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인물에서 배우는 경영 이야기 ③
‘이순신 리더십’, 기업의 나침반이 되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제1·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영국의 유명한 버나드 몽고메리 장군은 저서 ‘전쟁의 역사’에서 이순신 장군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조선에는 이순신이라는 뛰어난 장군이 있었다. 그는 전략가이자 전술가였고 탁월한 자질을 지닌 지도자였다.”

이순신의 활약으로 치명적 패배를 겪은 일본에서조차 그의 위대함과 독보적인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 메이지 시대 일본 해군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전략과 전술에 대해 가르쳤다. 일본 해군 소좌 오가사와라 나가나리는 그의 저서에서 “이순신은 담대하고 활달한 동시에 치밀한 수학적 두뇌도 갖춰 조선의 승리를 이끈 리더”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전 세계가 귀감으로 삼는 ‘진짜 리더’를 역사 속 위인으로 두고 있다.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리더로서 보여준 그의 행적과 선택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침반 역할을 해준다.

특히 경영인의 눈으로 보면 ‘이순신 리더십’의 여러 덕목은 마치 교과서와 같다. 리더십의 정수로 여길 만하다.

첫째, 그는 위기를 예측하고 미리 대비하는 리더였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1년 2개월 전 전라좌수사로 부임한 이순신은 앞날에 있을 큰 재난을 미리 내다봤다. 당시 조선의 국방 수준은 안타까울 정도였다. 이 때문에 이순신은 부임과 동시에 바로 국난 대비에 착수했다. 그는 자신의 관할을 샅샅이 순찰하며 병사들의 사기와 전투 장비를 점검했다. 또 인근의 지리적 요충지를 관찰하고 적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수집했으며 전략서를 연구하기도 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를 대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항상 긴장해야 하고 치밀해야 하며 만반의 준비를 다해야 한다. 특히 큰일부터 작은 일까지 직접 관여할 부분이 많은 중견·중소기업들의 리더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어려움을 미리 내다보고 하나하나 준비하는 이순신 리더십이 필요하다.



◆예상되는 어려움은 리더가 직접 챙겨야

둘째, 그는 다른 곳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간 리더였다. 임진왜란 시기에는 중앙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영국의 호국 영웅으로 평가 받는 호라시오 넬슨 제독은 국가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트라팔가 해전에서 나폴레옹에 승리해 나라를 지켰다.

하지만 이순신은 아무런 지원도 없이 외로이 수군을 이끌고 일본에 맞섰다. 백의종군 후 무너진 조선 수군을 일으켰고 배도 직접 지휘해 만들고 정비하며 적과 싸웠다.

무엇보다 전쟁을 치르는 데 필수적인 군수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그는 군량·무기·병력을 온전히 자력으로 해결해야만 했다. 최고사령관이면서도 직접 밭에 나가 씨를 뿌리고 생선을 말리고 소금 굽는 가마솥을 만들며 군수품을 비축했다. 둔전제를 시행해 식량 보급의 효율을 높이고 관할 지역 내 서로 다른 생산물을 효율적으로 바꿔 가며 군자금을 충당하기도 했다.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 업계 후배들을 만나면 정부 지원에 대해 볼멘소리를 하는 것을 듣게 된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나라에서 지원을 받으려고만 해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기업이 어려울 때 다른 지원 없이 스스로 일어설 정도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경영에 임해야 한다. 마치 자구(自救) 노력이 국난을 극복한 원동력이 됐던 이순신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원칙을 지키는 따뜻한 리더였다. 그는 자신보다 직책과 직급이 높은 사람의 부당한 압력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부하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노력과 공적은 빠짐없이 챙겼다. 관련된 기록을 보면 공을 세운 자가 노비라고 할지라도 임금에게 공을 보고했다는 것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면모였다.
‘이순신 리더십’, 기업의 나침반이 되다

◆공을 세운 사람은 ‘노비’라도 직접 챙겨


특히 이순신은 ‘애민’이라는 자신의 원칙을 끝까지 지켰다. 그는 어딜 가나 백성들의 삶을 우선시했고 그들이 살아갈 국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웠다.

모친상도 제대로 치르지 않고 싸움터를 향해 백의종군을 떠난 것도 그가 스스로 설정한 ‘애민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조정에서 전선과 병사들을 주지도 않고 100배가 넘는 적과 싸우라며 재임명의 교서를 내려도 불평 없이 담담하게 전장에 나섰다. 애민 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진심은 부하들과 백성들에게도 전해졌다. ‘징비록’을 남긴 유성룡은 “이순신의 부하 장수들은 그를 ‘사람이 아니라 신(神)’이라며 무조건 따랐다”고 기록한다. 애민을 바탕으로 원칙을 지키면서 조선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의 ‘제후적 면모’마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영인도 마찬가지다. 성과와 겉치레보다 전체 조직을 끌고 나가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원칙에 충실하면서 환경에 맞게 개선하고 창조하는 것이 이 시대 경영인들의 기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처럼 이순신 리더십은 오늘날 경영인들에게 귀중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면 그의 리더십은 타고난 것일까. 분명 타고난 면도 있지만 그는 정성의 가치를 믿고 끊임없는 노력을 거듭한 인물이었다. 어려운 가정환경과 무과 낙방이라는 힘든 여건, 낮은 관직으로 시작하고 전시에는 조정의 지원도 없이 외롭게 싸우며 불세출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미리 준비하고 의존 없이 자립하며 솔선수범하고 원칙을 지키는 것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발휘할 수 있는 리더의 덕목일 것이다. 이순신의 리더십은 어려운 경제 상황을 헤쳐 나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라고 할 수 있다.

약력 :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한국 화장품과 제약 산업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윤 회장은 농협중앙회를 거쳐 1974년 대웅제약에 입사해 부사장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창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1990년 한국콜마를 설립하고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시스템을 도입해 매출 1조원의 기업으로 키워 냈다. 2017년엔 이순신 리더십을 전파하는 사단법인 서울여해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3호(2019.02.25 ~ 2019.03.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