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부문별 일반의약품 인기 브랜드 육성…지난해 사상 최대 4008억원 매출 달성
차별화 전략으로 틈새시장 개척한 동국제약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동국제약은 창립 50주년인 지난해 연결 기준 4008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3% 증가한 552억원을 기록했다. 제품 출시 전 철저한 시장조사에 기반한 차별화 전략으로 ‘블루오션’을 창조한 덕분이다.

동국제약 브랜드들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온 공통점을 지녔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존 시장에서 제품군을 늘리기보다 남들이 뛰어들지 않는 틈새시장을 찾아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왔다.

동국제약의 대표 제품 인사돌은 40년 전 잇몸병이라는 개념조차 없을 때 잇몸약 시장을 탄생시켰다.

마데카솔은 소독약이 주류를 이루던 상처 치료 시장에서 상처 연고제 시장을 새로 일궜다. 이후에도 여성 갱년기 치료제 훼라민큐, 탈모 개선제 판시딜, 정맥 순환 개선제 센시아, 치질약 치센 등 부문별 신시장을 개척, 대중에게 사랑받는 일반의약품 브랜드를 육성해 왔다.

이러한 차별화 전략은 전문의약품 분야에서도 돋보인다. 세계 둘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개발한 정맥 마취제 포폴을 비롯해 조영제 파미레이, 항암제 로렐린데포 등의 미개척 분야에 도전해 왔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일반의약품사업부·전문의약품사업부·해외사업부 등 삼각편대가 균형 있는 성장을 이끌어 왔다”며 “2012년 출범한 헬스케어사업부가 2015년 화장품 센텔리안24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면서 또 하나의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은 상태”라고 말했다.

◆‘역발상 DNA’로 시장 선도

동국제약이 이처럼 틈새시장을 개척해 온 배경에는 창업자의 역발상 DNA가 크게 작용했다. 동국제약 창업자 고(故) 권동일 회장은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데, 시중에 없는 의약품을 국민에게 보급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다.

일례로 1978년 인사돌 발매 당시만 해도 국민이 먹고살기 급급한 상황이었다. 잇몸 건강에 대한 인식이나 여유가 부족한 것은 물론 치과 치료 또한 보편적인 일이 아니었다. 권 회장은 잇몸병으로 고생하는 국민에게 잇몸약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신념으로 국내에 인사돌을 보급했다. 인사돌은 출시 당시만 해도 생소한 의약품이었지만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40년 이상 많은 국민이 애용하는 장수 의약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창업자의 이러한 실험 정신은 오너 2세인 권기범 부회장에게도 계승됐다. 권 부회장은 평소 임직원에게 ‘고객을 향한 차별화 혁신’을 강조한다. 그가 얘기하는 차별화는 철저히 고객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하며 고객이 필요로 하는, 타사와 차별화한 가치를 정성스럽게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국제약은 이를 위해 시장 수요 분석은 물론 소통과 공감 과정을 바탕으로 고객의 잠재 수요까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차별화 전략으로 틈새시장 개척한 동국제약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생약 성분 의약품

동국제약 일반의약품의 또 다른 차별점은 대부분의 제품이 식물에서 유래한 생약 성분을 주성분으로 사용한다는 데 있다.

인사돌은 옥수수 불검화 정량 추출물을 주성분으로, 지난 40여 년간 잇몸약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 왔다.

올해로 49주년을 맞은 마데카솔은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에서 자생하는 식물인 ‘센텔라아시아티카’에서 추출한 원료로 제조한다. 주성분 ‘센텔라 정량 추출물’은 상처의 치유 과정에서 정상 피부와 유사한 콜라겐을 합성하도록 도와 새살을 빠르게 재생시킨다. 상처 치유 후 흉터가 남지 않도록 돕는 작용도 한다.

동국제약이 2003년 출시한 훼라민큐는 ‘서양승마’와 ‘세인트존스워트’ 생약 복합 성분의 여성 갱년기 치료제다. 훼라민큐는 기존 호르몬제와 거의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호르몬제가 유발할 수 있는 유방암과 심혈관 질환 등의 부작용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동국제약이 2011년 출시한 판시딜은 약용 효모와 모발·손톱 구성 성분을 함유한 게 특징이다. 모근 조직 세포에 모발 성장과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공급해 탈모를 효과적으로 개선한다. 고혈압·당뇨병 환자도 복용할 수 있다.

동국제약이 2012년 출시한 센시아는 센텔라아시아티카 정량 추출물을 주성분으로 하는 정맥 순환 개선제다. 식물 성분으로 부작용이 거의 없고 유럽에서의 사용 경험과 다수의 임상 연구를 통해 효과가 입증된 약물이다.

동국제약이 2017년 출시한 치센은 유럽에서 개발된 식물성 플라보노이드 구조인 ‘디오스민’ 성분의 먹는 치질약이다. 임신 초기 3개월 이내를 제외하고는 임산부와 수유부도 복용할 수 있다. 무색소 캡슐을 적용해 화학 색소 등에 민감한 소비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동국제약은 소비자에게 꼭 필요하지만 시중에 없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국내외 시장조사를 거쳐 소비자의 잠재 수요를 파악한다. 이후 그에 맞는 제품을 다양한 루트를 통해 검색하고 최적의 제품을 선정한다.

제품이 선정되면 향후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지 고려해 전략적으로 브랜드명을 정한다. 또한 소비자에게 가장 잘 인식될 수 있는 브랜드 콘셉트와 슬로건을 도출해 공감대가 형성되는 광고를 제작함으로써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된다.

동국제약은 또한 2010년 이후부터 신제품 발매와 동시에 ‘질환 바로 알기 캠페인’ 등의 마케팅 전략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또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선택이다. 정맥 순환 개선제 센시아가 대표적이다.

센시아는 출시 4년 만에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질환을 알리고 증상 관리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정맥 순환 장애 바로 알기 캠페인’ 덕분이었다. 센시아 출시 당시만 해도 ‘정맥 순환 장애’의 유병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질환으로 인식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차별화 전략으로 틈새시장 개척한 동국제약
최근 출시된 먹는 치질약 치센도 빼놓을 수 없다. 치센은 치질 치료제 시장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변화시키며 1위 제품(아이큐비아 기준)으로 올라섰다. 동국제약은 치센을 출시하면서 질환의 특성을 홍보하기 위해 ‘치질 바로 알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질환과 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자꾸 숨기게 되는 치질을 참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치센 발매 이후 일반의약품 치질 치료제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설정한 ‘국내 최고의 토털 헬스케어 그룹’이라는 미션과 ‘2025년 매출 1조원 달성’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철저한 시장조사에 기반한 차별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5호(2019.03.11 ~ 2019.03.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