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6%(2015년)→58.1%(2017년)’로 줄어든 전국 대비 서울 아파트 비율…결론은 ‘정책 실패’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회사까지 편히 출퇴근할 수 있는 곳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꿈이 내게는 사치였나요."
경기도에 있는 전셋집에서 강남역 인근의 회사로 출퇴근하는 김 모 씨는 울분을 토하듯 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부녀회의 담합이나 자전거래를 한다는 투기꾼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한 뉴스 프로그램에서 본 장면이다.
맞다. 부녀회의 담합도 나쁘고 자전거래로 호가를 올리려는 투기꾼들도 나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런 이유만으로 집값이 오른다고 진짜 믿는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적응하기 어렵다.
올해 들어 11월 중순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3.0% 올랐다. 반면 경상남도 거제시의 아파트 값은 9.7%나 내렸다. 서울 사람들은 영악해 담합도 하고 자전거래도 하는데 거제 사람들은 순진해서 그런 짓을 하지 않기 때문에 집값이 내린 것은 아니다.
◆ 508만 개 일자리가 몰려 있는 서울
서울 집값이 투기 때문에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자. 하필이면 투기꾼들이 서울을 왜 좋아할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1~9월 동안 서울에 아파트를 산 사람들 중 20.4%는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 당장 실거주할 계획이 없으면서 다른 지역에 집을 사는 것을 투기라고 정의한다면 서울은 오히려 투기가 적은 지역이다. 같은 기간 매수자 중 외지인이 산 비율을 따져보면 전국 평균은 22.2%로 서울의 20.4%보다 높다.
한마디로 이 지수만 보면 서울은 투기보다 실수요에 의해 주도되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내린 거제시는 매수자의 24.8%가 외지인이다. 외지인이 집을 많이 산다고 그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면 서울 집값이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다. 한마디로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김 씨처럼 서울에 직장을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에 출퇴근에 편리한 서울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의 일자리 수는 2126만 개인데 그중 일자리가 가장 많은 곳이 서울로, 무려 508만 개의 일자리가 몰려 있다. 한국 일자리의 24%가 서울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서울에 사람이 많이 살고 있으니 일자리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국 인구 중 서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도 되지 않는다.
단순히 서울에 사람이 많아 일자리가 많은 것이 아니라 인구 대비 일자리 비율이 51.1%로 전국 평균 41.1%는 물론 전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통계가 시작된 2006년부터 최근 통계가 제공되는 2016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인구 대비 일자리 비율이 가장 높아진 지역도 서울이라는 점이다. 서울의 일자리 수도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이지만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자리의 질도 압도적이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의 억대 연봉자 중 32%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전국에서 서울의 인구 비율이 20%가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양질의 일자리가 서울에 몰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주택보급률 100% 안 되는데 아파트도 적어
문제는 이렇듯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서울에 아파트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이 많이 사니까 아파트 수 자체는 많지만 가구 수 대비 아파트 수가 적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말 기준으로 한국 전체 주택 수는 1712만 채로, 그중 61%인 1038만 채가 아파트다. 도시지역은 아파트가 많고 농어촌 지역은 상대적으로 아파트가 적은 편이다.
그런데 서울은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58%에 불과하다. 세종시의 82%는 물론 도시화 비율이 높은 다른 지역에 비해 현격히 낮다. 심지어 경상남도보다 낮은 형편이다.
서울은 주택보급률이 100%도 되지 않는 지역인데 그중 아파트 비율은 도시지역 중 가장 낮다. 소득이 가장 높은 지역에 아파트가 가장 적다는 아이러니가 서울 아파트 값을 비싸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다.
실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실수요자가 원하는 집을 공급하지 못한 결과가 시장가격으로 나온 것이다. 문제는 이런 모순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서울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58.1%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통계가 시작된 2015년에는 얼마였을까. 58.6%였다. 2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서울의 주거 문제가 개선된 것이 아니라 더욱 악화된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준공된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은 2016년 39%, 2017년 42%에 불과하다. 이 비율이 적어도 58.6% 이상이 됐어야 조금이라도 개선될 텐데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가 점점 줄어드니 서울 주택 문제는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가 최근에 불거진 것은 아니다. 2012년부터 2018년 9월 말까지 지난 8년 동안 서울에 지어진 주택 수는 47만6000채다. 그중 아파트 수는 20만5856채로 절반도 되지 않는 43.2%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2011년 말 서울 주택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게 차지한 이후 매년 그 비율이 떨어져 왔다는 것이다. 서울 주민의 주거 질이 계속 악화돼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파트는 통상 착공에서 준공까지 3년이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2012년부터 서울의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는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서울에서 아파트 착공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소득이 높아지면 더 나은 양질의 주거지를 원한다. 지금 서울에서 오른 것은 아파트이고 그중에서도 새 아파트이거나 새 아파트로 바뀔 수 있는 주택이다.
지난 5년간 서울 아파트 값은 32.3% 오르는 동안 빌라가 포함된 연립주택은 11.2%, 단독주택은 11.9% 오르는 데 그쳤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서울의 일자리 증가는 전국에서 최고 수준이고 양질의 일자리도 가장 많은 지역이 서울이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이 살고 싶어 하는 아파트의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서울시의 주택정책이 지난 10년 동안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단순히 투기로 매도하는 것은 주택정책 실패를 호도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9호(2018.11.19 ~ 2018.11.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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