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불만 속출에 이용객 급감…관련 업체들 사업 포기·축소로 이어져
“수익성 없다”…‘찬밥 신세’ 된 소셜 커머스 사업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소셜 커머스 사업을 목적으로 2010년 만들어진 쿠팡은 2017년 2월부터 관련 상품 출시를 전면 중단했다. 올해는 회사의 이용 약관까지 개정하며 그간 남아 있던 소셜 커머스의 흔적들을 모두 삭제했다.


이에 따라 쿠팡 뒤에 항상 수식어처럼 따라붙던 소셜 커머스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냈다. 쿠팡 관계자는 “그간 소셜 커머스 사업을 중단한 상황에서 회사가 갖고 있었던 약관에 소셜 커머스에 해당하는 내용을 적어 놓은 것은 어폐가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았던 소셜 커머스가 이제는 기업들로부터 외면 받는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비단 쿠팡뿐만이 아니다. 소셜 커머스에 기반해 설립된 티켓몬스터(이하 티몬)와 위메이크프라이스(이하 위메프)도 더 이상 소셜 커머스 시장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두 곳 모두 단순히 명맥만 이어 가는 수준에서 서비스를 유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때 관련 업체들만 500개 넘어

소셜 커머스는 한때 ‘황금알’이라고 불릴 정도로 주목받으며 붐이 일었던 시절이 있었다. 국내에선 2010년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빠르게 부상했다.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일정 규모 이상 모이면 파격적인 할인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거나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 있는 신개념 서비스 모델을 제시하며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


당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소셜 커머스에 나오는 맛집 쿠폰을 잘 구매해 회식 장소를 잡는 사람이 능력 있는 직원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돈’의 흐름도 소셜 커머스 시장에 몰리며 관련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2011년에는 소셜 커머스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만 500여 곳이 넘었다. 쿠팡·티몬·위메프와 같은 기업들도 이때를 전후해 만들어진 기업들이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2012년 그 수가 20여 개로 급감하며 많은 회사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2014년에는 결국 쿠팡·티몬·위메프 정도의 회사만 남아 이른바 ‘소셜 커머스 3사’ 체제가 구축됐다.

최근에는 이들 업체마저 더 이상 소셜 커머스에 미련을 두지 않고 있다. 쿠팡은 이미 사업 자체를 포기한 지 오래고 위메프와 티몬도 소셜 커머스가 아닌 오픈 마켓에 주력하며 생존을 모색 중이다.

그러면 소셜 커머스라는 사업 모델이 이처럼 빠르게 쇠락의 길에 접어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전·현직 소셜 커머스업계 관계자들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이구동성으로 ‘수익성’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기본적인 소셜 커머스의 수익 구조 방식은 이렇다. 소셜 커머스 업체들은 상품 제공자들로부터 서비스를 중개하면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수익원으로 삼는다. 많은 수수료를 얻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그만큼 상품의 가치가 높아야 한다. 하지만 소셜 커머스에 올라오는 상품은 대부분 그렇지 않은 것이 많아 문제가 발생한다.

“비싼 가전이나 의류 제품들은 브랜드 이미지가 깎일 것을 우려해 소셜 커머스에 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꺼려요. 저렴한 상품들이나 특히 맛집 위주로 업체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물건이 잘 팔리더라도 가져갈 수 있는 수수료가 매우 낮은 상황이 되는 것이죠.” 한 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설명했다.

물론 이런 부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수수료가 낮아도 많은 상품들이 판매되는 이른바 ‘박리다매’ 방식을 통해 이를 보완한다는 게 기존 업체들의 구상이었지만 이마저도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고객 경험 측면에서 부정적 인식 확산

소셜 커머스 서비스를 구매하는 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급격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소셜 커머스 업체들의 주력 사업이었던 지역 기반의 ‘맛집 할인’ 상품에서 두드러졌다.

사업 초창기만 하더라도 업주들이 가게를 홍보할 수 있고 소비자는 음식을 할인된 가격에 제공받을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점차 상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불만들이 속출했고 ‘싼 게 비지떡’이라는 부정적 인식마저 생겼다.

“소셜 커머스로 레스토랑을 이용하기 위해선 대부분 사전 예약이 필수였죠. 자연스럽게 식당 업주들은 누가 소셜 커머스를 사용하는 고객인지 알 수 있었던 셈이죠. 실제로 많은 이용객들로부터 업주가 상대적으로 낮은 질의 음식을 제공한다는 민원을 숱하게 받았어요. 제값을 주고 먹었을 때보다 신선도가 떨어지는 제품을 주거나 아니면 조금씩 양을 적게 해 음식을 내놓는다는 등의 불만이었죠.” 또 다른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심지어 상품을 판 음식점이 돌연 문을 닫아 버려 이용객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 등도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소셜 커머스에 대한 이미지가 전반적으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자연스럽게 이용자들도 줄었고 시장 또한 위축되기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수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은 끝에 현재 소셜 커머스에 기반해 세워진 업체들 중 계속 서비스를 유지하는 곳은 티몬과 위메프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두 업체는 지속적으로 소셜 커머스와 관련한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수익을 내는 것은 거의 포기한 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익성 없다”…‘찬밥 신세’ 된 소셜 커머스 사업
티몬은 현재 전체 매출의 약 5% 정도가 소셜 커머스 상품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티몬 관계자는 “사업 자체는 계속 유지하겠지만 이제는 소셜 커머스에 중점을 두기에 무리가 있는 상황”이라며 “쿠팡과 비슷한 직매입 오픈 마켓 위주의 서비스로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메프도 지난해 인터넷 최저가 대비 20% 싼 상품들을 모아 놓은 ‘히든 프라이스’와 같은 소셜 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의 노력을 해왔지만 여전히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

해당 부문의 수익성이 현저히 낮아 관련 부문의 매출을 따로 집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프 관계자는 “위메프 역시 오픈 마켓이 핵심 사업 모델이다. 쿠팡이 배송으로 승부수를 던졌다면 위메프는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 정책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계속해 수익이 나지 않으면 이들 업체 역시 소셜 커머스 관련 사업을 정리할 것이라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쿠팡 역시 2017년 소셜 커머스 상품 출시 중단을 결정할 당시 전체 매출에서 해당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0.2%에 불과했다. 따라서 쉽게 사업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히 최근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상품이나 가게를 홍보하는 방식이 대세가 됐다”며 “소셜 커머스를 통해 상품을 홍보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 따라서 명맥만 유지될 뿐 과거처럼 사업 자체로 부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7호(2019.01.14 ~ 2019.01.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