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포커스]-영국·미국 P2P는 ‘개인 신용 채권’ 중심…빅데이터 기반 ‘렌딧 CSS’ 자체 개발

개인신용 전문 P2P 렌딧...P2P는 위험하다는 편견, '분산투자'로 잡았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 수익률 8.8%. 국내 P2P 업체 대표 주자인 렌딧 전체 투자자들의 평균 세전 수익률이다. 웬만한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예·적금 금리가 2~3%대인 것과 비교하면 그 매력은 더욱 높아진다. P2P 금융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거운 이유다.
전 세계 P2P 금융을 분석해 온 HJCO캐피털파트너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P2P 금융은 대출 대상에 따라 개인과 소상공인 그리고 부동산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는 P2P 금융이라고 하면 ‘부동산’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처럼 P2P 금융이 먼저 시작된 국가들을 살펴보면 P2P 금융은 ‘개인 신용 채권 투자’를 중심으로 발달해 온 곳이 대부분이다. 렌딧은 국내 P2P 업체 중 유일하게 ‘개인 신용 채권 투자’만 전문으로 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대한민국 P2P 금융의 대표 주자로 렌딧을 주목하는 이유다.
◆조파, 렌딩클럽 등 P2P 원조들도 ‘개인 신용’ 집중

P2P 금융이 탄생한 것은 2005년 영국의 조파가 그 원조다. 이후 미국의 렌딩클럽이 2007년 설립되며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HJCO캐피털파트너스의 글로벌 P2P 금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개인 신용 채권 투자는 P2P 금융의 60%를 차지한다. 소상공인은 35%, 부동산은 5%다. 미국의 대표적 P2P 금융인 렌딩클럽과 프로스퍼 또한 이와 비슷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 조파를 포함한 영국의 P2P 금융 업체들도 개인 신용의 비율이 40%로 가장 높다. 소상공인 35%, 부동산 25%다. 부동산·소상공인과 비교해 개인 신용 대출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와 비교해 국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관련 대출 비율이 60% 이상이다.

영국의 조파와 미국의 렌딩클럽 등이 부동산보다 ‘개인 신용 채권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데는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 투자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는 P2P 개인 신용 채권 투자의 ‘분산투자’ 모델과 연관이 깊다. 흔히 P2P라고 하면 누군가 100만원을 대출 받았을 때 이를 1명 혹은 2명의 투자자와 연결해 주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이때 해당 대출자가 이를 갚지 못한다면 투자자들 또한 원금을 잃을 위험성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100명의 투자자에게 10억원의 자금을 모은 뒤 이를 서로 다른 100여 명에게 나눠 대출해 준다면 어떨까. 100여 건의 대출 증 한두 개가 손실을 본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는 이를 97~98개의 다른 투자 건을 통해 상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이와 같은 투자 모델을 처음 도입한 곳이 렌딧이다. 2015년 3월 설립 이후 현재까지 국내 P2P 업체 중 개인 신용 채권 투자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투자의 기본은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고 이를 위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것은 유명한 기본 지침”이라며 “하지만 이와 같은 분산투자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상호 연관성이 낮은 자산’에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투자금 잘게 쪼갤수록 절세 효과도 커진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렌딧이 강조하는 것은 투자금을 서로 다른 직업·연령·거주지역·소득수준 등 ‘상이한 프로필과 환경’을 지닌 수백~수천 명의 개인 신용에 잘게 쪼개 투자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가 서로 다른 직업과 소비 패턴을 갖고 있는 만큼 상호 완벽하게 독립적이다. 각각 개인 신용 채권마다 ‘상호 연관성’을 낮춤으로써 투자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갖는 것이다.

이는 지난 3년여 동안 렌딧의 투자자 분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렌딧은 2016년부터 해마다 렌딧을 통해 개인 신용 채권에 투자하는 수만 명 투자자들의 실제 수익률과 투자 패턴을 분석한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2018년 발간된 렌딧의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금을 잘게 쪼갤수록 투자자의 원금 손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가 100개 이하의 개인 신용 채권에 분산투자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2.8%다. 이와 비교해 같은 투자금액을 100~300개 구간에 분산투자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은 0.2%로 대폭 감소한다.

지난 3년 동안 렌딧에서 안정적인 투자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투자 채권 수와 투자금의 분산율을 분석한 결과도 재미있다. 장기간 안정적인 투자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서 뚜렷한 공통 조건이 나타난다. 최소 100개 이상의 채권에, 투자금 분산율(채권 한 개의 최대 투자금에 대한 전체 투자금 대비 비율) 2.5% 이하로 설정하는 것이 원금 손실 가능성이 가장 낮다. 예를 들어 총투자금액이 100만원이라면 적어도 한 개를 쪼개 투자하는 채권 한 개에 2만5000원 이하가 될 수 있도록 쪼개 투자할수록 투자 안정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렌딧에 따르면 위와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투자자들의 96%가 12개월 이상 투자 기간이 경과된 이후에도 연 3.9~9.8%(세전) 정도의 수익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박지희 렌딧 마케팅팀 이사는 “렌딧을 통해 투자해 본 사람의 재투자율이 76%로 매우 높은 편”이라며 “이들을 분석해 봐도 대부분은 위와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2018년 분석 결과에 따르면 렌딧 투자자들의 연령대는 30~40대가 67.3%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339만원이다.

렌딧의 분산투자는 또 하나의 장점을 가져오기도 한다. 절세 효과다. 렌딧은 투자자 평균 실효세율이 14.2%로 일반적인 P2P 금융 세율 27.5%보다 낮다. 이러한 절세 효과는 ‘원 단위 절사(버림)’라는 제도가 있어 가능하다. 쉽게 말해 세금을 낼 때 10원 미만의 금액은 할인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렌딧 투자자가 총 100여 개의 채권에 나눠 투자하면 투자한 채권 1개마다 매월 원리금이 정산될 때 세금이 각각 계산된다. 예를 들어 19원의 세금을 걷는 채권 10개에 분산투자했다면 9원 단위의 절사가 총 10번 일어나게 되므로 90원의 절세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개인신용 전문 P2P 렌딧...P2P는 위험하다는 편견, '분산투자'로 잡았다
렌딧 투자자들의 투자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이와 같은 절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200만원을 투자할 때 100개 이하의 채권에 분산투자했다면 실효세율(이자 소득세와 주민세에 원 단위 절사까지 포함해 실제로 부과되는 세금)은 22.3%다. 101~200개 사이의 채권에 분산했다면 이 비율은 16.8%로 떨어진다. 201~300개 사이로 분산하면 13.7%, 300개가 넘는 채권에 분산한 투자자들은 실효세율이 13.0%로 뚝 떨어진다.

박 이사는 “렌딧은 현재 투자 가능한 채권을 조합해 언제든 수백 개의 채권에 자동으로 분산투자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며 “투자금만 선택한다면 수백 개의 채권에 어렵지 않게 분산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렌딧 CSS' 지속적으로 고도화

렌딧은 투자자들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위해 정교한 분산투자 시스템이 가능하도록 렌딧 신용 평가 시스템(CSS)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이는 ‘믿을 수 있는 채권자’를 구별해 내는 것은 물론 렌딧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서로 상이한 수백, 수천 명의 대출자에게 정교한 시스템을 통해 분산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렌딧은 신용 평가 회사에서 제공하는 250여 가지 금융 정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보다 정교한 평가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대출 신청자의 신용 정보와 금융 기록 등을 분석해 심사한다. 여기에 더해 사기 정보 공유(FB : Fraud Bureau) 데이터와 직장 정보, 상환 정보 등을 추가로 반영해 신용 정보만으로는 판단하지 못하는 리스크까지 관리하고 있다.

기존의 사기 대출 케이스들을 모두 분석한 뒤 이와 유사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대출 신청자를 걸러내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렌딧 설립 이후인 2015년 3월부터 3년여간 축적해 온 데이터는 렌딧 CSS의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한 중요한 자원이다. 박 이사는 “렌딧은 지속적으로 위험 고객 패턴을 분석해 새로운 리스크 요소를 발굴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평가 모형에 머신러닝 기법을 도입해 CSS의 변별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CSS가 고도화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고객이 정교한 신용 평가를 통해 적정 금리의 혜택을 받고 있다.

향후 렌딧은 신용 정보뿐만 아니라 부동산 정보, 통신 정보, 소비 활동 데이터 등의 대안 정보를 CSS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또한 금융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활성화되고 있는 흐름에 맞춰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해 CSS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 대란을 겪으며 신용 정보 축적과 활용 면에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고급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며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하는 CSS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정교해지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투자’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 렌딧 투자자 김태환 씨 “한 달에 3번, 용돈처럼 이자+원금이 들어와요”
개인신용 전문 P2P 렌딧...P2P는 위험하다는 편견, '분산투자'로 잡았다
투자는 마라톤이다. 투자 대상을 선택할 때 그 무엇보다 ‘신뢰’와 ‘안정성’을 우선해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실제 렌딧에 오랫동안 투자해 온 투자자들도 바로 이 ‘신뢰’와 ‘안정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렌딧의 투자자 중 한 명인 김태환 씨에게 직접 ‘투자 후기’를 들어봤다.

현재 이비인후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김 씨는 오래전부터 투자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운영하는 재테크 블로그도 인기다. 현재 그가 렌딧을 통해 투자한 금액은 총 741만원, 모두 855개의 채권에 나눠 투자하고 있다. 수익률(세전)은 5.86%를 기록하고 있다. ‘재테크 고수’ 김 씨가 렌딧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렌딧을 통해 개인 신용 채권 투자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학생 때부터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식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에 이비인후과 관련 지식이나 주식 관련 정보를 자주 올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주식 호가창을 신경 쓰느라 할 일을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조금 더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고 싶었고 그때 페이스북을 통해 렌딧을 알게 됐다. 개인적인 성향이 ‘실제로 본 것’만 믿기 때문에 처음에는 10만원, 20만원 정도 소액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그 이후 실제 수익률과 지급되는 원리금을 보고 점차 투자금을 늘려 왔다. 현재는 적금·주식·렌딧에만 투자하고 있다.”
-P2P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원금 손실 등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특히 주식 관련 정보를 꾸준히 블로그에 올리며 깨달은 것은 세상엔 정말 다양한 투자 상품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양한 투자 상품마다 각기 다른 적합한 투자 방식과 상황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P2P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우려할 만한 소식들이 많았지만 렌딧이 하고 있는 ‘개인 신용 채권 투자’는 오히려 비교적 안전하게 수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분산투자 시스템 덕분이다. 렌딧은 ‘중수익·저위험 투자처’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비교적 위험이 적으면서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렌딧에 투자하며 가장 만족하는 점은.

“렌딧을 시작하기 전에 다양한 투자 상품을 알아봤다. 그런데 매달 원금과 이자를 지급 받는 렌딧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한 달에 3번 용돈처럼 원리금이 꽤 높은 이율로 들어온다. 개인 신용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렌딧은 2년 정도 장기 채권이 많다. 투자자에게는 기간이 꽤 길게 느껴질 수 있는데 12개월이 지나면 투자금액의 50% 이상을 환급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주식·적금 등 자신이 투자하는 총금액의 10% 정도를 렌딧에 투자하는 게 가장 적당하다고 보고 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8호(2019.01.21 ~ 2019.01.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