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의결권 도입 법안 낸 최운열 의원 인터뷰…“대기업 허용은 시기상조”
“‘경영권 우려’ 없애줘야 벤처 성공신화 나옵니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여당 내 최고 ‘경제통’으로 꼽힌다. 그런 그가 요즘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경제 관련 도서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라고 한다.

이스라엘의 미래학자 유발 하라리가 올해 펴낸 신간이다. 최 의원은 ‘북한’과 관련해 저자가 적은 한 구절에서 큰 ‘울림’을 느꼈다.

“하라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 중 한 곳으로 북한을 언급했어요. 북한은 지도자의 말이 곧 법이기 때문이라고 했죠. 4차 산업혁명을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즉시 이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한 여건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최 의원은 “한국에서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성장하는 데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 8월 비상장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최 의원은 “이제는 규제의 철학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부여 역시 규제 철폐 차원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6개월 동안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어요. 그때 여러 벤처기업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죠. 성공한 벤처기업들의 특징은 기술력이 뛰어나고 아이디어가 좋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금은 충분하지 못하죠. 회사가 커 나갈수록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과정에서 경영권을 위협 당하는 일이 빈번해요. 증자를 하면 할수록 창업자의 지분이 감소하고 거대 자본과 같은 외부의 지분이 훨씬 더 커지는 일이 생기는 거죠.

이를테면 벤처기업이 원하지 않더라도 대기업이 지분을 사들여 해당 기업을 손쉽게 인수·합병(M&A)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벤처 창업을 망설이는 사람이 많다고 말합니다. 결국 벤처기업들의 경영권 보호와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차등의결권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어요.”


-개정안이 통과되면 벤처기업의 우려가 해소될까요.


“벤처기업들이 경영권 우려로 성장에 제약을 받고 있고 그로 인해 신규 창업을 망설이는 사례가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해요. 해외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이 회사를 만들어 기업 가치가 조 단위가 되는 새로운 대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또 이런 기업들이 생기면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나아가 국가 성장률도 높아집니다. 한국도 벤처기업이 꾸준히 커서 새로운 대기업이 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창업가들이 나와 꾸준히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죠. 여기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들이 있다면 그런 것들을 다 해결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새로운 동력을 찾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어요. 이번에 개정안도 그런 환경 조성의 일환입니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나올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분명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난도 나오는데요.


“대기업 후계자가 벤처기업을 만들어 키운 다음 핵심 지주사로 올린다거나 일감 몰아주기 등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어요.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죠. 그리고 개연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수도 없고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나친 기우입니다.
“‘경영권 우려’ 없애줘야 벤처 성공신화 나옵니다”
극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최근 정부 차원에서 일감 몰아주기 감시망 강화와 지주사 개편 등 대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한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하고 있어요. 사회적인 흐름 또한 대기업들의 전횡과 관련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죠. 대기업들이 쉽게 편법을 쓸 수 있는 환경과 상황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해외 투기자본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대기업에도 차등의결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시기상조라고 생각해요. 점차 나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한국의 대기업은 여전히 이사회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요. ‘오너가’라는 특수한 지배구조 아래 움직이기 때문이죠. 수치로도 나옵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7년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의 이사회 유효성은 137개국 중 109위로 나타났어요. 대주주의 영향력이 너무나 크다는 게 현실적으로 나타난 데이터죠.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99위라는 성적표를 받았죠.

한국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데 여전히 질적인 지표는 하위권이라는 것을 보여주죠. 이런 상태에서 대기업에까지 보편적인 차등의결권을 허용한다면 한국의 질적 지표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됩니다. 그래서 아직은 개인적으로 차등의결권 부여 여부는 검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지표를 개선한 후 도입해도 늦지 않습니다.”


-앞으로 규제 개혁을 어떻게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과 같은 개방경제 사회에서는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에요. 폐쇄적인 경제 상태에서 규제를 하면 먹혀들기 마련이죠. 그런데 완전히 개방된 상태에서는 규제를 하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버려요. 기업들도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인데 당연히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갈 수밖에 없죠. 나가는 기업을 어떻게 잡습니까.

기업들이 규제를 피해 해외로 나가면 우리한테 남는 게 없습니다. 자본도 유출되고 고용 여력도 줄게 되는 것이죠.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점차 하락하고 있는 만큼 약간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규제를 풀고 경제의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신기술이 언제 등장할지 모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포지티브 규제’보다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 더욱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포지티브 방식이라는 게 법으로 할 수 있는 것만 명시한 것인데 비트코인 같은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그 체계가 무력화되죠. 최근 차등의결권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 관련 규제들을 놓고 여야가 복잡한 셈법에 따른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 하루빨리 규제의 철학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최운열 의원이 발의한 벤처기업법은?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벤처기업법)’을 지난 8월 30일 발의했다. 비상장 벤처기업이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 1주당 부여되는 의결권 수를 최대 10개까지 늘린 ‘차등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현행법에선 ‘1주 1의결권’ 원칙을 명시해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없다. 증자 등의 과정에서 창업 기업인의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 위협에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최 의원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도입을 허용해 이런 경영권 불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자고 제안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0호(2018.11.26 ~ 2018.12.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