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부터 ‘벤처 네트워크’ 구축 위해 발 빠른 행보…‘펫’·‘시니어’ 관련 스타트업에 주목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단순히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비용을 지원하는 기존의 협업 수준을 넘어섰다. GS홈쇼핑은 스타트업의 애로 사항을 해결해 주기 위해 아예 수개월간 직원을 스타트업에 파견하기도 한다. 대기업 주도의 ‘협업’을 넘어 스타트업과의 ‘동반 성장’을 모색하는 GS홈쇼핑을 찾았다. (사진) GS홈쇼핑의 스타트업 발굴에서 투자까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미래사업본부 내 '벤처투자팀'. /서범세 기자
◆투자 패러다임 변화 주도
GS홈쇼핑이 스타트업과의 협업에 눈을 뜬 것은 2008년 즈음이다. 당시에는 정보기술(IT) 기업 외에 스타트업과의 협업에 관심을 두는 기업이 적을 때였다. GS홈쇼핑은 달랐다. 그 무렵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업계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홈쇼핑업계의 존폐론이 여기저기에서 흘러 나왔다.
김훈상 GS홈쇼핑 미래사업본부 상무는 “10년 전에도 홈쇼핑이 얼마나 더 성장하겠느냐는 우려들이 많았다”며 “‘또 하나의 홈쇼핑’을 찾으려는 노력이 스타트업과의 빠른 협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GS홈쇼핑은 스타트업과 동반 성장에서 ‘벤처 네트워크’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 2000년대 벤처 붐 시기에 대기업들이 겪은 시행착오에서 벗어나려면 대기업 주도의 단순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 향후 미래 사업에도 큰 도움을 얻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GS홈쇼핑의 스타트업 투자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상호협력으로 미래 성장을 도모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에코 시스템’ 전략을 따르고 있다. GS홈쇼핑이 스타트업에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파생된 혁신 결과물들을 GS홈쇼핑의 국내 및 글로벌 비즈니스에 접목해 상호 성장을 이루는 것을 뜻한다.
김 상무는 “단순 재무적 투자나 해당 기업을 인수하려는 목적이 아닌 창업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새로운 성장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GS홈쇼핑은 매각을 통한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등과는 투자 성격이 다르다. 김 상무는 “성장 여부나 생존 가능성 등 다른 액셀러레이터들이 보는 기본적인 요소 외에 GS홈쇼핑이 스타트업의 성장에 본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김훈상 미래사업본부 사업개발사업부 상무. /서범세 기자
GS홈쇼핑의 오픈 이노베이션 에코 시스템을 이끄는 쌍두마차는 미래사업본부 내 ‘벤처투자팀’과 ‘CoE팀’이다. 이 중 벤처투자팀은 GS홈쇼핑과 스타트업 간 동반 성장의 산실로 통한다. 스타트업 발굴에서부터 투자까지 벤처 투자와 관련한 다양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GS홈쇼핑의 벤처 네트워크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을 지향하는 만큼 중국·베트남·미국 출신 등 다양한 글로벌 인력들이 벤처투자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벤처투자팀이 발굴한 ‘4번 타자’는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펫 스타트업이다. GS홈쇼핑은 지난해부터 ‘펫프렌즈’, ‘도그메이트’, ‘펫픽’ 등 펫 스타트업에 직간접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김 상무는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 홈쇼핑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 고급화와 차별화”라며 “펫 시장은 특화된 영역이자 초기 시장이란 점에서 우수 스타트업과 함께 네트워크를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GS홈쇼핑은 스타트업 지원이 단순 비용 투자에 끝나지 않도록 그들이 애로 사항을 겪는 사용자 경험(UX)과 IT·마케팅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를 담당하는 팀이 GS홈쇼핑의 별동대 조직으로 불리는 ‘CoE(Center of Excellency : 전문가집단)팀’이다.
(사진) 국내외 벤처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글로벌 인력들로 구성된 벤처투자팀. /서범세 기자
◆‘벤처투자·CoE’팀으로 지원 강화
CoE팀은 사업 개발·IT·마케팅·UX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스타트업 중 UX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있다면 CoE팀의 UX 전문가가 찾아가 며칠 또는 몇 달 함께 일하며 업무를 지원한다. 펫프렌즈 역시 CoE팀의 도움을 받아 애플리케이션(앱) 리뉴얼 작업을 완성했다.
김 상무는 “CoE팀의 디자이너가 두 달여간 펫프렌즈에 상주하며 UX 개편을 무상 지원했다”며 “대기업은 고객관리·콜센터·법무 영역 등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겪는 애로 사항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적인 부분들을 지원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발굴과 지원이 함께 이뤄지면서 GS홈쇼핑과 손잡은 스타트업들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GS홈쇼핑은 지난 4월 펫 스타트업 투자사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한데 모은 ‘반려동물 전용관’을 모바일 쇼핑몰 내에 하나의 섹션으로 선보였다.
이 공간에서 반려동물계의 ‘배달의민족’으로 통하는 펫프렌즈는 ‘2시간 내 배송 서비스(서울 지역)’를 제공하고 ‘도그메이트’는 ‘펫시터 이용권’을 판매한다. 회사를 대내외에 알림과 동시에 GS홈쇼핑이란 최적의 판로를 뚫은 셈이다. 성과도 좋다.
GS홈쇼핑이 가장 최근에 투자한 반려동물 관련 벤처기업인 바램시스템은 ‘움직이는 CCTV 앱봇라일리’를 반려동물 전용관에 론칭한 후 한 달여 만에 2억원 정도의 판매액을 올렸다.
GS홈쇼핑이 펫 스타트업에 이어 주목하는 후속 타자는 시니어 스타트업이다. 아직 펫 스타트업만큼 진척된 결과물은 없지만 앞으로 GS홈쇼핑이 주목할 스타트업이다. 김 상무는 “펫과 시니어 시장은 중요한 마켓”이라며 “미래 동력의 하나의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S홈쇼핑의 ‘투자의 눈’은 국내를 넘어 해외 스타트업에도 뻗어 있다. 특히 미래사업본부 내 동남아 전담 인력을 두는 등 ‘제2의 중국’으로 통하는 동남아 시장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앞서 GS홈쇼핑은 동남아 시장 벤처 펀드인 ‘500 두리안(Durian) 펀드’에 4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앞으로는 국내 스타트업과 동남아 스타트업 간의 전략적 연계 방안도 꾸준히 살펴볼 예정이다.
김 상무는 “미국이나 중국에는 대기업들이 우수 스타트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 성공 모델들이 많다”며 “아직 성장 기회가 남아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선진 모델들을 지렛대 삼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돋보기] GS칼텍스·리테일 등도 상생 경영 속도
“끊임없는 도전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 나가야 합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새로운 시각’을 강조하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중요시되고 있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로봇공학 등 혁신적 신기술에 따른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GS가 선택한 대응 방안은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한 동반 성장이다. GS의 전 계열사는 스타트업과의 상생 경영을 통해 저성장 시대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 주자는 GS홈쇼핑이다. GS홈쇼핑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상호 협력으로 미래 성장을 도모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에코 시스템’ 전략을 통해 2011년부터 국내외 380여 개 스타트업·벤처기업과 펀드에 직간접으로 투자해 왔다. 투자 규모는 2700억원에 달한다.
GS칼텍스는 최근 스타트업 홈픽과 함께 주유소를 거점으로 하는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스타트업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생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 회사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 혜택을 주는 ‘GS칼텍스 스타트업 개라지(Garage) 프로그램’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GS리테일은 자사의 헬스뷰티 판매점인 ‘랄라블라’를 통해 헬스·뷰티 분야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같이! 같이!’를 출범했다. 이 프로그램은 GS리테일·삼성증권·코스맥스·녹십자웰빙·인터파크·블루포인트파트너스·인터베스트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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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8호(2018.11.12 ~ 2018.11.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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