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온라인 구매 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 경험’과 ‘차별화’에 중점
상품 대신 '서비스' 파는 뷰티 업체들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뷰티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화장품 구매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과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시장의 주인공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 집 건너 한 집 있던 화장품 가게의 감소율이 철물점이나 목욕탕이 없어지던 추세와 비슷할 정도다. 반면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부 관리숍의 증가율은 커피숍 다음으로 높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뷰티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여전히 크지만 그 대상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며 “피부 관리숍의 증가,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확대, 맞춤형 화장품 트렌드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기존 오프라인 화장품 매장에서는 고객의 내점 동기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체험과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화장품 가게에서 화장품만 팔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매장에서 전문가에게 피부 상태를 진단받고 피부 상태에 따른 수분 크림을 제조하거나 원하는 컬러 조합으로 립스틱을 만들 수도 있다. 증강현실(AR) 기기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체험형 콘텐츠도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전문가 분석부터 맞춤형 제조까지

“현재 모공 활성도가 약간 저하된 상태고요. 볼 부분은 유분 수치가 0이라 장벽 손상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보습이 필요해 보이네요.”

서울 명동에 있는 아이오페 매장. 언뜻 보기에 특별하지 않은 화장품 매장 같지만 2층으로 올라가면 박사급 연구원들이 전문 장비로 소비자들의 피부 상태를 진단해 준다.

연구원들은 피지선의 발달 정도와 색소세포 분포도를 통해 피부 상태를 분석하고 적절한 관리 방법과 필요한 화장품 성분 등을 안내해 준다. 약 30분~1시간이 소요되고 온라인 예약을 통해 무료로 진행하는 서비스다. 매달 예약이 열리면 30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고은비 아모레퍼시픽 고객감성랩 연구원은 “고객은 전문 장비를 통해 피부 상태를 확인하고 정확한 해결책을 들을 수 있고 회사는 화장품을 개발하는 연구원들이 고객 접점 공간에서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피부 고민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오페랩에서 피부 데이터와 유전자 데이터를 축적해 제품 개발에 반영하기도 한다. 향후에는 아이오페 매장에서 피부 측정과 데이터 수집을 넘어 현장 제조 맞춤형 화장품까지 만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미 아이오페 매장에서 피부 유형에 맞는 성분을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 즉석에서 배합하는 ‘테일러드 세럼’과 ‘3D 프린팅 마스크’를 한시적으로 선보인 적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또 다른 브랜드인 ‘라네즈’도 피부 톤을 기기로 측정하고 직접 제조할 수 있는 립스틱인 ‘마이 투톤 립바’와 수분 크림을 제조할 수 있는 ‘마이 워터뱅크 크림’을 일부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최근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세계의 화장품 편집숍 브랜드 시코르도 ‘화장품 놀이터’를 표방하며 체험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메이크업, 눈썹 손질, 드라이, 두피 케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일링바’를 통해 다양한 체험을 제공한다.
상품 대신 '서비스' 파는 뷰티 업체들
또 시코르에서 처음 도입한 화장품 기프트 자판기, 테마파크를 연상시키는 헤어 살롱 기구와 쇼파 등 고객들이 셀카를 찍으며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고객들의 체류 시간을 늘렸다.
온라인이나 모바일로는 제공할 수 없는 인적 서비스와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여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할 동기를 만들고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노은정 숙명여대 산학협력 교수는 “마켓 4.0의 시대에는 명사의 관점이 아니라 동사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고객의 내점 동기를 확보하려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화장품이 아니라 ‘아름다워지다’라는 동사의 관점에서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장품 브랜드는 자사 제품을 통한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아예 고급 스파 시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호주 화장품 브랜드 ‘이솝’,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 LVMH의 ‘겔랑’ 등은 한국에서 스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설화수 스파 이용 고객의 절반이 외국인 자유여행 관광객으로 K뷰티 관광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고 오픈 이후 매년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ICT, 바이오와 결합해 시장 확대

화장품 기업이 단순히 인적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바이오기술과 결합하면서 뷰티 서비스 시장의 성장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화장품 기업뿐만 아니라 IT 기업까지 뷰티 디바이스를 통한 뷰티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시장 확대 가능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피앤씨마켓리서치는 세계 뷰티 디바이스 시장 규모가 2016년 278억 달러(약 29조4000억원)에서 매년 평균 19.1% 성장해 2023년 943억 달러(약 100조9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는 2017년 말 ‘프라엘(Pra.L)’이라는 브랜드로 ‘더마 LED 마스크(LED 마스크)’, ‘토털 리프트업 케어(탄력 관리)’, ‘갈바닉 이온 부스터(화장품 흡수 촉진)’, ‘듀얼 모션 클렌저(클렌징)’ 등 피부 관리기 4종을 출시했다. 국내 대기업 가전 업체가 뷰티 전문 기기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LG전자가 처음이다.

화장품 제조업체 한국콜마도 피부 에스테틱 기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콜마는 피부과·성형외과에서 주로 시술하는 리프팅·타이트닝 기기 개발 기업 메딕콘과 손잡고 에스테틱 기기 시장에 진출한다. 한국콜마는 에스테틱 기기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 전문 영업 조직을 마련해 올 4월부터 영업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9’에서는 화장품 기업이 제공할 미래 서비스의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P&G의 화장품 브랜드 올레이(Olay)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각 시뮬레이션을 통해 피부 노화를 예상하는 서비스를 발표했다.

존슨앤드존슨의 화장품 브랜드 뉴트로지나는 사용자의 얼굴에 맞춰 마스크를 제작해 주는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애톨라(Atolla)는 머신러닝을 활용한 ‘스킨케어’ 기술을 내놓았다.

프랑스 로레알은 피부 산성도(pH)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접착식 웨어러블 피부 센서를 공개했다. P&G의 일본 화장품 브랜드 SK-II는 지난해 5월 도쿄·상하이·싱가포르에서 출시한 퓨처X 스마트 스토어 모델을 선보였다.

이 매장은 얼굴 인식, 컴퓨터 비전, AI 등의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다. 고객들은 매장에서 피부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쌍방향 스킨케어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다.

양지혜 애널리스트는 “이미 화장품 기업들이 유전자 분석 업체, AI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며 “IoT·바이오 기술과 접목한 뷰티 서비스 시장의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7호(2019.01.14 ~ 2019.01.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