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례로 알아보는 ‘특별수익분의 반환 제도’
부모님 생전 받은 상속분, 다시 나눠야 할까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 부친이 돌아가시기 전에 자식 중 일부에게 주택·토지·기타 재산을 미리 증여할 수도 있다. 자식들 모두에게 주더라도 그 증여액에 차등을 두기도 한다. 그 후 부친이 돌아가셨는데 사망 당시 남아 있는 상속재산만 가지고 상속인들이 나눠 가진다면 공평할까.


우리 민법에선 미리 받은 재산을 모두 반환해 다시 정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른바 ‘특별수익분의 반환’ 제도(민법 제1008조)다.


◆미리 받은 재산 가치, ‘사망 당시’로 재평가해야


미리 말해두면 ‘기여분’이라는 제도도 있다. 부모님이 재산을 일구는데 특별히 기여한 자, 즉 회사에서 중책을 맡아 회사를 일구는데 매우 특별한 노력을 한 자식이라든지, 부모님 병수발을 수년간 든 자식이라든지 이런 사람들에게는 상속재산에서 일정액을 뚝 떼어주고 그 나머지만 가지고 다시 N분의 1로 나누는 ‘기여분’ 제도도 있다.


기여분이 인정되면 그 부분은 완전히 상속재산에서 제외되고 기여자 개인의 재산이 되며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을 상속재산으로 본다.


민법은 제1008조에서 미리 받은 상속분이 있더라도 이를 모두 반환해 상속분을 다시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재산을 선지급받았던 자식들에게는 별다른 이익이 발생하지 않고 그러한 선지급이 없었던 상태와 같이 된다.


부친이 살아계실 때 자식들과 배우자에게 그 어떤 재산도 미리 지급한 일 없이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가 사망했다고 가정해 보자. 사망 당시 재산이 90억원이고 자식이 3명, 잔존 배우자가 있다면 이들은 20억원 : 20억원 : 20억원 : 30억원(모친은 50% 가산)으로 상속받게 된다.


이번에는 부친이 이 재산을 생전에 ‘1남’에게 15억원, ‘2남’에게 10억원, ‘3녀’에게 5억원, 배우자에게 5억원을 증여해 둔 경우를 생각해 보자(사전 증여분 합계 35억원). 그러면 부친 사망 당시에는 55억원이 남아 있을 것이다.


법정 상속분보다 많은 재산을 미리 선지급 받은 경우(초과 특별수익자)도 있다. 위 경우는 상속인들이 미리 받은 금액이 최종적인 법정 상속분 20억원에 각 미달한다. 이때는 계산이 간편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20억원이 넘는 재산을 미리 받은 경우, 즉 25억원짜리 토지를 미리 받은 경우에는 나머지 상속인들의 상속분 계산이 좀 복잡해진다.


민법은 이 55억원만 가지고 상속인들에게 분배한다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봤다. 그러므로 미리 받았던 특별수익분(증여·유증)은 계산상으로 다시 반환해야 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90억원이라는 가상의 상속재산 기금(基金)을 가지고 ‘20억원 : 20억원 : 20억원 : 30억원’의 비율로 배분한다.


이때 ‘1남’은 미리 받은 15억원이 있으므로 잔존한 상속재산 55억원에서 모자란 5억원을 받아간다. ‘2남’은 모자란 10억원을, ‘3녀’는 모자란 15억원을, 모친도 모자란 25억원을 잔존한 상속재산 55억원에서 받아간다.


이렇게 하면 모든 계산이 끝난다. 결국 부친이 생전에 재산을 미리 증여해 주든, 그렇지 않고 모든 재산을 남겨두든 법정상속분은 동일하게 된다. 어떻게 하더라도 그 결과는 ‘20억원 : 20억원 : 20억원 : 30억원’이 되는 것이다.


부친 사망하기 10년 전에 받은 주택이 당시 가격으로는 2억원이었지만 사망 시 평가하면 10억원이 될 수도 있다. 이때는 10억원으로 평가해 가산해야 한다. 이 감정평가 문제에서도 극렬한 이해 대립이 생길 수 있다. 시세라는 것은 모호하고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므로 감정평가만으로도 상당한 금액 차이가 발생한다.


부모 생전에 자식들이 받은 모든 이익을 이처럼 다 계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특별한 수익’만이 계산상 반환 대상이고 이는 ‘상속분의 선급’이라고 판단되는 것만을 의미한다. 즉 주택 구입 자금, 사업 자금, 혼수 지참금, 유학비용 등이다.


이처럼 미리 선급 받더라도 사망 후에는 계산상으로 차이가 없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리 받는 게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감정평가 문제도 그렇고 미리 받아둔 재산을 통해 많은 추가 수익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1호(2018.12.03 ~ 2018.12.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