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설립된 조파닷컴이 효시…유럽과 미국이 금액 기준 81% 차지해
(사진) 왼쪽부터 킥스타터의 공동 창업자인 찰스 애들러, 페리 첸, 얀시 스트리클러.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크라우드 펀딩의 기원을 명확히 가려내는 것은 어렵지만 18세기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소액 대출 ‘아이리시 론 펀드’가 그 시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보기술(IT)과 결합된 현대적 의미의 크라우드 펀딩은 2005년 설립된 영국의 조파닷컴(zopa.com)을 효시로 본다. 초창기 크라우드 펀딩은 대중으로부터 십시일반 받는 소액 대출에 가까웠다. 개인 간(P2P) 펀딩이나 소셜 펀딩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던 이유다.
대출형에서 보다 진화한 후원형·지분투자형 등의 크라우드 펀딩은 2000년대 후반에 생겼다. 2008년 탄생한 미국 인디고고는 투자자들이 사후에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는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디고고가 출범하면서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또 2009년 선주문 방식을 도입한 킥스타터가 설립돼 인디고고와 함께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인디고고를 통해 큰 화제를 낳은 블루스마트는 더 이상 비집고 들어갈 구석이 없어 보였던 여행 캐리어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며 히트 상품이 됐다. 또 킥스타터를 통해 애플·삼성보다 먼저 발표된 페블 워치 또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만 같았던 ‘손목시계의 귀환’을 이끌며 화제가 됐다.
특히 2012년 미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대폭 허용하고 신생 기업의 자금 조달과 성장에 도움을 주는 이른바 ‘잡스법’이 제정되면서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2년 ‘잡스법’ 제정이 활성화 계기
자본시장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전 세계 크라우드 펀딩 시장은 약 18조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성장이 약간 늦게 시작된 편이지만 영미권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급성장한 후 2016년부터 안정적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2017년 모집된 총금액 18조원은 2013년 대비 381% 증가한 규모다.
크라우드 펀딩의 지역별 시장 규모를 보면 여전히 북미와 유럽의 비율이 가장 높다. 다만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지역은 아시아다.
2017년 총 모집 금액을 기준으로 보면 유럽이 전체의 42%를, 북미가 전체의 41%를 차지하는 모습이다. 운영 중인 플랫폼의 숫자를 기준으로 봐도 북미나 유럽이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2013년부터 2017년 말까지의 연평균 성장률은 아시아가 219%로 가장 높다. 뒤를 이어 남미 135%, 오세아니아 65%, 유럽 65%, 북미 29% 순이다.
크라우드 펀딩의 유형별로 보면 자금 모집액은 대출형의 비율이 가장 높다. 반면 플랫폼의 수는 모든 유형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된다. 2017년 자금 모집액 기준 대출형은 전체 크라우드 펀딩의 84%를 차지한다. 반면 2017년 말 기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2225개사를 분석한 결과 기부형이 27%, 대출형이 25%, 후원형이 21%를 차지한다.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의 성장세다. 2017년 말 기준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자금 조달액은 6억5000만 파운드로 2016년 대비 61% 성장했다. 같은 기간 기부형은 14%, 후원형은 6.4%, 대출형은 5.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최근 각국 정부가 창업 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 중 하나로 크라우드 펀딩의 활성화를 유도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규모 가장 큰 것은 아직 ‘대출형’
미국 기업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자금 조달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케임브리지대에서 발간한 크라우드 펀딩 보고에서 따르면 미국 기업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자금 조달액은 2016년 총 86억 달러로 전년 대비 28.4% 늘어났다. 이 중 90%는 대출형이고 증권형은 2015년 11억 달러에서 2016년 8억7000만 달러로 조달 금액이 소폭 감소했다.
유형별로 세분해 보면 P2P 대출이 전체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P2P 대출 규모는 211억 달러로 전체 크라우드 펀딩의 61%를 차지한다.
영국의 크라우드 펀딩도 꾸준한 성장세다. 2016년 말 기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영국의 총 자금 조달액은 46억 파운드로 2011년 대비 1377% 늘어났다. 유형별로는 대출형이 2016년 전체 크라우드 펀딩 시장의 77%를 차지하며 증권형의 비율이 9%를 차지한다.
영국 역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라는 점이다. 이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창업 기업의 중요한 자본 조달 수단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2016년 영국 내 창업 기업에 대한 총 지분 투자액 15억5000만 파운드 중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투자액이 2억7000만 파운드로 17%를 차지했다.
2017년 독일 크라우드 펀딩 시장은 2억 유로로 전년 대비 171% 성장했다. 독일 크라우드 펀딩 시장은 2억 유로로 전년 대비 171% 성장했다. 독일 크라우드 펀딩 시장은 2011년 140만 유로에서 2017년 약 2억 유로로 7년 동안 140배 성장했다.
독일 크라우드 펀딩은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금액별로 보면 부동산(66.5%)·기업(31.7%)·에너지(3.1%) 순이다.
기업 투자 항목의 비율도 높은 것에서 보듯이 스타트업에 대한 독일의 크라우드 펀딩 투자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독일의 스타트업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 투자는 2012년 400만 유로에서 2017년 6300만 유로까지 15배 정도 성장했다.
독일에서 크라우드 펀딩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플랫폼은 엑스포로(Exporo)다. 2017년 말 기준 8300만 유로를 투자하고 있고 전년 대비 291% 성장했다.
일본의 크라우드 펀딩은 2011년 시작됐다. 이후 시장 규모와 투자 금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2년 시장 규모는 71억 엔, 2013년 124억 엔, 2014년 216억 엔으로 성장했다. 2015년은 전년 대비 68.1% 증가한 363억 엔을 기록했다. 특히 2016년 일본 크라우드 펀딩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96.6%나 커졌다. 전체 규모는 745억5000만 엔에 달한다.
일본에서 규모가 가장 큰 크라우드 펀딩 유형은 대출형이다. 전체의 90.3%를 차지한다. 후원형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주로 사회공현형 프로젝트가 중심이 되며 투자 규모가 1억 엔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도 성사됐다.
2016년 일본 크라우드 펀딩 시장의 규모를 유형별로 보면 후원형 약 62억 엔, 기부형 약 5억엔, 대출형, 672억 엔, 주식형 4000만 엔으로 조사됐다.
대출형과 함께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의 확대가 예상되지만 전체적으로 증권형은 아직까지도 태동기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취급하는 등록 중개 업체도 3개에 불과한 상황으로 미국·영국·유럽에 비해 좀 더 보수적인 모습이다. hawlling@hankyung.com
[커버 스토리 기사 인덱스]
- 대기업도 테스트베드로 활용...‘날개’ 단 크라우드 펀딩
- ‘아이디어와 스토리의 힘’...투자자 사로잡은 펀딩 아이템은?
- “핀테크 기업 1호 상장 목표...‘진심’을 담은 ‘신뢰’가 성공 열쇠죠”
-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시장 ‘18조원’, 스타트업 투자 급증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1호(2019.02.11 ~ 2019.02.17) 기사입니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