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년 연속 1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 지난해 세미나 등 220여 회 개최
매주 2회 ‘브레인스토밍’ 회의… “외교·안보 연구의 힘 키웠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572에 자리한 국립외교원을 3월 6일 찾아갔다.

2008년부터 한경비즈니스가 실시하고 있는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조사에서 단 한 차례도 놓치지 않고 외교·안보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외교안보연구소의 저력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회색의 큼지막하고 오래된 건물(1990년 건립)은 한국의 외교·안보 역사를 품고 있는 듯했다. 실제로 외교안보연구소는 외교부 국립외교원 산하 기관으로 1977년 설립됐다. 한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외교안보연구원이 전신이고 2012년 외무공무원법 개정에 따라 국립외교원이 설립되면서 지금의 외교안보연구소로 자리 잡았다.

◆ 소통으로 연구 성과 올리다

외교안보연구소는 한국의 외교를 대표하는 싱크탱크인 만큼 조직도 커졌다. 2012년 당시 2개(중국연구센터·외교사연구센터)의 연구센터를 운영했지만 지금은 3개(아세안·인도연구센터, 국제법센터, 일본연구센터센터)가 더 늘었다.

여기에 더해 지역과 기능에 따라 5개의 연구부(안보통일연구부, 아시아태평양연구부, 미주연구부, 유럽·아프리카연구부, 경제통상연구부)도 운영 중이다.

조직이 커진 만큼 외교·안보 전문 연구원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연구원은 2014년 15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5명의 교수(박사)를 포함한 50명의 연구진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2회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상한다. 연구 주제와 관련된 외교부 담당 과장 이상급도 이 회의에 참석한다. 외교안보연구소 교수진은 출장이나 강의 등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필수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이는 김인철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의 아이디어였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실무진과 연구진이 소통해야 좀 더 진취적이고 현실 가능한 연구가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외교안보연구소는 지난해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통해 연구부와 연구센터 주최로 전문가 간담회 89회, 세미나 48회, 워크숍 10회, 학술회의 15회 등 220여 회의 행사를 개최했다.

또한 주요 국제 문제 분석 결과물 57건, 정책 연구 시리즈 26건, 학술회의 결과물 25건 등 120여 건이 넘는 연구서를 발행했다. 외교부 소속 기관 특성상 발간하지 못한 대외비 연구 자료는 더 많다.

외교안보연구소는 올해 소통의 장을 더 넓힐 계획이다. 내부 소통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싱크탱크들과의 협업이다.

이미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와 외교·안보 주요 현안에 대해 공동 연구와 세미나를 진행하기로 논의를 마쳤고 이 밖에 다른 싱크탱크들과도 교류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외교·안보 싱크탱크가 단순히 개별 연구소의 이익을 도모하는 곳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더 높여야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핵심 교수 3인방이 연구하는 과제는
매주 2회 ‘브레인스토밍’ 회의… “외교·안보 연구의 힘 키웠다”
외교안보연구소의 저력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윤옥채 외교안보연구소 연구행정과장의 도움을 받아 외교안보연구소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교수 3명을 만났다.

유럽·아프리카연구부 부장을 맡고 있는 김덕주 교수, 아세안·인도연구센터 최원기 책임교수, 공공외교·정치·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김태환 교수가 주인공이다. 교수들은 연구와 강의 등으로 바쁜 일정이 산적해 있지만 어렵게 시간을 내줬다.

이들을 만나 현재 연구하고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는 외교부의 싱크탱크에서 연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봄으로써 앞으로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우선 유럽·아프리카연구부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북방정책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신북방정책은 궁극적으로 끊어진 육로를 연결해 러시아·중국·몽골·중앙아시아, 멀게는 터키와 유럽까지 우리 경제 영토를 확장한다는 개념이다. 현 정부는 물류 거점으로 북한까지 참여하는 그림을 내놓고 평화와 경제 공동체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지난 2월 있었던 ‘하노이 북·미 정상화’에서의 결과가 좋지 않아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언젠가는 꼭 한국 경제에 필요한 연구다.

이 밖에 김 교수는 앞서 설명한 외부 기관들과의 협업에 힘쓰고 있다. 김 교수는 “외교·안보는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며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외교의 시작인 만큼 작게는 국내 싱크탱크와 협업, 크게는 글로벌 싱크탱크와의 교류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세안·인도연구센터 책임교수인 최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남방정책을 좀 더 확고히 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며 “현재 외교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부문에서 많은 성과가 나왔지만 아직 채워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중 간 경쟁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남방정책이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이 될 수 있다”며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공공외교·정치·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김 교수는 “현재 중·장기적인 외교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며 “바로 ‘가치 외교’인데 국가 간 협력과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가치를 정립할 수 있는 외교력은 앞으로 한국의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돋보기] 김인철 외교안보연구소장이 꼽는 ‘1위 비결’
- “경쟁이 아닌 협력의 힘”
매주 2회 ‘브레인스토밍’ 회의… “외교·안보 연구의 힘 키웠다”
김인철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은 한경비즈니스가 실시하는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조사에서 11년 연속 1위를 달성한 비결에 대해 “교수진과 연구진의 뛰어난 능력의 밑바탕 속에 교수진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외교 분야의 주무부서인 외교부와 직접적인 교류와 교감을 할 수 있는 환경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경쟁 싱크탱크가 어디인지 묻는 질문에는 “경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며 “외교·안보는 경쟁이 아닌 협력이 바탕이 돼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인터뷰 전날인 3월 5일 갑작스럽게 외교부 대변인으로 옮긴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때문에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이나 현안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한편 김 소장은 3월 8일 정식으로 외교부 대변인 발령을 받았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5호(2019.03.11 ~ 2019.03.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