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라더스 106조원에 인수
초거대 미디어 공룡 탄생 전망

“해리포터·슈퍼맨도 삼켰다”...진격의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할리우드 '명가'로 불리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이하 워너브러더스)의 스튜디오·스트리밍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넷플릭스의 이번 인수·합병이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할리우드를 거의 지배할 만한 초거대 '공룡' 기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5일(현지시간) 워너브러더스의 영화·TV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 등 사업 부문을 720억달러(약 106조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인수 대상인 워너브러더스의 가치는 부채를 포함해 827억달러(약 122조원)로 평가됐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번 인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10여년 만의 최대 규모 인수·합병이다.

인수·합병이 최종 마무리되기까지 12∼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넷플릭스는 예상한다.

이미 3억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해 세계 최대 유료 스트리밍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이번 거래로 워너브러더스의 스트리밍 플랫폼 'HBO 맥스'까지 합치면 가입자 기반이 4억2000만명 이상으로 불어나게 된다.

이는 다른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압도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가 보유한 방대한 영화·TV 콘텐츠도 확보하게 돼, 콘텐츠 지식재산권(IP) 측면에서도 이전에 할리우드 공룡으로 불린 디즈니를 넘어설 수 있을 전망이다.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는 '카사블랑카', '시민 케인', '말타의 매', '보니와 클라이드', '더티 해리', '샤이닝', '불의 전차', '오즈의 마법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수많은 고전 영화를 보유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는 또 DC코믹스 작품인 '슈퍼맨'과 '배트맨' 시리즈를 비롯해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 같은 블록버스터 시리즈도 다수 갖고 있다.

올해만 해도 워너브러더스는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시너스'와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포함해 8편의 흥행작을 잇달아 내놓으며 역대 최고 수준의 흥행 성적을 냈다. 두 작품 모두 다가오는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강력한 작품상 후보로 꼽힌다.

TV 드라마로는 워너브러더스 산하 HBO 채널 히트작인 '왕좌의 게임' 시리즈를 비롯해 '유포리아', '화이트 로터스', 현재 HBO 맥스에서 스트리밍되는 인기 시트콤 '프렌즈' 시리즈까지 넷플릭스가 품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모펫네이선슨의 분석가 로버트 피시먼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넷플릭스는 그동안 신규 시청자와 장기 시청자 모두에게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다세대에 걸친 프랜차이즈'를 보유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워너브러더스 인수를 통해 넷플릭스의 콘텐츠 경쟁력이 크게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