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인물에서 배우는 경영 이야기 ①

CEO 이순신, 치밀한 R&D로 승리를 이끌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무리함을 무릅쓰고 충무공 이순신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죽을 때까지 계속 연구하고 싶은 인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순신이 나라를 구한 우리 민족의 영웅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그가 애민·애국·정의로 무장한 훌륭한 리더라는 것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이 오늘날 기업인들이 본받아야 할 ‘역사상 최고의 경영인’ 중 한 명이라는 것은 쉽게 지나치곤 한다. 이순신 장군이 이뤄낸 여러 가지 성취 중에서 ‘최고경영자(CEO) 이순신’의 모습이야말로 그의 역사적 면모를 제대로 이해하게 하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이순신은 백의종군 후 조정의 아무런 지원 없이 칠전량 해전에서 무너져 내린 조선 수군을 일으켜 명량에서 대승을 이끌어 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효율적인 경영인으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기 때문이다. 오늘의 관점에서 해석하자면 이순신은 연구·개발(R&D)과 인재 경영의 중요성을 간파한 경영인이다. 특히 R&D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전장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이순신의 R&D가 성공을 거둔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는 현장의 소리를 반영한 R&D였다는 점이다. 제조업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그의 R&D 정신을 자주 돌아본다. 임직원이나 후배 기업인들에게도 R&D의 중요성을 수없이 강조하지만 특히 “현장의 필요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이순신 R&D 정신의 핵심 중 하나이기도 하다.
CEO 이순신, 치밀한 R&D로 승리를 이끌다
거북선의 승리는 곧 기술력의 승리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거북선이다. 거북선은 전장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담는 데 성공했다. 이순신은 거북선의 설계도를 구상할 때 고려 말 왜구에게 당한 경험에서 단서를 얻었다. 왜구들은 우리 함선을 기어올라 공격해 고려 수군을 곤경에 빠뜨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순신은 적병이 기어오를 수 없도록 판옥선에 가시못이 달린 철판 지붕을 얹어 거북선을 만들었다. 적군은 종전의 공격 방식으로는 거북선을 공격할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덮개로 가려진 안을 볼 수 없어 거북선이 어떤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현장의 필요를 적극 반영해 만든 거북선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이 됐다. 경험에서 배우지 않고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면 거북선의 전무후무한 승리는 과연 가능했을까 싶다.

둘째, 타이밍과 순발력이다. 이순신의 거북선은 1592년 4월 12일, 즉 임진왜란 발발 하루 전 최종 건조됐다. 전쟁이 시작되기 하루 전 거북선 3척의 시험 운항을 모두 끝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임진왜란 발발 직전은 그야말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시기였다. 이순신은 그 시기에도 마음을 놓지 않고 미리 철저하게 R&D를 착착 진행했기 때문에 나라와 민족을 구할 수 있었다.

중소기업의 R&D는 특히 이순신의 ‘타이밍과 순발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 상황을 반영해 순발력 있게 기술 개발에 나선 중소기업은 시장에서 성공하기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시장과 효과 등을 모두 완벽하게 분석한 뒤 제품을 내놓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변동이 어렵지만 중소기업은 다르다. 우선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추가적인 개선을 비교적 쉽고 빠르게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융합에서 나오는 혁신이다. 이순신의 R&D는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었다. 거북선 개발 과정에서 기존 판옥선을 개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기업의 R&D도 마찬가지다. 없던 것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것을 어떻게 개선하고 융합할 것인지, 현장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이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를 푸는 것이 기업 R&D의 핵심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위해 집중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거북선의 승리는 곧 기술력의 승리였다. 철저한 R&D를 통해 탄생한 우수한 기술은 연전연승에 기여했다.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또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해 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기술, 즉 R&D다. 이것이 CEO 이순신으로부터 배우는 R&D 정신이다.

[윤동한 회장은...] 한국 화장품 산업과 제약 사업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제약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74년 대웅제약에 입사해 부사장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창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1990년 한국콜마를 설립했다. 이후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과 제약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 한국콜마를 매출 1조원 기업으로 키워 냈다. 2017년엔 이순신 리더십을 전파하는 사단법인 서울여해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1호(2019.02.11 ~ 2019.02.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