아낌없이 전수
망고슬래브를 탄생시킨 삼성전자의 ‘C랩’은 지난 6년간 사외·사내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여해 왔다. 삼성전자의 임직원들은 C랩을 통해 혁신적 아이디어만 있으면 1년간 현업에서 자유롭게 창업 아이템을 실현할 수 있다. 특히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아 높은 목표에도 주저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혁신의 DNA’를 삼성전자에 전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우수한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고 커나갈 수 있도록 2015년 8월부터 C랩의 스타트업 독립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10월 17일 삼성전자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총망라해 향후 5년간 500곳의 스타트업 과제를 본격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500개 중 300개는 사외 스타트업이고 200개는 삼성전자 내부 임직원이 그 대상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8월 8일 발표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 중 하나다. 동시에 혁신적인 예비 창업가와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국내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공모전에 지원한 331개 스타트업 중 인공지능(AI)·헬스·가상현실(VR)·증강현실(AR)·핀테크·로봇·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15곳을 선정됐다. 이 중엔 대학생 창업팀 두 곳도 포함됐다.
대표적인 곳은 원거리 물체를 원격으로 가상 터치해 움직임을 인식하는 ‘브이터치’, 스스로 학습해 발전하는 인공지능 API와 챗봇을 개발하는 ‘데이터리퍼블릭’, 유아용 발달장애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두브레인’ 등이다.
삼성전자는 이들에게 입주 공간과 개발 지원금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이들은 11월부터 서울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 캠퍼스에 마련된 보육 공간에 1년간 무상 입주해 캠퍼스 내 회의실과 임직원 식당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또 최대 1억원의 개발 지원금과 디자인·기술·특허·세무 등 실질적 창업을 위한 전문가의 멘토링, CES,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같은 해외 정보기술(IT) 전시회 참가 기회를 지원받을 수 있다.
◆34개 신규 스타트업 탄생시킨 C랩의 힘
‘C랩’의 사외 스타트업 지원에서 눈여겨볼 점은 수도권 위주의 지원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2022년까지 200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한다. 2019년까지였던 기존 육성 사업을 3년 연장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혁신센터를 통해 41개의 스타트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혁신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꾸준히 펴왔다. 2016년 하반기부터 그 성과가 가시화됐다.
산업 건축용 진공 단열 패널을 설계·생산하는 ‘에임트’는 2017년 40억원 규모의 해외투자를 유치했다. 허밍으로 작곡하는 앱을 개발하는 ‘쿨잼컴퍼니’는 2017년 세계 3대 음악 박람회’에서 우승하는 등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360도 카메라를 만드는 링크플로우는 여행자들을 대상으로한 ‘FITT360’으로 CES 2018 혁신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보안 시장을 타깃으로 한 ‘FITT360 시큐리티’를 개발해 수주에 성공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지난 6년간 C랩에는 228개 과제에 917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또 창업이 가능한 C랩 과제들은 삼성전자에서 독립해 34개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재탄생했다. 이들은 약 170여 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했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아낌없는 노하우 전수는 국내 창업 생태계의 든든한 토대가 되고 있다.
◆인터뷰 :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상무
“스타트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최적 파트너죠”
사내벤처 프로그램 외부로 개방… ‘500개 스타트업 키운다’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은 “C랩에서 스핀오프를 통해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창업하는 것처럼 대기업 인재들이 창업에 나서고 반대로 대기업은 스타트업 인재를 채용하는 ‘일자리 선순환 구조’를 창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스타트업 15곳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
“올해 기준은 삼성전자와 사업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것을 우선으로 고려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지원 대상을 확대해 아이디어만 있는 예비 창업자나 1년 미만의 신생 스타트업도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육성 대상을 기존의 모바일 분야에서 IT 분야로 확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삼성전자 C랩 프로그램의 혜택을 보다 많은 스타트업이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창업 지원 대상을 예비 창업자들이나 3년 미만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으로 확장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현재 C랩의 조직 규모는 어떻게 되나.
“사내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는 총 228개이고 920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이 중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45개, 160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외 스타트업을 지원함으로써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나.
“우선 국가 차원의 창업 생태계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또 삼성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함께할 경쟁력 있는 파트너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곧 성장 동력 확보로 이어진다.”
-사내벤처는 조직에 어떤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나.
“임직원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행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생활을 지속할 수도 있지만 회사를 나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이들을 보면서 많은 임직원들이 긍정적인 자극을 받고 있다.”
-사내벤처 조직은 삼성전자와 다른 문화를 갖고 있을 것 같다.
“C랩의 가장 큰 특징은 유연한 노동환경에서 자율적으로 과제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C랩으로 선발되면 1년간 현업에서 벗어나 아이디어 구현에만 몰두할 수 있는 노동환경이 제공된다. 팀 구성부터 예산 활용, 목표 관리 등 과제운영 전반에 대해 재량권이 주어진다.
또 역할을 중심으로 권한이 위임되는 ‘수평 조직’으로 운영된다. 아이디어 제안자가 직급과 연차에 관계없이 리더가 되고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각 분야의 책임자가 돼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복잡한 절차 없이 유연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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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8호(2018.11.12 ~ 2018.11.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