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헤지펀드 전성시대 이끄는 ‘젊은 스타들’]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2016년 이후 대체투자로 '폭풍 성장'
“운용 자산만 4조원...저성장 저금리 시대 정답은 대체투자죠”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2012년 8월 투자 자문사로 시작해 2015년 사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하며 급성장한 라임자산운용이 올해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을 추진하며 또다시 대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2012년 9월 191억원이었던 운용 자산은 지난해 3조7391억원으로 올해 4조원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사모펀드 시장은 2015년 말 정부가 사모펀드 시장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춘 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사모펀드 제도를 개편한 2015년 말 처음으로 설정액이 200조원을 돌파했고 매년 10~20%씩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사모펀드 돌풍의 중심에는 라임자산운용이 있다.
7년 만에 회사를 고속 성장으로 이끈 인물은 원종준(40) 대표다. 원 대표는 하루아침에 사모펀드 시장의 총아로 떠오른 게 아니다. 연세대 재학 시절부터 재무연구학회인 ‘YFL’에서 활동하며 주식 투자를 시작했고 2005년 우리은행 증권운용부, 2008년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2010년 브레인자산운용 주식운용1본부를 거치며 실무 감각을 익혔다. 이후 2012년 라임투자자문을 창업했다. 라임투자자문은 2015년 사명을 라임자산운용으로 바꿨다.
탄산수에서 이름을 따온 라임자산운용은 독특한 사명만큼 투자 전략에서도 남다른 개성을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국내 처음으로 행동주의 헤지펀드, 무역금융펀드를 출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도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원 대표의 올해 가장 큰 계획은 단연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이다. 이를 통해 올해를 라임자산운용 퀀텀 점프의 해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서울 여의도 라임자산운용 사무실에서 2월 13일 원종준 대표를 만나 창업 7년 만에 사모펀드 시장 성장을 이끄는 ‘뉴 리더’로 초고속 성장한 비결과 투자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라임자산운용은 현재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을 앞두고 있다. 원 대표는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은 숙원 사업이다. 지금까지는 고액 자산가에게만 펀드를 팔았는데 일반 투자자로 확대하는 것이 올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금융 감독 당국에 인가를 신청한 상태로 올해 상반기 인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 앞둬
대표적인 2세대 헤지펀드로 두각을 나타내며 업계에서 처음으로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 절차를 밟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은 자사 헤지펀드를 담는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출시해 공모펀드 시장에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공급한다는 복안이다. 회사 측은 이러한 방식이 정체에 빠진 공모펀드 시장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모 운용사 전환 이후에는 성장성이 높은 퇴직연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라임자산운용에 따르면 4조원 가까이 되는 회사 운용 자산 중 현재 주식 비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10%는 채권이고 나머지 80% 정도는 2016년부터 시작한 대체 투자 분야다. 대체 투자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인 투자 상품이 아닌 사모펀드·헤지펀드·부동산 등 다른 대상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고 주식보다 위험성은 낮아 주식·채권 등 기존 자산만으로 기대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운 저금리·저성장 기조에서 주목받고 있다.
원 대표는 “고령화·저성장·저금리 국면에서 앞으로 어떤 전략과 상품들이 시장에서 인기가 있을지 고민 끝에 얻은 답이 바로 대체 투자였다. 무엇을 운용하든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야 자산 운용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6년부터 대체 투자를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회사 성장에 기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두 차례 유상증자를 단행해 회사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 3월과 12월 각각 23억원, 80억원 등 총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임직원 지분율은 67.5%로 약 1%포인트 높아졌고 최대 주주인 원 대표의 지분율은 32.5%로 1%포인트 감소했다.
이에 대해 원 대표는 “라임자산운용은 모든 직원이 다 회사 주주다. 회사를 성장시켜 직원들에게 창업한 것만큼의 성과를 가져가게 할 것”이라며 “함께 성과를 공유하고 성장하며 주인의식을 고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라임자산운용은 대체 투자로 눈을 돌리면서 지난해 외부에서 운용역을 대거 채용하기도 했다.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채권운용본부와 부동산운용본부를 신설했고 기존 대체투자본부는 대체투자전략본부와 대체투자운용본부로 나눴다. 지난해 20명 정도의 인력을 충원해 현재 직원 수는 51명에 이른다.
직원 수가 늘어난 만큼 원 대표의 책임감도 늘었다. 그는 “지금 공모 운용사가 시들한데 그 이유는 기존에 하던 주식·채권만 해서 그런 것”이라며 “공모 운용사 중에서도 주식·채권에만 올인하지 않고 대체 투자를 많이 했던 하우스들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더 큰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 공모펀드 운용 시장 진입이란 큰 도전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 턴어라운드 기업에 주목하라
라임자산운용은 올해 콘텐츠 시장에도 진출한다. 원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영화 펀드를 통한 콘텐츠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그는 “공모 운용사 라이선스를 받게 되면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영화에 대한 공모펀드도 만들 계획이다.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로 엔터테인먼트사와 손잡고 영화 8~10개에 분산투자하면 절대 수익률로 승부하는 좋은 펀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펀드에 대한 고객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라임과 영화 제작사, 출연 배우들까지 함께 투자자로 참여하는 계획도 구상 중이다. 원 대표는 “새로운 도전인 영화 펀드가 잘되면 라임에는 또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자 성장 축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라임자산운용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자산 운용사로 주목받아 왔다. 2016년 국내 첫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출시했던 것과 2017년 무역금융펀드 출시가 대표적이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일정 의결권을 확보한 후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적극적으로 요구해 이에 기반한 주가 상승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다. 무역금융은 무역 거래 시 발생하는 선결제, 운송비 마련, 원자재 재가공 등에 필요한 단기성 자금에 대한 일종의 대출을 뜻한다. 라임자산운용은 당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한금융투자와 손잡고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이 도맡았던 무역금융을 기초 자산으로 삼은 헤지펀드를 출시했었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서 ‘라임은 위험한 투자를 많이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원 대표는 “외부에선 알 수 없겠지만 우리는 굉장히 철저하게 안전장치들을 만들어 리스크를 관리한다. 대체 투자 계약서를 분석하기 위해 최근엔 사내 변호사도 채용했다. 우리의 방식이 잘못됐다면 회사가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라임자산운용은 리스크를 피하기보다 관리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리스크는 피하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라는 이종필 부사장(CIO)의 평소 투자 지론에 따른 것이다. 원 대표는 “리스크를 잘 관리하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투자 철학대로 철저하게 설계하기 때문에 영화 펀드 등 다른 운용사가 하지 않는 것까지 도전하게 되는 것 같다. 주식이라는 단일 상품만 취급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전략과 상품으로 다양하게 운용하고 있으므로 안정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알짜 종목을 알아보는 팁도 공개했다. 포스코는 2015년 말 기준 6년 연속 주가 하락의 길을 걷다가 2016년 상반기부터 중국 철강 업체들의 구조조정 등에 따라 실적이 턴어라운드하기 시작해 주가가 연간 50% 이상 상승했다. LG전자도 스마트폰의 부진으로 2016년 말 기준 7년 연속 주가가 하락했는데 조성진 가전사업부 사장이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 기대감으로 2017년 55% 정도 오른 바 있다.
그는 포스코와 LG전자 사례를 들어 부진한 기업의 턴어라운드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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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2호(2019.02.18 ~ 2019.02.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