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들과 총리들은 경제를 모른다. ‘안다’고 하는 것은 머리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가슴으로 내려앉아 다리로 옮겨지는 실천을 하는 데는 이르지 못한다. 설령 그들이 어린 시절 어려웠던 경제 환경을 경험해 서민들의 삶을 ‘안다’고 하더라도 결코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생각을 못하는 게 그들이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고 그래서 글자도 읽지 못하는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시절 브라질 경제는 좋았다. 하지만 그가 물러난 후 부정과 부패 혐의가 있었고 재기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중앙은행(Fed)을 향해 ‘기준금리를 동결하라’는 시그널과 언론 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미국 역사에서 Fed의 금리 정책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했던 간 큰(?) 대통령은 없었다. 48세의 젊은 하원 의장이던 폴 라이언 의원은 그의 정계 은퇴 고별 연설에서 “미국 정치가 무례와 냉소에 휘말려 망가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정부를 비판했다. 부동산 개발로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거대한 자본주의의 운영 메커니즘을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이뤄지는 ‘꼼수’ 정도로만 이해한 듯하다.
미국 국무부를 중심으로 하는 외교도 망가졌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사임했다. 비서실장 한 명을 임명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사람주머니’가 없다는 의미다. 그 누구도 감히 난파선에 오르려고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유류세 ‘헛발질’과 ‘노랑조끼’의 저항도 다르지 않다. 젊다는 것은 ‘도전한다’는 의미도 되지만 오랜 경험과 숙성된 내공에서 나오는 ‘경륜’이 부족하다는 의미도 된다. 순간의 ‘바람’으로 정권을 잡을 수는 있지만 결국 실력은 ‘들통’나기 마련이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입지도 마찬가지다. 2019년 3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를 앞두고 절충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불투명하다. 보이지도 않는 영국 제국의 자존심을 가지고 새롭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를 거부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꿈이자 ‘중국의 꿈’도 간단하지 않다. 과연 중국의 1인 독재 체제가 공고화될 수 있을까. 중국의 신장위구르·내몽골·동북3성·티베트 등지가 전 국토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이 6등분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한국의 대통령은 어떨까. 취임하자마자 인천공항공사를 찾아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것을 약속했다. 정부 출범 직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사업 백지화를 발표했다. 모두 대통령의 ‘입’을 통해 직접 나온 말들이다. 노동시장의 기능과 발전 시장의 수급에 따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상관없는 얘기다.
하지만 그 문제가 사실 문제의 ‘본질’이다. 정부는 12월 14일 ‘2019년 경제정책 방향’을 관계 부처 합동으로 작성,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유토피아’다. 국가 경제를 놓고 어디가 문제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논하는 게 아니다. 지금 이러하니 이렇게 해서 더 크게 경제를 만들겠다는 그야말로 ‘꿈’으로 가득 차 있다. 대통령의 심기만 고려한 77페이지 A4 보고서다. 이걸 보고 택시 운전사들이 동의할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감동할까. ‘일자리 상황판’에 학수고대하던 젊은이들이 또다시 꿈과 희망을 얘기할까.
‘기회의 균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는 사회·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국가 콘텐츠가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시간을 두고 변해야 할 다차·다항 연립방정식이다. 이걸 단순한 직선 1차함수로 보는 게 대통령과 정부의 시각인 듯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4호(2018.12.24 ~ 2018.12.3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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