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국내 캠핑카 10년 새 27배 늘어…4000만원 중반대 모델 등 선택 폭 넓어져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가족 또는 연인과 특별한 목적지 없이 달리다 바닷가 등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머무르며 숙식을 해결하는 캠핑카 여행. 남자라면 한번쯤 꿈꾸는 버킷 리스트(죽기 전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다.

캠핑 하면 으레 다소 불편한 텐트를 떠올리며 거부감을 느끼는 이가 많지만 캠핑카 1대면 모든 게 해결된다. 냉장고와 싱크대 등 여행 중 꼭 필요한 시설을 모두 갖춘 데다 화장실과 샤워 시설까지 있으니 별장이 부럽지 않다.

최근엔 4000만원 중반대 보급형 모델부터 7000만원대 고급형 모델까지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남자의 ‘버킷 리스트’ 캠핑카 산업 뜬다
2018년 12월 24일 인천 서구의 한 캠핑카 제작 업체. 크리스마스 이브임에도 불구하고 주문이 밀려들어 공장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김동우 다온티앤티 영업본부장은 “주문이 들어오면 완성차 기업에서 기반 모델을 구입해 캠핑카로 제작하고 있다”며 “캠핑 비수기로 꼽히는 겨울철에도 매달 20~30대 정도의 주문 물량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현대자동차의 화물차 모델인 포터를 기반으로 캠핑카를 제작한다. 보급형 모델인 ‘다온밴(4500만원)’부터 최고급형인 ‘포스 650(6897만원)’까지 8개 모델을 생산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르노그룹의 상용차 핵심 주력 모델인 마스터를 기반으로 한 ‘르벤투스’를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르벤투스는 일반형(5610만원)과 고급형(6270만원) 두 종류가 있다.
남자의 ‘버킷 리스트’ 캠핑카 산업 뜬다
◆르노 마스터 기반 ‘르벤투스’ 인기

르벤투스 고급형 모델에는 고용량 배터리(인산철배터리)와 태양광 전력 전환 장치, 실내 바닥 난방 시설, 고정형 변기 등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포터 기반 모델은 모든 기종에 태양광 전력 전환 장치가 설치돼 있다. 또한 최저가인 다온밴을 제외한 모든 모델에 실내 바닥 난방 시설을 적용해 겨울철 캠핑이 가능하다.

이 업체가 부부 전용 모델로 내세우는 ‘올카(5280만원)’ 내부에 들어가 봤다. 냉장고·전자레인지·싱크대·TV·오디오·에어컨·소파·테이블 등이 오밀조밀 배치돼 있었다. 샤워실에는 샤워 시설과 함께 임시 변기가 자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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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리터들이 청수통을 통해 요리 재료 세척과 샤워 등이 가능하다. 캠핑 중 부족한 물은 외부 주입구로 보충하면 된다. 외부 천장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낮 시간에 모아둔 전력을 야간에 활용할 수 있다.

문득 잠자리가 궁금해졌다. 테이블을 아래쪽으로 살짝 접고 소파의 등받이 2개를 테이블 위로 올리자 튼튼하면서도 푹신한 침대가 완성됐다. 성인 2명을 비롯해 유아 1명 등 총 3명이 충분히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널찍했다.

실내 구성은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늑하고 쾌적해 보였다. 외관 또한 화물차를 기반으로 한 모델답지 않게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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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본부장은 “벽면에 단열 소재를 적용해 방음과 온도 조절 효과가 뛰어나다”며 “한겨울에도 속옷만 입고 캠핑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고객들이 선호하는 실속형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상용차 모델 마스터를 기반으로 한 르벤투스 고급형 모델도 둘러봤다. 트럭을 기반으로 한 모델보다 한결 자연스러운 외관이 돋보였다. 운전석과 조수석 곳곳에 다양한 수납공간을 둬 캠핑 중 필요한 자잘한 물건을 보관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남자의 ‘버킷 리스트’ 캠핑카 산업 뜬다
다만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국내 운전자에게 르벤투스의 수동변속기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르노삼성차는 2018년 10월 15일 마스터 수동변속기 모델을 국내에 우선 출시했다. 유럽 내 인기 모델인 마스터를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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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당 10.8km(마스터 S)와 10.5km(마스터 L)의 높은 복합 연비를 감안하면 약간의 불편은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남자의 ‘버킷 리스트’ 캠핑카 산업 뜬다
르벤투스는 기본 편의 품목은 물론 실내 인테리어에 특히 공을 들인 모델이다. 소파·벽면·천장 등에 오염에 강한 기능성 고급 원단을 사용했다는 게 다온티앤티 측의 설명이다.
남자의 ‘버킷 리스트’ 캠핑카 산업 뜬다
김 본부장은 “소파 등에 볼펜 잉크가 묻더라도 물티슈 등으로 쉽게 닦아낼 수 있다”며 “르벤투스는 최근 오토 캠핑 마니아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정부, ‘캠핑카 튜닝 규제 개혁’ 나서

국내 캠핑 인구는 업계 추산 약 600만 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캠핑카 시장도 성장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6월까지 국내에 등록된 캠핑카는 9231대로 10년 새 27배나 늘었다. 여기에 포터 등 화물차를 기반으로 한 모델은 ‘이동식 업무 차량’으로 등록된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 숫자는 1만 대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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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는 동력의 여부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캠핑 시설과 함께 자체 동력을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은 모터홈 또는 모터카라반으로 칭한다. 자체 동력 없이 캠핑 시설만 갖추고 차량 후면에 연결하는 형태는 캠핑 트레일러라고 부른다.

국내에 등록된 9231대의 캠핑카 중 트레일러가 7551대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바뀔 전망이다. 정부가 ‘캠핑카 튜닝 규제 개혁’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는 캠핑카를 승합차로만 규정하고 있다. 화물차를 캠핑카로 구조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포터 기반 모델 등을 이동식 업무 차량으로 등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동식 업무 차량에는 법적으로 가스레인지나 전기레인지를 장착할 수 없다.

정부는 2018년 8월 16일 최병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주재로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지역 규제 혁신 간담회’에서 지역 기업인들로부터 규제 완화 건의를 받고 화물차 등도 캠핑카로 사용할 수 있도록 차종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2018년 10월 24일에는 화물차와 특수차도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창업 규제 혁신 방안’을 심의·확정했다. 이를 통해 관련 제작업과 정비업, 신규 창업을 촉진하고 연간 2000대 이상의 개조 시장을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화물차와 특수차를 캠핑카로 사용할 수 있도록 차종 제한을 완화하는 법령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아직 심사가 안 된 상황”이라며 “법령이 개정되면 관련 산업도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5000만원대 캠핑카 선보여

완성차업계도 관련 모델을 선보이며 커지는 캠핑카 시장에 대비하는 추세다. 현대차는 2018년 5월 16일 오토캠핑에 필요한 사양들을 적용한 ‘더 뉴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5007만원)’를 출시했다.
남자의 ‘버킷 리스트’ 캠핑카 산업 뜬다
더 뉴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는 2017년 12월 출시한 더 뉴 그랜드 스타렉스의 외관에 실내 공간 활용성과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더 뉴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 2열과 3열에 적용한 쿠션 시트를 0도부터 90도까지 기울기 조절이 가능하도록 적용했다. 수직으로 세워 수납공간을 확장하거나 완전히 평평하게 눕혀 취침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어 실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냉장고·싱크대·전기레인지와 접이식 실내 테이블 등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차량 후면부에는 탈부착이 가능한 임시 외부 샤워기와 성인 2명이 샤워할 수 있는 정도의 양인 50리터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청수통을 적용했다.
남자의 ‘버킷 리스트’ 캠핑카 산업 뜬다
현대차 관계자는 “실내·외에서 멀티미디어를 시청할 수 있는 빔 프로젝터와 50인치 스크린, 태양광을 전기로 바꿔 보조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솔라 패널, 주행 중 고속 충전이 가능한 충전기, 배터리 사용 전압과 잔여 용량과 시간이 표시되는 배터리 인디케이터 등을 적용해 편의성을 높인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김동우 다온티앤티 영업본부장 “캠핑카 산업 활성화 위해선 정기 검사 기준도 완화해야”
남자의 ‘버킷 리스트’ 캠핑카 산업 뜬다
▶국내 캠핑카 제작 업체는 몇 곳이나 됩니까.

“100곳 이상입니다. 다만 다온티앤티처럼 자체 목공실과 재단실 등을 갖춘 전문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영세한 상황이죠. 다온티앤티는 가구 공장으로 시작해 2014년 3월 캠핑카 전문 제조업으로 업종을 바꾼 케이스입니다. 30여 명이 일하고 있고요. 소비자로부터 제작 주문이 들어오면 현대차 등으로부터 기반 차량을 구입해 시공하는 주문 제작형 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완성한 차량을 이동식 업무 차량으로 형식 변경해 구청이나 차량등록사업소 등으로부터 형식 승인을 받은 후 고객에게 인도합니다.”

▶회사만의 특별한 경쟁력이 있습니까.

“과거 약 10년간 가구를 제작해 온 만큼 실내 레이아웃 등에 남다른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합니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죠. 또한 실내 재질도 추가 비용 없이 고객의 취향에 맞게 주문 제작하고 있습니다. 원목을 비롯해 하이그로시(광택 표면 마감) 재질 등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죠. 또한 다온티앤티의 모든 차량에는 이탈리아 비트리프리고의 캠핑카 전용 프리미엄 냉장고가 기본 장착돼 있습니다.”

▶차량 애프터서비스는 어떤 식으로 진행합니까.

“차량 구동장치 등에 문제가 발생하면 현대차나 르노삼성 등 차량 제조사에 수리를 맡기면 되고요. 실내 공간에 생긴 문제는 제작 업체 등이 책임지는 형태입니다. 캠핑카에는 자동차 못지않은 수많은 기술이 적용됩니다. 실내에서 여러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만큼 배선 등 전기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다온티앤티는 애프터서비스 전담팀을 구성해 출장 점검 서비스 등을 제공합니다. 제작 업체가 문을 닫아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를 위해 타 업체의 차량도 수리해 주고 있습니다.”

▶정부가 ‘캠핑카 튜닝 규제 개혁’에 나섰습니다.

“일단 반가운 일이긴 합니다만 각종 걸림돌이 아직 많은 게 현실입니다. 소비자로서는 캠핑카나 이동식 업무 차량을 구입할 때 주차 공간 보유 사실을 증명하는 차고지 증명 서류를 갖춰야 합니다. 그런데 기존 트럭과 승합차 등을 베이스로 하는 만큼 높이만 다를 뿐 차량의 폭은 일반 차량과 같습니다. 레커차 등의 대형차와 달리 별도의 주차장을 갖출 필요가 없어요. 정기 검사 기준도 이유 없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예를 들어 검사 때 TV 위치가 최초 허가 때와 다르면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요. 차량 안전 등에 전혀 지장이 없는 부분인 데도 말이죠. 소비자로서는 서류를 위한 서류, 검사를 위한 검사 등 형식적 걸림돌이 많습니다. 이런 부분을 합리적으로 풀어줘야 시장이 제대로 활성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5호(2018.12.31 ~ 2019.01.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