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애자일은 ‘빅 체인지’…단순한 경영기법으로 보면 실패 가능성 높아
성공적인 ‘애자일 전환’의 3가지 조건

[한경비즈니스=이재왕 애자일소사이어티 대표] 명확한 권한과 책임, 표준화된 업무와 전문화된 부서, 상명하달의 위계 조직 등은 현대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조직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료주의 문화는 그동안 여러 문제점들이 꾸준히 지적돼 왔지만 지난 100여 년간 공공 기관과 일반 기업의 지배적인 문화로 굳건히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는 현재의 상황에서 이런 관료주의 문화는 더 이상 수명을 연장하기 어렵게 됐다. 경영진이 직원들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고 규정된 절차를 따라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이런 방식으로는 디지털 경제가 지배하는 지금의 비즈니스 상황에서 생존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 기업 경영의 새로운 트렌드로 애자일이 떠오른 이유도 가만히 살펴보면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구성원 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과 상호협력, 수평적인 조직 구조, 자기 주도적인 팀 운영, 탐색적 실험과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등 애자일이 지향하는 방식은 혁신을 위한 실천적인 방법론을 제공하고 동시에 전통적인 관료주의 문화와의 결별을 의미하기도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지만 혁신은 경영진이 통제한다고 해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유롭게 소통할 때 발현되기 쉽다. 엄격한 통제와 권위적인 기업 문화에서는 좀처럼 나타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애자일 도입 시 어려움은 경영진의 관심 부족
이렇게 애자일은 전통적인 기업 문화와 많은 부분 배치되다 보니 기업들이 애자일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다. 매년 전 세계 애자일 적용 현황을 조사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애자일을 도입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애자일 철학과 맞지 않는 조직 문화와 경영진의 관심 부족이 항상 1~3위를 차지한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애자일 도입을 시도했던 국내 소프트웨어 분야만 하더라도 아직까지 정착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애자일을 외면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기업들마다 자사 특성에 맞는 애자일 방식을 고민하고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경험과 업계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애자일 도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몇 가지 알아보자.

첫째, 경영진은 애자일을 단순한 특정 방법론이 아니라 전통적인 조직 문화를 바꾸는 ‘빅 체인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애자일이 국내에서 제대로 정착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경영진이 애자일을 과거에 유행했던 경영 기법처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경영진과 조직 문화는 그대로이면서 실무자에게만 애자일을 강요한다. 그러다 보니 애자일 적용이 왜곡되고 기존 관료주의 문화에 수용될 수 있는 부분만 적용될 수밖에 없다.

해외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애자일 도입의 시작은 실무진에서 출발하더라도 경영진이 관심을 가지고 애자일 도입을 지원해 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단순히 실무자 레벨에서 애자일을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진은 애자일의 근본적인 철학과 원리에 대해 심도 있는 스터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조직 문화 개선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애자일은 표준화된 업무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학습을 통해 점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외에서 애자일이 성공을 거두다 보니 일부 경영진은 애자일을 조직 내에 빨리 도입해 성과를 얻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된다. 그래서 애자일 적용에 성공한 기업의 모습을 벤치마킹하고 애자일을 빅뱅식 혹은 1~2개의 파일럿 수행 후 표준화된 업무 방식으로 적용하려고 한다. 즉 모든 팀에 획일적으로 애자일 프로세스를 적용하는 것이다. 이런 표준화된 업무 방식은 반복적이고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에서는 분명히 성과가 있다.

하지만 팀마다 하는 일이 다르고 업무의 불확실성이 높은 곳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팀마다 구성원의 역량과 주어진 상황이 다른데 획일적인 프로세스가 자칫 자율성과 창의성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애자일은 가치와 원리 기반하에 경험적인 프로세스 통제 방식으로 적용하는 것이지 표준 프로세스를 테일러링해 적용하는 개념이 아니다. 경험적 프로세스 통제는 프로세스 활동을 사전에 정의된 대로 수행하기보다 실험과 관찰, 적응을 통해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애자일은 조직마다 적용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애자일을 빠르게 조직 내에 확산하는 것은 자칫 역효과를 불러오기 쉬우므로 학습을 통해 자기 조직에 맞는 애자일 방식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좋다.

초기에 애자일 리더십 팀 구성할 것
셋째, 애자일 도입 초기에 경영진과 주요 리더, 애자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애자일 리더십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팀은 전문가와 함께 조직이 처해 있는 비즈니스 상황과 조직 구조·문화·프로세스 등을 냉철히 살펴보고 자기 조직에 맞는 애자일 방식을 탐색해야 한다. 이때 여러 번의 워크숍과 타사 벤치마킹이 포함될 수 있다.

주요 리더에는 인사관리(HR)나 기획팀과 같은 지원 조직의 리더들도 포함돼야 한다. 지원 조직은 인사 평가와 예산 관리, 근무 환경 개선 등과 같은 애자일 적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환경을 셋업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애자일 적용은 여러 개의 다양한 방식이 있고 조직마다 도입하는 형태도 모두 다르다. 애자일을 잘 활용하고 있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스포티파이 등만 봐도 애자일을 적용하는 방식은 모두 조금씩 다르다.

최근에 소프트웨어 조직이 아닌 금융·제조·방송 같은 일반기업들도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애자일 조직으로 전환하는 시도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조직을 소규모 조직으로 분할하고 업무 환경을 테크 기업처럼 변모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현상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조직 문화를 바꿀 의지가 없으면서 단순히 중간 관리자를 없애고 조직 구조만 쪼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근무 환경이나 조직 구조를 바꾸기는 쉽지만 오래된 관료주의 문화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애자일 전환’의 3가지 조건
용어 정리
스크럼(scrum)

요구 사항의 불확실성을 관리하기 위한 애자일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으로 고객 가치에 초점을 두고 점진적·반복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스크럼에서는 전통적인 프로젝트 관리자 역할 대신 서번트 리더인 스크럼 마스터(scrum master)가 중심이 돼 프로젝트를 이끌게 되며 팀원들은 자기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신제품 개발 시 불확실한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한의 요건만 갖춘 제품(Minimal Viable Products)을 신속하게 개발해 시장에 출시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통해 제품을 개선해 나가는 방법이다. 린 싱킹에 기반해 제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낭비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간반(看板·Kanban)
제품에 대한 유지·보수와 운영·지식 서비스 등 보편적인 업무 활동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방법론으로 린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업무의 흐름을 향상시킴으로써 고객의 요청에서부터 딜리버리까지의 리드타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8호(2019.01.21 ~ 2019.01.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