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1위·지주사 부문 1위 윤종규 ]
[파워 금융인 30] 온화한 리더십 갖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윤종규(64) KB금융지주 회장의 별명은 ‘똑부’다. 온화한 가운데 일을 꼼꼼히 지적하며 챙겨 똑똑하고 부지런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윤 회장은 전 경영진의 내분이 원인이 된 ‘KB금융 사태’로 흔들렸던 KB금융그룹을 안정시키고 순이익 호조와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이끌어 내는 등 강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윤 회장은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는 성품으로 알려져 있다. KB국민은행장 선출을 위해 시행한 직원 설문 조사에서 최상위권 후보에 들어가기도 했다. 부행장 시절 업무 보고를 마친 팀장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고 문이 닫힐 때까지 인사하는 등 겸손한 리더십이 몸에 배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KB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뒤 2015년 초 직원과의 만남 행사 때는 직원 100여 명과 둘러앉아 개인사까지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2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은행원보다 회계사로 일한 기간이 길고 은행권에 돌아온 뒤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지내면서 금융권에서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광주상고 졸업 후 외환은행에 입행했고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다녔다.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성균관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행정고시에서도 필기시험을 차석으로 붙었으나 대학생 시절 시위에 참여했던 경력이 문제가 돼 임용이 취소됐다.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한 뒤 부대표까지 올랐다.

이후 KB국민은행에 영입돼 재무전략본부 본부장과 부행장을 역임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다 KB금융지주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으로 선임된 뒤 역대 KB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파워 금융인 30] 온화한 리더십 갖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회장 중 첫 연임 성공

2017년 KB금융지주가 9년 만에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순이익 1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윤 회장이 취임한 뒤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등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비은행 계열사 전반의 몸집을 불린 성과로 풀이된다. 두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윤 회장의 과감한 추진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B금융지주는 2016년 3월 현대증권 인수자로 선정됐다. 윤 회장이 이사회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1조2500억원을 과감하게 베팅한 덕분이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 기준으로 국내 3위에 이르는 통합 KB증권(KB투자증권+현대증권)이 2017년 1월 출범했다.

이에 앞서 윤 회장은 2015년 6월 LIG손해보험 인수를 마무리하고 KB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바꿔 출범했다. KB금융지주는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총자산이 기존 421조원에서 445조원으로 늘어 국내 금융지주사 1위에 올랐다.

윤 회장은 2017년 11월 연임을 확정한 뒤 KB금융그룹의 취약 분야인 생명보험도 M&A를 통해 키울 뜻을 내보였다. KB금융지주는 2018년 오렌지라이프 인수 후보로 오르내린 데 이어 2019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 등의 인수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된다.

윤 회장은 2018년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정비하고 장악력을 키우면서 역대 KB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윤 회장은 2018년 12월 말 KB금융그룹 계열사 인사와 KB금융지주 인사를 통해 강력한 리더십을 다시 한 번 다졌다. 윤 회장은 허인 KB국민은행장은 디지털혁신부문장,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는 자본시장부문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은 보험부문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개인고객부문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하나의 KB’ 특히 강조

다음 회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4명이 모두 비슷한 역할과 지위를 부여받으면서 뚜렷한 2인자가 없는 기조가 이번에도 확인된 것으로 여겨졌다. 또 KB국민은행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 대표들은 계열사의 실적 향상은 물론 KB금융지주와 계열사의 시너지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자연스럽게 이들의 경쟁을 유도한 셈이다. 윤 회장은 또 KB증권 대표로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에 오랜 기간 몸담았던 박정림 사장을 보내며 친정 체제도 강화했다.

세대교체 기조도 뚜렷하게 보여줬다. 1950년대에 태어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퇴진하면서 KB금융그룹 12개 계열사 대표 가운데 1950년대생은 한 명도 남지 않았다. KB금융그룹에는 이미 1970년대생 CEO까지 등장했다. 2018년 초 영입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1970년생이다.

윤 회장은 취임한 뒤 꾸준히 하나의 KB를 강조하면서 지주사와 계열사, 계열사와 계열사 사이의 시너지를 내는 데 힘쓰고 있다.

2018년 12월 인사를 통해 주력 계열사 대표들의 겸직을 대폭 확대한 점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KB금융그룹에서 자산 규모 1~4위 계열사를 이끄는 대표들이 각 부문을 맡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회장은 2014년 처음 회장에 오른 뒤부터 지금까지 틈날 때마다 ‘하나의 회사, 하나의 KB(One-Firm, One KB)’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윤 회장은 2015년 1월 KB금융지주를 KB국민은행 본점으로 6년 만에 이전했다. 지주사와 은행 사이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전까지 KB금융지주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지주회사와 은행의 업무 공간이 분리돼 있었다.

취임한 직후부터는 ‘근거리 시너지’를 위해 서울 명동에 있던 KB금융지주의 일부 부서를 여의도에 있는 KB국민은행 본점으로 이전하고 KB생명보험과 KB투자증권을 여의도 증권가에 있는 KB금융투자타워로 옮기는 등 여의도 KB 금융타운 사업을 추진했다.

또 은행·증권사·손해보험·생명보험 회사가 함께 영업장을 꾸리는 복합 점포도 열었다. 복합 점포는 윤 회장이 추진하는 비은행 계열사 영업력 강화의 핵심 전략이다. 윤 회장이 2017년 KB국민은행장을 분리하고 금융지주 회장만 맡은 것도 조직을 안정화하고 비은행과 해외 사업 등을 본격적으로 챙기려는 조치로 해석됐다.

디지털 금융 전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2018년 12월 KB금융지주 인사를 통해 디지털혁신부문을 만들고 허인 KB국민은행장을 부문장으로 선임했다. KB금융그룹 전체의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파워 금융인 30] 온화한 리더십 갖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약력 : 1955년생. 1974년 광주상고 졸업. 1982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1985년 서울대 경영학 석사. 1999년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1980년 한국공인회계사. 1986년 미국공인회계사. 1980년 삼일회계법인. 2002년 KB국민은행 부행장. 2005년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2010년 KB금융지주 부사장.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현).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4호(2019.03.04 ~ 2019.03.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