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19 파워 금융인 30]
-손보사 부문 1위
[파워 금융인 30]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취임 이후 순이익 ‘퀀텀 점프’…손보업계 체질 개선
약력 : 1963년생.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2001년 삼성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 상무. 2005년 삼성증권 캐피털마켓사업부 상무. 2011년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2013년 메리츠금융지주 사장(겸직). 2015년 메리츠화재 사장. 2018년 메리츠화재·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현).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김용범(56) 메리츠화재 부회장은 메리츠화재·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종금증권 대표를 거친 메리츠금융그룹의 대표적인 전문 경영인이다.

지난해 연임된 김 부회장은 공격적인 영업 방식을 통해 메리츠화재의 실적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보수적인 보험업계에 실용적인 조직 문화를 전파함으로써 메리츠화재의 ‘체질 개선’에 앞장섰다는 평을 듣고 있다.
[파워 금융인 30]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취임 이후 순이익 ‘퀀텀 점프’…손보업계 체질 개선
◆장기 보장성 인보험 ‘업계 2위’로 끌어올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전년 대비 10.6% 증가한 7조8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업계 최고 수준인 12.8%를 달성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2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26.8%나 감소했다. 장기 인보장 신계약 매출이 58% 성장하면서 추가 상각 등 비용 증가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순이익은 주춤했지만 김 부회장이 취임한 2015년부터 메리츠화재는 3년 연속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2015년에는 전년 대비 52% 성장한 1713억원, 2016년에는 50.5% 성장한 2578억원, 2017년에는 전년 대비 62.1% 성장한 3846억원을 달성하며 창사 이후 최초로 순이익이 3000억원을 돌파했다.

김 부회장은 취임 후 두 가지 전략에 역점을 뒀다. 첫째는 ‘초대형 점포제’ 도입이다. 김 부회장은 2015년 3월 본부와 지역단 형태의 영업 관리 조직을 모두 없앴다.

이듬해인 2016년 7월 전국 221개 점포를 본사 직속의 102개 초대형 점포로 통합했다. 이는 그동안 인보험 중심의 관리형 영업이 주류를 이뤘던 보험업계에서는 새로운 시도였다.

기존의 본부나 지역단과 같은 중간 관리 조직을 통해 이뤄졌던 수동적 영업 관리에서 점포당 개개인에게 자율성을 보장하고 스스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의도다. 또 창출한 성과에 대해서는 보상을 통해 영업 관리자들 스스로 동기부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조직을 슬림화해 영업 관리비용을 절감하고 그 비용은 이용자를 위한 보험료 인하와 영업자 소득을 높이는 수수료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이에 따라 현재 메리츠화재의 수수료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또 부실 계약의 발생을 막기 위해 기존의 계단식 포상 제도인 성과 수수료를 없애 무리한 목표 달성을 막고 있다. 수수료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지급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짜 계약을 미연에 방지하지 위한 완전 판매 프로세스의 일환이다.

둘째는 장기 개인 보험시장 공략이다. 지난해 손해보험사가 장기 보장성 인보험에서 벌어들인 보험료(신계약)는 모두 6430억원이다. 이 중 삼성화재가 점유율 21%(1348억원)로 가장 높았는데 메리츠화재는 1226억원으로 19.1%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 삼성화재를 턱밑까지 쫓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2017년만 해도 19.4%로 상위 5개 손보사 중 4위였지만 1년 사이 점유율을 높인 것이다. 이러한 성과는 김 부회장이 추진한 독립보험대리점(GA)의 활발한 매출 확대 정책이 큰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파워 금융인 30]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취임 이후 순이익 ‘퀀텀 점프’…손보업계 체질 개선
◆차별화된 상품으로 소비자 공략 나서

김 부회장은 업계에서 귄위주의를 따지지 않는 인물로 유명하다. 취임 후 김 부회장은 다양한 시도로 메리츠화재의 기업 문화 혁신을 시도했다. 먼저 문서 작성을 80% 이상 줄이는 동시에 대면 결재를 금지하고 전자 결재를 시행해 업무의 집중도를 높였다. 또 불필요한 회의 문화를 줄이기 위해 ‘30분 회의’ 방식을 도입했다.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복장을 자율화하고 결재 라인도 단순화했다.

김 부회장은 ‘일과 삶의 조화’를 강조한다. 직원들의 자율적인 연차 사용을 위해 부서장의 승인 절차를 없앴다. 연속 10일 이내 연차는 개인별 필요에 따라 입력하면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또 자율적인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본인의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지난해 장기 개인보험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인 김 부회장은 올해 기업 보험 분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기업보험 총괄사장에 최석윤 서울대 경영대학 겸임교수를 영입했다. 최 사장은 RBS 한국대표, 골드만삭스 한국 공동대표를 지냈다.

투자업계에서 풍부한 경험을 지닌 김 신임 사장을 앞세워 기업들의 리스크를 보완해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보험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음으로써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다는 점도 메리츠화재의 강점이다. 메리츠화재는 2013년 이후 5년 만에 펫보험 시장에 재진출했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국내 최초 장기 펫보험 ‘펫퍼민트 퍼피앤독(Puppy & Dog) 보험’은 보장 기간을 3년으로 확대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 반려견주들과의 심층 인터뷰로 몰티즈·푸들 등 소형견에서 자주 발생하는 슬개골 탈구와 피부·구강 질환을 기본으로 보장하도록 했다.

여기에 해당 동물병원에서 진료받은 후 보험 가입 시 받은 펫퍼민트 카드를 제시하면 보험금이 자동으로 청구되는 ‘보험금 자동 청구 서비스’가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배타적 사용권은 손·생보협회에서 보험 소비자들을 위한 창의적 상품을 개발한 회사에 독점적 상품 판매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올 1월에는 ‘내몸(Mom)같은 쌍둥이보험’을 출시해 쌍둥이만을 위한 상품을 최초로 내놓았다. 이 상품은 가입 후 최초 1년간 최고 월 3만5000원의 추가 보험료만 부담하면 가입이 어려웠던 저체중 및 임신 27주 이내 출생 위험, 선천 이상 등을 보장하는 담보들에 가입할 수 있다.

또 쌍둥이라면 임신 20주 이후에만 태아보험을 가입할 수 있었던 기존의 임신 수주 제한을 없애고 필수 제출 서류도 대폭 축소했다. 이 상품 또한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면서 메리츠화재의 차별화된 상품 전략이 통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김 부회장의 과제 중 하나는 2022년부터 시작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른 자본 확충이다. 공격적 경영을 통해 안정보다 도전을 택해 온 김 부회장의 행보가 이번에도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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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4호(2019.03.04 ~ 2019.03.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