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기업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하고 개인은 투자에 보다 신중해야”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증권계의 미래학자’로 불리는 홍성국(미래에셋대우 전 사장) 혜안리서치 대표가 최근 ‘수축사회’라는 책을 내 화제다. 르네상스와 산업혁명 이후 약 500년간 팽창사회의 형태를 보였던 인류가 수축사회로 넘어가기 직전의 전환기에 돌입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홍 대표는 “인구 감소와 기술의 발달, 환경문제 등으로 파이가 줄면서 마이너스섬 게임이 고착화하는 수축사회에 진입하고 있다”며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관련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의 팽창은 없다…수축사회 눈앞”
▶근황이 궁금합니다.

“행정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정책이나 공기업 경영을 다루는 행정학에 관심이 많고요. 올여름 졸업 예정입니다. 또한 기업 특강을 비롯해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대상 강연을 진행하는 등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책도 쓰고 있고요. 2017년 은퇴한 후 한 권을 펴낸 데 이어 지난해 말 또 한 권을 출간했습니다.”

▶‘수축사회’라는 책이죠.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미래를 바라보는 눈을 키워야 하는데 의외로 잘 모르더라고요. 리더들은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수축사회, 끔찍한 단어죠. 르네상스 시대 이후 계속되던 인류의 팽창이 멈춰 가고 있다는 거대한 담론을 던졌는데요, 예상외로 책이 잘 팔리고 있습니다.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셈이죠.”

▶구체적으로 뭐가 줄어든다는 얘기입니까.

“르네상스 이후 18세기 산업혁명을 계기로 인류 팽창의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게임으로 치면 플러스섬 게임이었죠. 자기 몫만 먹어도 충분히 배부르고 욕망을 채울 수 있었어요. 그런데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파이가 더 이상 커지지 않았죠. 남의 파이를 빼앗아 먹어야 하는 제로섬 사회로 바뀐 시발점입니다.”

▶고착화 시점은 언제쯤입니까.

“향후 5년이 골든타임입니다. 지금은 대전환기입니다. 대비하지 않으면 약 10년 후인 2030년엔 치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겁니다. 현재 각 국가의 부채비율을 봤을 때 빚이 더 증가한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봅니다. 5년 안에 향후 10년을 내다본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끝없는 나락에 빠질 겁니다.”

▶원인은 뭔가요.

“크게 세 가지 때문입니다. 인구 감소와 기술의 발달, 환경의 변화가 주요인입니다. 환경문제를 특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국도 이와 관련해 매년 100조원 이상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전기차 등도 모두 환경 변화 때문에 탄생했습니다. 안 써도 될 돈을 투입하고 인구구조가 역피라미드 형태로 바뀌면서 소비할 인구는 줄고 있는데도 과학기술은 나날이 발전합니다.

미래학자들은 각각의 틀에 함몰돼 있고요.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연구하는 이는 기술 발전에 따른 인류의 행복에 대한 가설만 세울 뿐 정작 관련 혜택을 누릴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는 안 합니다. 인구학자는 인구 변화만 언급할 뿐이죠.

세 가지 원인을 종합해 보면 산업과 사회의 모든 영역이 공급과잉 상태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자동차 산업만 봐도 그렇습니다. 차를 소비할 사람은 감소하는데 생산량은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국가들의 책임이 커 보입니다.

“맞습니다. 구조적 위기가 오고 있지만 단기 정책만 써왔습니다. 빚을 늘려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거죠.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은 의외로 많은 사람이 알고 있어요. 다만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우리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주의 때문에 다들 눈감고 있는 겁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어느 나라건 정치권이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단기 정책 위주예요. 정책을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쪽으로 바꿔야 합니다. 어느 정도는 참고 견뎌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당장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에 이어 2차 베이비부머(1966~1974년생)까지 앞으로 20년 안에 약 1500만 명이 은퇴를 앞두고 있습니다. 고령화에 따른 빈곤 문제가 재앙이 될 겁니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 개정이 시급합니다. 그런데 못 합니다. 베이비부머의 반대 때문입니다. 연금이 고갈되든 말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심이 팽배해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의 개혁도 시급합니다. 앞으로는 건강보험이 더욱 큰 이슈가 될 겁니다. 현재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건강보험 재원의 약 35%를 쓰고 있습니다. 그들의 자식이 그 빚을 갚아야 합니다. 그런데 일할 인구가 줄고 있습니다. 모럴 해저드입니다.”
“더 이상의 팽창은 없다…수축사회 눈앞”
▶기업들은 수축사회를 맞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3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만큼 과거와 다른 새로운 경영 방식을 도입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내야겠죠. 아버지나 할아버지 시대의 경영 방식이 팽창 시대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수축사회에 대비해 나름의 기업 문화를 조성해 나가는 등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소재(철강·화학·정유)·산업재(기계·건설·조선·운송)·정보기술(IT)·자동차 비율이 67%에 달하는 기형적인 한국의 산업구조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오너 3세들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깊은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거죠.

필요하다면 자신들의 업을 일정 부분 해외로 이전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 대신 상대적으로 공급과잉이 덜한 산업으로 눈을 돌려야겠죠. 한국은 소비재 부문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입니다.”

▶기업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해 보입니다.

“대기업이라고 하면 무조건적으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약 45조원의 이익을 냈는데 세금만 17조원을 냈더라고요. 계산해 보니 연봉 5000만원짜리 일자리 35만 개를 유지한 데 따른 결과였습니다.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수축사회에서는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기업들이 한국의 기둥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올해 경기 전망은 어떻습니까.

“올여름을 기점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수축사회로 접어드는 시기인 만큼 반등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에는 경기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인 반면 최근에는 우하향 흐름을 보이는 게 현실입니다. 과거에는 정부의 부양책에 따라 경기가 상승했는데 앞으로는 관련 대책도 별 효과가 없을 겁니다.”

▶수축사회를 맞아 개인들은 어떤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전 세계적으로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상황인 만큼 늘 금리를 주시해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미국채 금리가 3.3%가 되니까 시장이 요동을 쳤다가 3.0% 수준이 되자 바로 안정을 찾았죠. 따라서 주가보다 금리를 먼저 봐야 하고요.

또한 목표 수익률을 늘 염두에 두고 예상 수익을 달성하면 바로 털고 나와야 합니다. 특히 3년 이상의 장기투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까딱 잘못하다간 빚더미에 오르기 쉽습니다.

또한 투자 전문가의 말만 맹신해선 안 됩니다. 지금의 전문가는 죄다 팽창사회에서 활약했던 이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바뀐 환경에 대해 확실히 인식하고 투자에 나서는 게 중요합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2호(2019.02.18 ~ 2019.02.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