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핀테크 유니콘’ 후보로 떠오른 3가지 비결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핀테크 전문 벤처캐피털인 H2벤처스와 컨설팅 기업 KPMG는 2014년부터 해마다 세계 핀테크 기업 순위를 발표한다. 이 순위에서 지금까지 ‘50대 리딩 기업’에 이름을 올린 한국 핀테크 업체는 ‘토스’로 유명한 비바리퍼블리카 단 한 곳이다. 최근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의 누적 가입자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대한민국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토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국내 핀테크 기업의 대표 주자로 남다른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가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의 경쟁력을 대해부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국내 핀테크 기업 중 가장 ‘파괴적(disruptive)’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누군가에게 돈을 이체할 때 당연하게만 여겼던 공인인증서를 없앤 ‘토스’는 국내 간편 송금 서비스 시장의 관행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토스의 ‘파괴적 혁신’은 이제 시작이다. 통합 계좌 조회부터 부동산·펀드 소액 투자까지 토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토스의 야망은 ‘소비자들의 금융 생활’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꿔 놓겠다는 데까지 닿아 있다.
◆성공 비결 ①-“사람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을 해결”
토스는 2015년 2월 론칭했다. 올해로 4년 차다. 창업자인 이승건 대표는 치과의사 출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대 치의예과를 졸업한 뒤 삼성의료원에서 전공의로 일했다. 환자들을 진료하며 바쁜 생활을 보냈지만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갔다. 의사로서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일도 보람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변화를 꿈꾸고 싶었다. 이 대표는 ‘기술’이 그 답이라고 생각했다.
3년간 공중보건의로 군 복무를 하며 프로그래밍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소집해제가 되자마자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 받고 사업을 시작했다. 2011년 비바리퍼블리카의 시작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라틴어로 ‘공화국 만세’라는 뜻을 담고 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시민들이 외쳤던 구호이기도 하다. 그만큼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자는 뜻이다.
마침내 들어선 창업가의 길은 예상보다 더 험난하고 고됐다. 치과의사 출신인 이 대표에게는 스타트업 분야의 네트워크가 약할 수밖에 없었다. 초기 팀 빌딩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컸다.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스타트업 지원 기관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뜻이 맞는 공동 창업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모바일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울라불라’를 비롯해 투표솔루션·문화강좌포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성공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계속된 실패에 지쳐갈 때쯤 그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팀원들끼리 회의실에 앉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 뿔뿔이 흩어져 신촌·홍대·가락시장 등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커피숍에 앉아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 사람들이 어떤 점을 불편해하는지 발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렇게 찾아낸 ‘생활 속 불편함’들을 3일에 한 번씩 모여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3개월여간 반복하며 100여 개가 넘는 아이템을 갖게 됐고 이 중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을 8개 정도로 추렸다. 이를 하나씩 시도해 보는 과정이 이어졌고 토스는 그 여섯째 시도였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자신이 아닌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성공의 씨앗이 된 것이다.
2013년 12월 토스의 테스트용 홈페이지를 열었고 2014년 4월부터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쉽고 편한’ 송금을 위해 이 대표가 찾은 방법은 기존의 금융권에 존재하던 ‘은행 자동출금 서비스(CMS)’였다.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베타 서비스 출시 후 매주 50%의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보수적인 국내 금융 산업 풍토에 따른 ‘규제 문제’를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신문 대금이나 통신비 등을 자동이체할 때 주로 사용하는 CMS가 송금에 이용되는 것을 본 금융 당국이 서비스에 제동을 걸었다. 2개월 만에 서비스를 접어야했다. 이 대표가 직접 뛰어다니면서 금융 당국과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일일이 설득에 나섰다. 여기에 정부 내에서도 핀테크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토스의 오픈베타 서비스를 접은 지 1년여 만인 2015년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었다.
◆성공 비결 ②-“쉽고 안전하다, 누적 송금 26조원에 보안 사고 0건”
지난 11월 8일 토스의 누적 가입자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대한민국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토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눈에 띄는 것은 연령대별 가입자 비율이다. 전체 가입자의 45%가 20대, 30대가 21%를 차지하고 있다. 40대는 14%다. 토스 관계자는 “토스의 20대 가입자는 402만 명으로 대한민국 20대 전체 인구의 약 60%가 토스 가입자”라고 설명했다.
지난 4년간 토스가 이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실제로 2030 젊은 층의 지지가 탄탄한 밑거름이 됐다. ‘더치페이’가 보편화된 젊은 세대에게 ‘상대방의 전화번호만 알고 있으면’ 간편하게 송금이 가능한 토스는 생활 속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올 11월을 기준으로 토스의 누적 송금액은 26조원에 달한다. 토스에 등록된 은행·증권사 계좌만 해도 총 1200만 개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토스의 누적 송금액이 10조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송금액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토스의 등장 이후 국내 간편 송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강력한 경쟁자들이 앞다퉈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지만 금융 플랫폼으로서 토스의 경쟁력은 만만치 않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전자금융업자의 간편 송금 거래 현황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현재 시장점유율 1위인 토스와 2위인 카카오페이 2개 업체가 국내 간편 송금 시장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다. 2018년 5월 말 기준 이용 금액 기준으로는 96.4%, 건수 기준으로는 97%를 차지했다. 이 보고서에는 토스가 금액과 건수 모두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 핀테크감독팀 담당자는 “디지털 수용성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단순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갖춘 핀테크 서비스는 ‘간편하고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토스는 국내 최초로 휴대전화 번호만으로 가능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며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쟁쟁한 대기업들과 경쟁하는 시장에서 공동 창업자 5명으로 출발한 핀테크 스타트업으로서는 독보적인 성과다. 토스의 가장 큰 경쟁력이랄 수 있는 ‘젊은 층의 높은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었던 데는 두 가지 강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직관적이고 단순한 유저 인터페이스(UI)와 금융 서비스로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수준의 보안 시스템이다. 그중에서도 ‘강력한 보안 시스템’은 다른 핀테크 기업들과 견줘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토스는 서비스 출시 이후 누적 거래액 26조원을 넘어서는 현재까지 ‘보안 사고 0건’을 기록 중이다. 지난 5월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산하 정보보호산업진흥포털에 정보보호 현황을 공시하며 업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핀테크 분야는 물론 금융 분야에서도 최초다.
공시된 바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의 정보기술 부문 투자액은 약 57억원, 이 중 정보 보호 부문 투자액은 10억원대다. 정보기술 부문 대비 보안 투자 비율은 17.9%로, 공시된 기업들 중 1위다. 정보기술 부문 투자액 대비 정보 보호 부문 투자액 금감원 권고 기준이 7%인 것을 감안하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보다 2배 이상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2017년 상반기 국제표준 인증 ISO-27001을, 2017년 하반기에는 지불카드 국제 정보 보안 표준인 PCI-DSS를 취득했다. 이어 2018년 하반기에는 정보 보호 관리 체계 ISMS 인증을 취득했다. ISO-27001은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 제정한 정보 보호 경영 시스템 인증으로 정보 보호 분야의 국제 표준이고 PCI DSS 인증은 비자·마스터 등 글로벌 신용카드사에서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협의회(PCI SSC)를 설립해 만든 데이터 보안 표준 인증이다. 가장 최근에 획득한 금융보안원의 ISMS 인증은 104개 점검 기준에 따른 324개 점검 항목을 통합 심사하는 금융에 특화된 정보 보호 관리 체계 인증이다.
토스 관계자는 “컨설팅에 의존하거나 외부 도움 없이 내부 역량만으로 3개의 인증을 취득해 더욱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성공 비결 ③-“유연하면서 자유로운 의사결정, 토스는 진화 중”
토스는 현재 간편 송금 서비스를 넘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이를 위해 은행·증권·금융투자·카드 등 70개 금융사, 85개 결제 플랫폼 등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무료 신용등급 조회’ 서비스와 ‘통합 계좌 조회’ 서비스다. 현재 토스의 사용자들에게도 ‘간편 송금’ 서비스와 함께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톱3’ 서비스로 손꼽힌다.
2016년 9월 선보인 ‘통합 계좌 조회’ 서비스는 공인인증서 등록 한 번이면 국내 20개 은행, 8개 증권사에 등록된 모든 계좌를 한꺼번에 조회·관리할 수 있다, 무료 신용등급 조회 서비스는 2017년 2월 첫선을 보였는데, 국내 최대 신용평가 기관인 KCB와 제휴해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또 무제한으로 신용등급을 조회할 수 있다. 토스의 지지 기반인 2030 젊은 사용자 층 외에 40대 사용자를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서비스다.
올해 2월에는 ‘통합 카드 조회’ 서비스를 새롭게 론칭했다. 보유 중인 카드를 카메라로 스캔해 간편하게 등록한 뒤 카드 여러 장의 사용 내역을 한 번에 실시간으로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다.
토스를 통한 소액 투자 서비스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2017년 6월 국내 대표적 P2P 업체인 테라펀딩·어니스트펀드 등과 제휴, 10만원부터 부동산 투자가 가능한 ‘부동산 소액 투자’ 서비스를 선보인데 이어 7월에는 신한금융투자와 제휴해 선보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연동 계좌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두 달 만에 17만 개 계좌가 개설되는 성과를 보였는데, 이는 2016년 전체 은행의 비대면 계좌 개설 수 15만 계좌보다 많은 수치다.
2017년 11월부터는 소액 펀드 투자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마찬가지로 신한금융투자와 제휴해 제공하는 서비스로 1000원부터 펀드 투자를 할 수 있다. 올 4월부터는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하는 해외 주식을 복잡한 절차 없이 모바일로 간편하게 주문하는 ‘해외 주식 투자’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투자 가능한 나스닥 상장 종목을 현재 40여 종에서 80종까지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현재 토스를 통해 부동산과 펀드 등에 누적 투자한 금액은 3500억원에 달한다. 토스는 앞으로도 시중 금융회사와 연계해 적금·마이너스통장 등의 뱅킹 상품군을 출시하며 ‘모든 금융 생활이 쉬워지는’ 세상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토스가 이렇듯 빠른 속도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데에는 여느 기업과 다른 기업 문화가 큰 역할을 했다. 토스팀은 일종의 ‘린 스타트업’ 구조로 돼 있다. 린 스타트업은 창업이나 제품 개발에 핵심적인 최소한의 가치만 담아 시장에 출시한 뒤 반응을 분석해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전략이다.
토스 관계자는 “직군이 아닌 제품·서비스별로 조직이 구성돼 있다”며 “토스의 각 서비스를 운용하는 팀은 일종의 회사 내 작은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제품 기획자·디자이너·개발자 등이 한 팀을 이뤄 서비스 기획부터 운영까지 모든 업무를 주관하고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서비스를 이른 시간 내에 출시하고 유저 피드백을 반영해 개선해 나가며 탄탄한 서비스를 구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특히 강조되는 것은 직원들의 ‘자율과 책임’이다. 기본적으로 각 팀마다 작은 단위의 스타트업처럼 운영되는 만큼 팀 내부의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한다. 이를 위해 회사의 정보를 최대한 많이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이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높이기 위한 비결이다. 일부 임원들만 아는 정보까지도 모든 팀원들이 투명하게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직원들이 회사 전체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대한 도움이 되는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
◆국내 첫 ‘핀테크 유니콘’ 초읽기
기업 가치 10억 달러(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고 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현재 국내 핀테크 기업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유니콘 후보다. 지난 6월 세계적 투자사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세콰이어차이나로부터 4000만 달러(약 42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기업 가치로 환산하면 약 7500억원에 달한다. 비바리퍼블리카를 두고 ‘유니콘 진입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찌감치 ‘유니콘 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비바리퍼블리카는 창업 초창기부터 해외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아 왔다. 2014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기반한 알토스벤처스와 연을 맺은 뒤 자연스럽게 퀄컴벤처스·굿워터캐피털·파테크벤처스·베스머벤처파트너스·텍톤벤처스 등 글로벌 투자사들과도 이어졌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액만 1300억원 규모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투자자는 핀테크 성공 신화를 상징하는 ‘페이팔’이다. 2017년 3월 페이팔·베세머벤처파트너스·알토스벤처스 등으로 구성된 글로벌 투자 컨소시엄으로부터 550억원을 투자받았다. 간편 송금 원조 기업인 페이팔이 같은 서비스를 운영 중인 비바리퍼블리카에 투자했다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토스의 가능성이 높게 평가 받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로 토스는 페이팔이 투자한 또 다른 미국의 간편 송금 업체인 벤모와 비교해도 빠른 성장 속도를 기록하며 이와 같은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유니콘 기업’을 위해 이제 남은 과제는 수익 모델 확보 정도다. 간편 송금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토스는 현재 거의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들에게 매달 5번까지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비해 CMS를 활용하는 토스는 송금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은행에 건당 150~450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이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송금 거래를 사용할수록 회사에는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하지만 토스의 전략은 명확하다. 간편 송금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얻기보다 더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해 ‘플랫폼’으로서의 힘을 강화하겠다는 선택이다. 수익은 ‘소비자들이 내는 수수료’가 아니라 ‘금융 파트너사들이 지불하는 중개 수수료’에서 얻겠다는 것이 일관된 전략이다. 최근 들어 토스가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발 빠르게 확장하며 자산관리·투자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토스는 지난해 하반기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6년 매출액 35억원과 비교해 2017년에는 205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6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판매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단가를 낮추고 수익성을 계속 높여 가고 있다. 토스 관계자는 “변동비 기준으로는 이미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했고 2019년에는 BEP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돋보기-토스의 간편 송금 서비스, 얼마나 쉽길래?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
‘토스’는 공인인증서 없는 쉽고 간편한 송금 서비스로 유명하다. 토스의 간편 송금은 은행자동출금 시스템(CMS)를 이용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 20곳, 증권사 8곳과 펌뱅킹 망을 통해 연동돼 송금을 지원한다. 이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곳이 비바리퍼블리카다. 송금인의 은행 계좌로부터 CMS를 이용해 인출된 돈은 비바리퍼블리카 법인 계좌로 들어가고 이 법인 계좌에서 다시 CMS를 통해 수신인에게 돈을 보내주는 구조다. 그렇다면 ‘30초 내’ 송금이 가능하다는 토스의 송금 서비스는 얼마나 쉬운 것일까. 송금할 금액을 입력하고 ‘받는 분’을 설정한 뒤 받는 분 통장에 표시할 내용과 출금 계좌를 선택한다. 송금 내용을 확인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송금이 완료된다. 송금 대상은 상대방의 연락처나 계좌번호를 이용해 확인할 수 있고 상대방이 토스에 가입돼 있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 월 5회까지 무료로 간편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최소 1원부터 200만원까지 송금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지문·얼굴 등 생체 인증 비밀번호 등록을 통해 더욱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인터뷰-이승건 대표 “금융 서비스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앱' 만들겠다"
정보기술(IT) 분야는 물론 금융업에 경험이 전무한 치과의사가 어느 날 핀테크업계에 출사표를 내밀었다. ‘무모해’ 보이기만 하는 그의 도전에 초창기만 해도 주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4년 만에 국내 핀테크업계의 신화가 됐다. 칠전팔기의 실패를 디딤돌 삼아 이뤄낸 결과다. 성공 신화의 주역인 이승건 대표로부터 토스의 성공 비결과 함께 국내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위한 조언을 들었다.
-토스가 이렇듯 이른 시간 내에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뭔가.
“토스는 우리와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다른 나라에 비해 제대로 된 금융 ‘서비스’가 없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했다. 이런 상황에 종지부를 찍는 절박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노력해 왔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 서비스의 사용 경험을 개선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해결하고 사업구조도 완전히 새롭게 짜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시작이 송금 부분이었다. 실제로 송금하다가 쓸데없이 복잡하고 불편한 프로세스에 화가 났던 것이 작은 계기가 됐다. 송금의 경험이 너무 불편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큰 기회가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했나.
“기존의 금융 서비스는 필요한 인증이나 입력 과정이 많았다. 소액 송금이라도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송금하려면 꼭 두 번의 공인인증서 인증이 필요했다. 어떤 서비스는 단 1원이라도 보내기 위해서는 수십 번의 클릭이 필요할 만큼 입력 과정도 복잡했다. 여기에 액티브 X나 추가 앱 설치를 요구할 때도 많아 고역이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스는 기존의 송금 프로세스에 얽매이지 않고 ‘쉽고 간편한 금융’이 무엇일지 본질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몰두했다. 그 결과 탄생한 토스는 심플한 디자인과 사용 경험 설계(받는 사람·금액 입력·인증)로 사용자에게 다소 충격적인 금융 경험을 제공했다. 그것이 사용자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이어졌다.”
-핀테크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없나.
“송금 서비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규제로 인해 어려움이 컸다. 2013년 12월 베타 서비스를 오픈했지만 2014년 4월 금융 당국에 의해 서비스가 폐쇄됐다. 오랜 시간 동안 정부와 금융 당국을 상대로 설득한 결과 2015년 초 토스 서비스 허용에 대한 유권해석을 받아 2월 공식 론칭할 수 있었다. 당시와 비교하면 많은 부분이 나아지고 있지만 규제가 더 많이 완화돼야 토스뿐만 아니라 국내 핀테크 업체들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해에만 42개 서비스를 론칭할 만큼 빠른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토스팀은 기본적으로 직급에 의해 의사결정이 되는 조직이 아니다. 팀원 각자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보장하기 위한 조직 구조를 갖추고 있다. 각 프로젝트에 따라 특정한 날짜까지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팀원(DRI)이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속하고 빠른 의사결정과 업무 진행이 가능하다.”
-팀원들이 각자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면 회사 전체적인 통일성은 어떻게 유지하나.
“팀원들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만큼 모든 팀원의 판단과 행동에 기준이 되는 ‘핵심 가치’ 또한 강조한다. 그중 첫째가 ‘고객 중심, 고객 집착’이다. 결국 고객이 회사 성장의 답이고 고객에게만 집중하면 다른 것은 따라온다. 당장의 수익보다 사용자들이 열광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팀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기존에 당연하다고 여기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각도에서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창업 4년째 ‘보안 사고 제로(0)’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 있다면.
“서비스 출시 후 지금까지 정보 보호 분야를 기업의 최우선 가치 중 하나로 인식해 왔다. 그만큼 이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특히 정보 보호 인력과 조직 육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2018년 11월 현재 임직원 166명 중 정보기술 인력은 87명이다. 이 중 정보 보호 전담 인력은 정보기술 인력의 약 7%에 해당하는 6명인데, 연말까지 7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보 보호 투자액은 2018년 보안 예산은 IT 예산 대비 23.5%에 해당하는 21억5000만원에 달한다.”
-토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금융 서비스’의 미래가 궁금하다.
“경쟁력에서 결정적인 차이는 고객이 체감하는 ‘사용자 경험’에 있다. 최소 2~3분이 걸리던 송금을 30초 이내로 줄인 획기적인 사용자 경험 덕분에 토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재 금융에 대한 모든 불편함을 개선에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금융, 사용할 때마다 행복감을 느낄 정도로 만족하는 최고의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겠다. 현재로서는 ‘종합적인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서비스는 토스가 유일하다. 토스는 모든 금융 소비자들이 금융에 대한 필요가 있을 때 찾는 첫 서비스가 되는 것이 목표다. 아직 국내에서는 금융 활동 대부분이 오프라인(지점)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 금융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9호(2018.11.19 ~ 2018.11.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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