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18 전국 경영대 평가]
-김재욱 고려대 경영대학장 인터뷰
-1998년 대학 최초 외부 컨설팅 통해 변화 ‘시동’
“전략적 목표·뚜렷한 방향성이 고대 ‘롱런’의 원동력이죠”
한경비즈니스 전국 경영대 평가에서 11년째 왕좌를 지키고 있는 고려대 경영대학에 새 학장이 취임했다.

11월 1일 방향타를 잡은 김재욱(55) 학장은 “교육의 공급자가 아니라 사회가 원하고 수요자와 협력할 수 있는 경영 교육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마케팅을 전공한 학자답게 ‘수요자 중심’의 교육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화 역량을 키우고 커리큘럼도 바꿀 예정이다.


지난 11월 26일 김재욱 학장을 만나 고려대 경영대의 강점과 앞으로의 취임 기간 동안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 물었다.


◆고려대 경영대가 성장할 수 있던 요인은 무엇인가요.
“고려대 경영대는 시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부터 ‘경영 교육이 갖는 진정한 의미의 경쟁력’에 대해 고민했죠. 1998년 국내 대학 중 최초로 베인앤드컴퍼니의 컨설팅을 받았고 연구 역량 강화에 돌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나요.
“가장 먼저 우수 교원을 확보하고 교육 공간의 리노베이션을 진행했어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임교수진과 이들의 뛰어난 연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일방적인 전달식 수업이 아니라 토론식 수업을 하려면 보다 원활하게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죠.

이를 위해 건축 설계사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서 보스턴까지 선진 경영대를 벤치마킹하면서 LG-포스코경영관과 현대자동차경영관의 교실 형태를 교탁을 중심으로 말발굽형(U자형)으로 설계했습니다. 이처럼 고려대 경영대의 원동력은 1990년대 말부터 세웠던 전략적인 목표와 뚜렷한 방향성을 지금까지 이어 오는 데 있습니다.”


◆기업에서 고려대 경영대 학생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직이 원하는 인재상은 시대에 따라, 기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책임감과 성실함은 변하지 않는 가치인 것 같습니다. 고려대 학생들만큼 본인이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문화적 교육을 받는 집단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려대의 전통이자 독특한 학풍이랄까요. 그러면서 동시에 1990년 말부터 시작한 교육의 변화가 시대에 맞는 인재를 배출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험을 보지 않고 매 수업마다 2페이지짜리 에세이를 받고 있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경영대 교수들이 교육 방식을 바꾸고 학생들이 지식을 단순히 전달받는 수준이 아니라 지식을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왔습니다. 학생들이 사회 속에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개인의 역량을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체화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올해 가장 의미 있는 변화와 내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경영 교육이 최근 일어나고 있는 격변을 잘 반영하고 대처하고 있는지, 궁극적으로는 그런 변화의 중심에서 리더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에 따른 변화에서 경영학 분야도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고려대 경영대는 2019년 1학기부터 학부 과정에 ‘비즈니스애널리틱스’라는 빅데이터 활용 교과목을 개설합니다. 학부에서 성과가 보이면 석사와 박사 프로그램까지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전통적으로 경영학에 포함됐던 학문뿐만 아니라 통계학·수학·공학을 아우른 교육을 통해 미래 경영 교육에 대한 준비를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늘리기 위해 학사 전반의 운영 방식을 바꿀 예정입니다.”


◆경영대의 혁신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과 윤리 경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업가 정신과 윤리 경영 과목이 개인의 선택이었다면 앞으로는 필수과목이나 교양과목으로 변화할 것 같습니다. 우리 학교도 교과과정 개편을 통해 다음 학기부터 과거 ‘경영학의 이해’였던 과목을 ‘경영과 사회’로 바꾼 뒤 1학년 필수과목으로 지정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교과과정이 개편되면 그다음은 현재 개설된 재무·회계·마케팅 과목에서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내용을 다룰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바꾸는 게 2단계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려대 경영대 스타트업 연구원이 개원한 지 2주년이 됐는데 성과는 어떤가요.
“고려대 경영대의 스타트업 연구원은 우리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에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많은 젊은이들이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입주 팀에 고려대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입주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38개 팀이 거쳐 갔고 입주사의 기업가치는 232억원에 달합니다. 스타트업 익스프레스라는 창업 경진 대회를 통해 입주사를 선발하고 창업 교육 등 인큐베이팅을 진행하고 있죠.

이후 벤처캐피털, 엔젤 투자자 등을 초대한 ‘츄츄데이’ 행사를 개최해 투자 생태계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영역의 젊은이들을 연결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얻은 경험은 닫힌 세상보다 열린 세상이 훨씬 더 큰 잠재력을 성취할 수 있다는 거죠.”


◆고려대 경영대가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고려대 경영대는 그동안 국내 경영 교육의 선도자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환경에 맞는 변화를 취해 왔는지 묻는다면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경영대 구성원의 절대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전략적 플랜을 세울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진정한 의미의 수요자 중심 교육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원하는 교육, 지금 이 사회가 원하는 교육, 기업이 원하는 교육을 아우를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해야죠. 또 사회적 격변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경영 교육 방향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나갈 것입니다.”


인터뷰=장승규 편집장
정리=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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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1호(2018.12.03 ~ 2018.12.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