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오픈 이노베이션의 시대' 스타트업 키우는 대기업들]-LG CNS 스타트업 몬스터…사내벤처 ‘단비’ 첫 분사 성과도
[편집자주] 대기업의 스타트업 육성에 가속도가 붙었다. 정부 정책에 등 떠밀려 마지못해 나서거나 스타트업 지원을 사회공헌 활동의 일부로만 보던 예전과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그 배경에는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개방과 협력에서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얻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흐름이 자리해 있다. 스타트업은 이제 일방적인 지원 대상이 아니라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대기업의 동반자다. 주요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육성 현장을 살펴본다.
“‘괴물’ 스타트업 찾아요” …대기업 수준 월급 등 파격 지원
[김영은 기자 ] ‘월급 받고 스타트업해 볼까.’LG CNS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스타트업 몬스터’의 슬로건이다.

괴물 같은 능력을 가진 스타트업 인재들을 찾기 위해 LG CNS는 특별한 조건을 내걸었다. 직원 한 명당 최대 6개월 동안 매달 350만원의 월급을 준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공모전을 열거나 개발비를 지원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스타트업 직원들에게 대기업 정직원에 준하는 임금을 주는 것은 업계 최초의 시도다. 월급 이외에 식비와 숙박비 등도 지급한다.

여기에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오픈 공간에 사무실을 마련해 주고 최대 3000만원까지 개발비를 지원한다. 다른 걱정 말고 연구에만 매진하라는 뜻이다.

프로젝트 이후에도 사업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스타트업에 대한 지식재산권 매입, 지분투자, 공동 연구·개발(R&D) 등에 적극 나선다. 선발된 팀원이 원한다면 별도 전형을 통해 LG CNS 직원 채용으로까지 연계한다.

지난 7월 모집을 시작한 스타트업 몬스터에는 이미 창업한 스타트업부터 직장인과 대학생까지 자유로운 멤버로 구성된 363개의 팀이 참가했다. 내부 심사를 거쳐 19개 팀이 1차 관문을 통과했고 지난 9월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아이디어 피칭 대회가 열렸다.

프레젠테이션 이후 LG CNS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단과 LG CNS 임직원 50명으로 구성된 청중 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최종 3팀(기존 스타트업 2팀, 대학생팀 1팀)이 선정됐다.이들 팀은 10월 15일부터 LG사이언스파크 내 스타트업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 입주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혁신은 직원에게서 나온다

LG CNS는 사내 직원들에게도 파격적인 지원을 앞세워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잠재력 있는 사내벤처는 분사(스핀오프)를 하기도 했다.

지난 8월 LG CNS 사내벤처의 첫 분사 주인공이 나왔다. 지능형 챗봇 엔진을 개발한 ‘단비’다. 단비는 2년 전 과장급 직원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단비의 시작은 2016년 LG CNS에서 개최한 사내벤처 아이디어 대회였다. 당시 사용자 경험(UX) 파트에서 과장 직급으로 일하고 있던 서문길 단비 대표는 대회에 ‘지능형 챗봇 서비스’ 아이디어를 제출해 선택됐고 사내벤처 설립 4개월 만에 사업화 성과를 내며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단비는 기업이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챗봇을 쉽고 편하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챗봇 빌더(Chatbot Builder)’의 이름이다. 패턴 매칭과 머신러닝·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고객 질문의 내용과 의도는 물론 감정까지 읽어낸다.

개발한 챗봇은 클릭 몇 번 만으로 챗봇을 서비스하기 위한 메신저와 연결된다. 현재는 카카오톡·라인·페이스북·텔레그램 등 6개 메신저 연동을 지원한다.

지난 1년 반 동안 단비의 플랫폼을 활용해 만들어진 챗봇은 2200여 개, 지금까지 주고받은 대화는 4500만여 건에 달한다.

단비는 LG CNS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빠르게 성장했다. 보통 벤처회사는 개발자 채용과 기술 테스트에 어려움을 겪는데 단비는 필요할 때마다 사내 개발자들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서 대표는 “사내벤처에 독립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별도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등 회사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분사 후 LG CNS와 단비는 사업 파트너로 동반 성장하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분야 외연을 확대할 계획이다.

단비는 이미 상용화돼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단비 챗봇이 적용된 이후 애플리케이션(앱) 사용률이 20% 증가했고 단순 문의 해결이 10배 증가하는 등 효율성이 입증됐다.

올 초에는 LG유플러스 스마트폰 직영몰(U+ Shop)의 신규 스마트폰 사전 구매용 챗봇에도 단비를 적용해 통신사 중 가입자 유치 수 1위를 기록했다. 지난 3월에는 AI 개발자 약 350명이 모인 ‘인공지능 개발자 커뮤니티(AI Dev)’의 챗봇 평가에서 구글 다이얼로그플로와 IBM 왓슨 컨버세이션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단비를 ‘졸업’시킨 LG CNS는 사내벤처 제도인 ‘아이디어 피칭’ 대회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사내벤처를 운영 중이며 올 하반기에는 로봇 분야와 헬스케어 등 최신 IT를 연구하는 사내벤처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LG CNS 관계자는 “사내벤처 제도를 통해 임직원들이 평소 생각하고 있던 아이디어를 부담 없이 공유하고 창업에 대한 꿈도 이룰 수 있다”며 “사내벤처 설립 후에는 비용·공간·전문 멘토링과 아이디어를 제시한 임직원이 아이템 기획부터 사업화까지 직접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인터뷰
서문길 단비 대표 “AI 전문가 평가에서 구글·IBM 앞섰죠”

“‘괴물’ 스타트업 찾아요” …대기업 수준 월급 등 파격 지원
LG CNS 사내벤처 중 첫 분사의 주인공인 서문길 단비 대표는 인공지능(AI) 개발자도, 챗봇 전문가도 아니었다. 사용자 경험(UX) 파트에서 과장으로 일하고 있던 그는 아이디어 피칭 대회를 통해 ‘지능형 챗봇 서비스’ 아이디어를 발표했고 2017년 사내벤처로 성장하고 올 8월 독립 회사로 분사했다. 챗봇빌더 ‘단비’는 지금까지 2200여 개의 챗봇을 만들어 냈고 AI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구글과 IBM의 챗봇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챗봇 빌더 ‘단비’를 개발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기술 요소는 무엇인가.“단비는 2가지 기술 요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존에 챗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화 흐름을 설계하기 위해 코딩 작업이 필요했지만 단비는 ‘대화 흐름 엔진’을 통해 그래픽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보다 손쉽게 직관적으로 대화 흐름을 설계해 나갈 수 있다. 또 일반적으로 챗봇에 사용되는 ‘자연어 이해 엔진’은 규칙, 자연어 처리, 머신러닝 등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를 활용한다. 단비는 이 세 가지 방식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자연어 이해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다.”

▶LG CNS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이 갖는 차별점은 무엇인가. “LG CNS는 IT 서비스 전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과 강점을 지니고 있다. 나 역시 여러 사업부를 거치면서 벤처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업무를 추진하면서 맺어진 인연들로부터 어려움이 생겼을 때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내벤처임에도 독립된 회사로 대우해 주는 것이 좋다. LG CNS의 사내벤처 기본 콘셉트인 ‘자율적으로 고민하고 의사결정을 진행하되 도움이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가 잘 유지되고 있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단비의 목표는 ‘다가올 챗봇 시대의 단비’가 되는 것이다. 반드시 오게 될 대화형 UX 시대에서 누구나 쉽게 챗봇과 음성봇을 만들고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을 열고 싶다.”

◆LG그룹 ‘스타트업 테크 페어’ 열어

LG그룹이 혁신 기술 개발과 상생 협력을 위해 스타트업 발굴과 지원에 나섰다.LG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지난 10월 한국무역협회와 함께 스타트업과의 교류 및 공동 연구·개발 검토를 위한 스타트업 테크 페어를 개최했다.

스타트업 테크 페어에서는 한국무역협회와 공동 선정한 20개 유망 스타트업이 자율주행·인공지능(AI)·빅데이터·증강현실((AR)·가상현실(VR)·소재 및 부품·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기술 및 서비스를 시연하며 LG와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

LG는 참가 업체 중 지원하고 육성할 스타트업을 선정해 LG사이언스파크 내 개방형 사무실과 연구 공간에 입주할 수 있거나 기술 컨설팅 또는 투자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LG는 계열사별로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웹OS를 활용해 사업을 추진하려는 스타트업 4곳을 선발하고 개발 노하우를 전달하고 있고 해외 로봇 스타트업을 위주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분야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 ‘드림플레이’를 통해 LG사이언파크의 인프라와 기술 등을 지원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사내벤처 육성에 합류했다.

LG유플러스는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AI·사물인터넷(IoT)·AR·로봇·스마트홈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에 경쟁력 있는 신규 사업 모델을 발굴할 예정이다. 임직원들이 창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1년간 별도 태스크포스 조직으로 발령하고 팀당 최대 1억7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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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8호(2018.11.12 ~ 2018.11.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