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키워드는 ‘50대 사장’과 ‘외부 인재’…젊고 슬림한 조직으로 간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현대차그룹의 인사가 12월 12일 발표됐다.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 취임 3개월 만에 단행된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과 사장의 절반 이상이 자리 이동을 하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만큼 대대적인 변화를 가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을 이끌어 왔던 인사들이 대거 2선으로 물러나면서 명실상부한 정 수석부회장 체제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훨씬 젊고 슬림한 조직으로 경영진을 개편했다는 평가다.
◆ 그룹 부회장 7명→6명
이번 현대차그룹 인사의 정점은 ‘부회장단의 퇴진’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존에 정 수석부회장을 포함해 7인의 부회장단 체제로 꾸려져 있었는데 이번에 정태영(현대카드)·윤여철(현대차 노무·국내생산) 부회장만 자리를 유지하고 다른 부회장들은 계열사로 이동하거나 고문으로 물러났다.
특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며 그룹 2인자 역할을 해왔던 김용환(기획조정실) 부회장의 현대제철 이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부회장의 이동이 곧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체제로 탈바꿈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2010년 부회장으로 승진해 구매·비서실·감사실·법무실 등 그룹 전반의 살림을 도맡아 왔고, 기획조정실로 배치된 이후에는 지배구조 개편과 계열사 관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일단 현대차그룹은 김 부회장이 담당했던 그룹 기획조정담당 부회장직을 당분간 두지 않기로 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굵직한 그룹 살림을 직접 챙기고 김걸 기획조정1실장(사장) 등 사장단에 실무를 맡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부회장과 함께 정 회장 사단으로 불리던 양웅철(연구개발총괄)·권문식(연구개발본부장) 부회장도 각각 고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김용환(그룹 기획조정)·우유철(현대제철) 부회장은 현대제철과 현대로템으로 이동했다.
이번 인사에서 유일하게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은 그동안 현대차에서 전략기획을 담당하다가 건설로 옮기게 됐다. 정진행 부회장은 1978년 현대차그룹에 입사하면서 현대건설로 입사해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의 주역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현대건설로 돌아가게 됐다.
◆ 그룹 굵직한 살림은 정 부회장이 직접 챙길 듯
사장단 인사는 ‘외부 인재’와 ‘50대 사장단’으로 요약된다. 정 수석부회장의 외부 인재 중용과 세대교체에 대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그룹 안팎에서 가장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인사는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현대·기아차 개발을 총괄하는 연구개발본부장에 외국인 임원을 임명한 것은 현대차그룹 역사상 처음이다.
BMW에서 고성능차 개발 총괄부사장으로 있던 2015년 현대차그룹에 영입된 비어만 사장은 올해 1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그룹 내부에서 비어만 사장은 신차의 성능 개선과 고성능차 사업의 성공적 시장 진입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임원에서 지난해 현대차에 합류한 전략기술본부장 지영조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비어만 사장과 함께 지영조 신임 사장의 승진이 현대차그룹의 외부 인재 중용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첫 인사라는 분석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여수동 현대차 기획조정2실장(부사장) 등 5명에 대해서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여 부사장은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다이모스·현대파워텍 합병법인의 대표를 맡았다.
황유노 현대캐피탈 코퍼레이트센터 부문장과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 서보신 현대차 생산품질담당, 공영운 그룹 홍보실장 등은 각각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밖에 박정국 현대케피코 사장은 그룹 내 최대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사장으로, 문대흥 현대파워텍 사장은 현대오트론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편 이번 인사를 통해 현대차그룹과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한층 젊어졌다는 분석이다. 60대 경영진이 상당수 물러나고 50대 중·후반 사장들이 승진·이동했기 때문이다. 지영조·여수동·문대흥·공영운 등의 사장 승진자들은 모두 50대다.
[정부 차관급 인사]
- 문 대통령, 차관급 16명 인사…정책 추진 속도 높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월 14일 기획재정부 1, 2차관을 포함한 16명의 부·처·청·위원회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차관급 인사 교체다.
문 대통령은 기재부 1차관에 이호승 현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을, 2차관에 구윤철 현 기재부 예산실장을 임명했다. 또 국토교통부 1차관에 박선호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을, 국무조정실 2차장에 차영환 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각각 선임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에 김학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에 문미옥 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행정안전부 차관에 윤종인 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상임위원,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 김용삼 현 국민체육진흥공단 전무이사를 발탁했다.
인사혁신처장에는 황서종 현 소청심사위원회 상임위원, 조달청장에 정무경 현 기재부 기획조정실장, 소방청장에 정문호 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이 임명됐다.
이 밖에 농촌진흥청장에 김경규 현 농림축산식품부 기조실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김진숙 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철청 차장, 국가보훈처 차장에 이병구 현 보훈처 기조실장, 원자력안전위언회 위원장에 엄재식 현 원안위 사무처장,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상임위원에 김일재 현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이 각각 임명됐다.
이번 인사는 경제 관련 부처에 집중돼 문 대통령이 최근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경제 분야에서의 국정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가 강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청와대 비서진 가운데 3명이 차관급으로 자리를 옮겨 부처 장악력을 높이고 청와대와 부처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출범 초기와 달리 차관급 인사는 특별한 외부 영입 없이 관료 중심으로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에 이어 조만간 대대적인 청와대 개편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3호(2018.12.17 ~ 2018.12.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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