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부만 믿지 말고 거래 상대방의 권리관계 꼼꼼히 직접 살펴야
[한경비즈니스=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변호사] 내연남과 짜고 남편을 니코틴 원액으로 살해해 언론에 회자된 일명 ‘남양주 니코틴 살인사건’의 형사재판 2심에서 2018년 7월 공범 두 사람 모두에게 무기징역형이 선고됐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달 후인 2018년 10월 선고된 이 사건 관련 민사재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니코틴 살인사건이라는 끔찍한 사건과 맞물려 우리의 등기제도가 공신력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기 때문이다. ◆끔찍한 ‘니코틴 살인사건’ 그 후
남편을 살해하기 직전 범인은 위조된 혼인신고서로 혼인신고를 했다. 그다음 남편 사망 후 남편 소유의 부동산을 상속받았다. 그 직후 범인은 해당 부동산을 처분했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등기부만 믿고 부동산을 취득한 선의의 제삼자에 대해 남편의 조카가 적법한 상속인 자격으로 부동산을 반환해 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등기부를 믿은 선의의 제삼자라고 하더라도 보호받을 수 없다는 취지로 피고에게 부동산 반환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우선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송 모 씨는 2016년 2월 28일쯤 오 모 씨의 동의를 받지 않고 송 씨와 오 씨가 혼인한다는 취지의 혼인신고서를 위조해 행사함으로써 오 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배우자 송 씨, 혼인 신고일 2016년 2월 29일이라는 내용이 입력됐다.
송 씨는 2016년 4월 22일 내연남인 황 모 씨와 공모해 오 씨에게 졸피뎀과 니코틴 원액 등을 투여해 사망하게 했다.
해당 부동산(아파트)은 원래 오 씨 소유였는데 송 씨가 2016년 5월 10일 상속을 원인으로 자신 앞으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친 후 피고에게 2016년 6월 30일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한편 원고는 오 씨의 유일한 상속인이다.
인정된 사실관계에 대한 법원 판단은 다음과 같다. 먼저 관련 법리를 보면 상속회복청구는 자신이 진정한 상속인이라는 것을 전제로 그 상속에 따른 소유권 또는 지분권 등 재산권의 귀속을 주장하면서 참칭상속인 또는 참칭상속인으로부터 상속재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거나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제삼자를 상대로 상속재산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다.
여기서 참칭상속인은 정당한 상속권이 없음에도 재산 상속인이라는 것을 신뢰할 수 있는 외관을 갖추거나 상속인이라고 참칭하면서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유함으로써 진정한 상속인의 재산 상속권을 침해하는 자를 말한다.
자신이 진정한 상속인이라는 것을 전제로 그 상속에 따른 소유권 또는 지분권 등 재산권의 귀속을 주장하면서 참칭상속인 또는 참칭상속인으로부터 상속재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거나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제삼자를 상대로 상속재산인 부동산에 관한 등기의 말소 또는 진정명의회복을 위한 등기이전 등을 청구할 때는 그 소유권 또는 지분권이 귀속됐다는 주장이 상속을 원인으로 하는 것인 이상 그 청구 원인 여하에도 불구하고 이는 상속회복청구의 소라고 해석한다.
이와 같은 법리에 따라 법원은 이 사건을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원고는 오 씨의 유일한 상속인으로서 아파트를 오 씨로부터 상속받은 점, 그런데 송 씨는 혼인신고서를 위조해 외관상 재산 상속인인 것처럼 한 참칭상속인인 점, 피고는 참칭상속인인 송 씨로부터 상속재산인 아파트를 취득한 점 등에 비춰 피고는 상속회복청구를 구하는 원고에게 아파트에 관해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아파트를 매수할 당시 송 씨가 참칭상속인인지 알지 못하고 매수한 선의의 제삼자이므로 원고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피고가 참칭상속인인 송 씨에게 매도인의 담보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다른 기회에 따로 논하기로 하고 상속등기의 공신력이 없어 진정한 상속인인 원고의 상속회복청구의 효과에 따라 피고의 선·악의를 묻지 않고 피고는 상속재산을 원고에게 반환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0호(2018.11.26 ~ 2018.12.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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