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오픈 이노베이션의 시대' 스타트업 키우는 대기업들]
- 오픈콜라보센터, 자율주행 AI 등 10개 분야 협업 강화…빅 플레이와도 손잡고 신 성장동력 발굴 적극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국제전자제품 박람회(CES) 2017’에서 국내 스타트업인 크레모텍이 ‘혁신상’을 수상했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크레모텍은 ‘스마트 빔’을 개발한 기술 벤처다.

2013년 SK텔레콤의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브라보 리스타트(현 ‘오픈콜라보센터’)’에서 발굴돼 지원받은 뒤 3년여 만에 세계적 전시회에서 상을 거머쥐었다. 명예와 함께 돈도 따라왔다. 미국 유통 기업인 KDC와 1000만 달러(약 110억원)란 거액의 납품 계약을 체결하며 ‘대박’을 냈다.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은 스타트업인 크레모텍이 이 같은 결과물을 낸 것은 SK텔레콤의 벤처 육성 프로그램 도움이 컸다.

SK텔레콤은 2013년 ‘브라보 리스타트’ 1기 업체로 크레모텍을 선정한 이후 제품 개발을 위해 총 9건의 핵심 특허를 무상 제공하고 창업 지원금, 공동 개발 연구실, 기술 개발 및 마케팅 인력 등의 지원 등으로 2년간 25억8000만원의 지분 투자를 했다.

크레모텍의 성공으로 SK텔레콤 역시 훌륭한 성과를 얻었다.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 밀접한 상생 협력의 성과를 대내외에 알리면서 동반 성장의 대표 주자로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제2의 크레모텍’을 발굴하기 위해 스타트업과의 협력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 조직 개편을 통해 스타트업 육성·협력 업무를 총괄하는 ‘오픈콜라보센터(이하 오픈콜라보)’를 신설했다.

‘브라보 리스타트’ 등 SK텔레콤의 창업·보육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기존의 CEI사업단을 확대 개편해 명칭을 바꾼 것이다. 오픈콜라보는 사회적 가치 창출은 물론 외부 스타트업과 대학 등이 추진하는 변화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SK텔레콤의 혁신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SK텔레콤, 스타트업 지원 사업 ‘트루 이노베이션’으로 통합

◆혁신의 요람 ‘트루 이노베이션’


센터의 수장으로는 유웅환 전 카이스트 연구교수를 영입했다. 유 센터장은 인텔과 삼성전자·현대차연구소에서 현장을 경험한 전문 엔지니어다.

SK텔레콤은 조직 개편과 함께 프로그램도 재정비했다. 브라보 리스타트, 드림벤처스타(DVS), 어드밴스드벤처스타(AVS), SK청년비상, 1O1 SK(1O1스타트업코리아) 등 선발 기준과 대상이 달랐던 각각의 프로그램을 하나로 통합한 ‘트루 이노베이션’을 내놓았다.

트루 이노베이션은 SK텔레콤의 오픈콜라보 활동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오픈콜라보 프로젝트, 벤처 직간접 투자, 벤처·스타트업을 위한 온·오프라인 협업 공간 제공 등의 활동을 추진 중이다. 1인 스타트업, 일반 벤처기업, 대학생, 일반인에 상관없이 모두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프로그램들과 차이가 있다.

지원 절차는 크게 어렵지 않다. 국가 주도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들이 과다한 제출 서류들을 요구하는 반면 SK텔레콤의 트루 이노베이션은 1차로 간단한 지원서 두 장을 제출한 후 전화 또는 발표 심사를 거치면 된다. 상시 모집으로 많은 스타트업에 기회의 문을 열어둔 것도 트루 이노베이션의 강점이다.

트루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SK텔레콤 사업부서와의 협력은 물론 입주 공간(서울시 중구의 ‘서울캠퍼스’와 관악구의 ‘상생혁신센터’), 시제품 제작소 등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특히 SK텔레콤의 미래 사업인 블록체인·빅데이터·보안·인공지능(AI)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SK텔레콤 사업부서와 협력해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현재 인물 사진 촬영 부탁 원스톱 솔루션 애플리케이션(앱)인 ‘SOVS’, 스포츠 헤어밴드 형태의 헤드셋 ‘BPM 디자인’, 공기청정기 스피커 ‘후하’ 등이 트루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서 SK텔레콤과 스타트업 간 개발 중인 아이템으로 꼽힌다.
SK텔레콤, 스타트업 지원 사업 ‘트루 이노베이션’으로 통합
5G 생태계 구축 위해 ‘외부 혁신’ 수용

SK텔레콤이 스타트업 협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될 ‘5G 시대’의 미래 동반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다.

자율주행·AI·블록체인·빅데이터·지능영상보안·스마트팜·환경플랫폼·미디어·센서·데이터관리플랫폼 등 5G 시대를 이끌 10개 사업 분야의 미래 유망 스타트업과 긴밀하게 협력할 계획이다.

유 센터장은 “5G가 상용화되면 다양한 4차 산업혁명이 태동하게 될 것”이라며 “유망 스타트업과 협력해 한국의 5G 생태계를 단단히 다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SK텔레콤 오픈콜라보센터는 스타트업 지원·육성 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 플레이어들과의 오픈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돋보기] ‘기업 안의 기업’ SK의 사내벤처 실험

SK의 공유 인프라 실험은 기업 안의 기업인 ‘사내벤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외부 스타트업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기업 내에 벤처를 육성함으로써 저성장 시대에 신성장 동력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사내벤처 제도는 2000년대 벤처 붐 이후 정보기술(IT) 업체를 중심으로 태동했다. 삼성SDS 사내벤처로 시작해 연매출 4조원의 기업으로 성장한 네이버, 옛 LG데이콤에서 나와 연간 거래액 3조원의 중견기업으로 큰 인터파크 등이 대표적인 사내벤처다.

SK는 좀 더 일렀다. 최종현 SK 선대 회장의 지시로 1970년대 사내 연구소를 세우고 신기술을 개발한 직원들에게 사업화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 곰팡이 살균제인 ‘팡이제로’는 1990년대 초 유공바이오텍사업팀 연구원들이 개발해 사업화한 사례 중 하나다.

SK텔레콤 또한 사내벤처 제도인 ‘스타트앳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아이디어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성원이 아이디어를 등록하면 임직원이 댓글을 달거나 의견을 표출한다. 회사가 정한 기준에 부합한 아이디어는 전문가 인터뷰를 거쳐 최종 사업화 대상으로 선정된다. 집단지성을 통해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지원도 확실하다. 회사에 따르면 이익이 발생하면 제안자와 수익을 배분하는데, 이익 발생 시점부터 20년간 수익의 일정 부분을 매년 받을 수 있다. 직원이 퇴사해도 수익금을 계속 분배해 준다. 회사가 가진 인프라와 네임 밸류 등을 공유하며 사업 발전의 기회를 넓혀 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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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8호(2018.11.12 ~ 2018.11.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