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투자 변곡점’… 다시 짜는 2019 재테크 전략 ]
-미·중 무역 분쟁 타결 여부 주목, ‘집권 3년 차 증시 효과’ 기대도


[편집자 주= 2019년은 한국 경제에 중요한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점점 격화되고 있고 신흥국 위기 또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또한 중요한 변수다. 이 충격을 버텨낼 수 있을지가 한국 경제의 생존과 추락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다. 재테크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성공하는 투자를 위한 ‘길잡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시기다. 위기의 시대, 숨어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한 투자 전략을 소개한다.]
‘낮아진 성장률, 높아진 불확실성’…2019년 숨은 투자 기회는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올해 금융시장의 흐름은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웠다. 미·중 무역 분쟁, 신흥국 불안 등 메가톤급 변수들이 작동하며 하반기 들어 증시가 크게 출렁이는 등 투자자들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년 전망 역시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키워드를 꼽자면 ‘낮아지는 성장률’과 ‘높아지는 불확실성’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되는 등 짙게 드리워진 ‘위기’의 파고를 넘어서기에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요소가 없다.

하지만 포기는 이르다. 특히 ‘투자’의 관점으로 보자면 위기는 언제나 또 다른 ‘기회의 시작’이 되는 법이다. 2019년 국내와 글로벌 경기의 흐름은 어디로 향할까. 이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투자전략을 짚어봤다.


◆반도체 효과 사라지고 인구 고령화 심화

“선진국 금리 인상으로 그동안 경기를 떠받치던 유동성 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교역 위축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세계경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하향 흐름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국내 경기는 세계 경기보다 뚜렷한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경기는 세계 경기에 앞서 올해부터 하향 흐름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소는 ‘2019년 국내외 경제 전망’을 이렇게 정리했다. 이 보고서에서 예측한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3.5%, 국내 경제성장률은 2.5%다. 지난해 각각 3.8%, 2.8%와 비교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국내 경기의 하향 흐름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것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금까지 국내 경기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반도체 효과’가 사라지고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저출산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앞으로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반도체 수요는 장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 몇 년간 보였던 ‘큰 호황’은 지속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출산율 급감 역시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충격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산율 감소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기까지는 15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수요 측면에서는 당장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생산인구 감소 추세가 2020년 이후 가속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중·장기적인 위협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1월 2020년까지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내놓았는데 2019년 2.8%, 2020년 2.9%라고 전망했다. 1년 전 전망에서 2019년까지 3%대의 성장을 이어 갈 것이라던 예측에 비해 수치가 낮아졌다. OECD는 2019년과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각각 3.7%, 3.5%라고 전망했다. 장기적인 흐름에서 세계 경제성장률 또한 낮아지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2020년까지 한국은 세계 경기와 비교해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낮아진 성장률, 높아진 불확실성’…2019년 숨은 투자 기회는

◆미·중 무역 분쟁 부정적 효과 1분기 집중


국내 증권사들은 내년 주식시장이 ‘상저하고’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스피지수는 1900~2500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하나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은 예상 밴드를 1900~2400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는 1850~2350, NH투자증권은 1950~2400, 교보증권은 2050~2550을 제시했다.

투자전략의 관점에서 당분간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미·중 무역 분쟁은 이미 향후 경기 전망의 변수가 아닌 상수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의 하락세가 장기화되는 추세고 주식시장의 부진으로 투자 심리는 급격하게 위축된 상태다. 비관론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하지만 ‘숨어 있는 기회’ 또한 적지 않다.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고 달러 강세가 약세로 전환되면 시장이 반등세를 보일 수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9년은 일정 수준의 적정 지수를 기준으로 등락이 반복되는 순환 장세가 될 것”이라며 “다만 순환 과정에서 강력한 상승장의 기세를 느낄 수 있는 국면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변곡점에서 서 있는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가장 핵심 요소로 ‘미·중 무역 분쟁’을 꼽는다. 최근 미·중 무역 전쟁의 ‘휴전 협상’ 소식이 전해지며 다소 안정되던 시장은 양국의 입장 차가 드러나며 또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만큼 무역 분쟁과 관련한 각각의 상황에 따라 시장 또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낮아진 성장률, 높아진 불확실성’…2019년 숨은 투자 기회는
신동준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미·중 무역 분쟁의 ‘부정적 여파’가 2019년 1분기에 집중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부과한 현재의 관세 규모와 관세율만 고려해도 2019년 상반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를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달러 강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정보기술(IT) 등 해외 매출 비율이 높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 우려도 1분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신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인덱스는 올해 2월을 저점으로 8월까지 9.2% 상승했다”며 “경험적으로 약 10%의 달러 강세가 진행된 후 6개월이 지나면 미국 경제의 체질이 약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고려할 때 달러 강세의 부정적 영향은 2019년 1분기에 집중될 수 있다. 이 시기를 전후해 투자은행들이 경제와 실적 전망을 가파르게 하향 조정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한 번 더 확대될 위험이 높다.

2019년 상반기까지는 이미 대폭의 가격 하락이 진행된 중국과 한국 주식보다 미국 주식의 하락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말 미리 혹독한 가격 조정을 겪으면서 금융 위기 수준으로 가치가 급락한 중국과 한국 등 신흥 아시아 주식에 오히려 새로운 진입을 모색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비관론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거꾸로 “2019년 국내외 시장의 흐름은 예상보다 좋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유동원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추세적 주기로 봤을 때 아직 글로벌 증시의 고점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향후 2년 이상 추가 상승장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2019년 연초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미·중 무역 갈등 등이 달러 강세 흐름을 자극할 수 있다. 유 이코노미스트는 장·단기 금리 차와 변동성을 비교한 추세적 주기로 볼 때 미국 경기는 ‘미드 사이클(경기 확장 중반부)’에서 ‘레이트 사이클(경기 확장 후반부)’로 접어드는 사이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비와 고용 시장을 비롯한 미 경기의 강한 모멘텀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다만 금리와 관세의 영향으로 기업 비용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2019년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은 다소 둔화될 수 있지만 이 또한 이미 시장에 대부분 반영된 상태다. 유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에 달러·유가·금리 모두 안정적 흐름을 보이는 ‘골디락스 구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또한 “2019년 국내시장은 예상보다 좋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근거는 세 가지다. 먼저 국내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과 비교해 보면 명확하다.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5000~3만 달러로 우리와 비슷하다. 기업 실적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도 유사하다. 하지만 밸류에이션은 다르다. 10월 말 기준으로 MSCI코리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R)은 7.5배에 불과하지만 대만은 12.3배였다. 한국이 저평가돼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상승 여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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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년 차, 주식시장 어김없이 올랐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저평가돼 있는 것일까. 그 차이는 배당에서 나온다. 윤 센터장은 “한국과 대만만 비교해 봐도 주주를 대하는 차이가 밸류에이션이 차이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주주의 가치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기업과 이익이 날 때에만 주주의 권리를 챙겨 주는 기업 간의 밸류에이션이 동일할 리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봤을 때 최근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의 도입 확산, 주주행동주의 활성화 등의 변화는 긍정적인 요소다. 투자자들 또한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미국의 성장주 랠리가 주춤해지면서 ‘달러 약세→유가 강세→신흥시장(EM) 강세→가치주 강세’라는 도식이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무형자산이 주도하는 경제’에서 이제 이런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윤 센터장은 “무형자산의 확장성은 거대한 고수익 기업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고 이제 점점 더 주변 산업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투자자들도 ‘성장주’에 주목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셋째, 미국의 장·단기 금리 차가 0에 근접하고 있다. 장·단기 금리 차는 경기의 수축과 확장을 잘 반영하는 지표다. 따라서 이 시그널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무조건 ‘안전 자산으로 대피하라’는 공식에 무조건적으로 편승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윤 센터장은 “장·단기 금리 차가 역전돼도 시장은 더 상승할 수 있다”며 “시그널과 경기 정점, 증시 고점과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업사이드 리스크(주가 상승시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것)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0년 3월 증시 고점과 2007년 증시 고점은 장·단기 금리 차가 역전된 지 각각 21.7개월, 16.5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만약 2018년 4분기에 장·단기 금리 차가 역전되더라도 표면적으로는 2020년에나 가야 증시 고점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윤 센터장은 “미국 중심 레버리지 사이클은 10년 주기로 위기 국면을 맞았지만 현재는 미국만의 수요에 따른 레버리지 사이클이 아니기 때문에 사이클이 더 길어지고 있다”며 “오히려 당면한 문제를 풀어가려는 정부의 정책 대응이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과거의 사례를 봤을 때 2019년엔 유가증권시장뿐만 아니라 코스닥시장도 희망을 품어볼 만하다”고 말한다. 1996년 코스닥시장이 출범한 이후 이명박 정부를 제외하곤 정부 출범 2년 차 말과 3년 차 초에 코스닥시장이 매번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선거 공약 이행과 출범 직후 발표했던 정책의 구체적인 행동들이 2년 차 말부터 실행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신정부 제2기 내각 구성은 2년 차 말에 주로 나타난다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내각의 다양한 의지가 표명되면서 코스닥시장에 훈풍이 불 가능성이 높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런 정황들을 고려할 때 ‘정부 3년 차’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등 국내 금융시장에 활력이 도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2018년 연말이 힘들었던 만큼 비관론에 휩싸여 있기보다 오히려 지금은 좋은 투자 기회를 찾는 ‘낙관론’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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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2호(2018.12.10 ~ 2018.12.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