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19 은행 모바일 뱅킹 앱 평가]
-은행별 디지털 전략 : KB국민은행
허인 행장, 애자일 조직으로 변화 이끈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시중은행들 중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에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KB국민은행(이하 국민은행)이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11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포하고 전사적인 차원에서 디지털 혁신 전략을 추진 중이다. KB금융은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혁신부문을 신설했는데, 디지털혁신부문장을 맡은 이는 허인 국민은행장이다. 국민은행을 넘어 그룹 내 디지털·정보기술(IT)·데이터 관련 업무를 총괄함으로써 국민은행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모든 KB금융그룹 그룹사로 확대하는 역할을 도맡게 된 것이다.


허 행장은 핀테크와 디지털 금융에 특히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무급은 아니지만 전산 업무 등을 맡은 경험이 있어 IT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은 편이다. 실제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2017년 허 행장의 취임 당시 기자 간담회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업무를 경험한 전문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 디지털 첨병 애자일 조직 ‘에이스’, 성과 톡톡


취임 이후 줄곧 국민은행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강조해 온 허 행장은 온라인과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력과 업무 과정, 문화 등 조직 전반을 디지털화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민은행은 창립 17주년을 맞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선포식’을 열고 디지털 혁신 조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투자·인재 양성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인원의 4분의 1 수준인 4000명의 디지털 인재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인재는 내부 역량 강화, 외부 전문가 채용을 통해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은행의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재편하는 등 전면적으로 대전환할 수 있도록 실행력을 확보하는 데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 참여 수준을 점검할 수 있는 디지털지수를 개발하고 인공지능(AI)·블록체인·클라우드·빅데이터·에코 시스템 등 디지털 신기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IT기술혁신센터도 신설했다. 센터는 금융업에 접목할 수 있는 신기술을 발굴하고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또한 글로벌 디지털 기업,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국민은행의 디지털 금융 서비스 영토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국민은행의 DT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에이스(ACE)’다. 국민은행 디지털 전략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디지털금융그룹은 2017년부터 애자일 조직을 도입해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ACE는 ‘민첩하다(Agile), 중추적이다(Centric), 효육적이다(Efficient)’의 영문 앞 글자를 딴 말로, 프로젝트 중심으로 움직이는 소규모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부서 간 경계 없이 5~7명씩 팀원급 젊은 직원으로 구성해 변화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혁신 전문가로 알려진 한동환 디지털금융그룹 대표(전무)가 직접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며 에이스 조직을 이끌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1년여간 국민은행의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인 KB스타뱅킹의 크고 작은 변화들을 이끌어 냈다. 앱 사용자가 잔액을 확인할 때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을 없애고 과거 돈을 보냈던 상대방에게는 ‘빠른 이체’를 통해 공인인증서 등을 입력하지 않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비대면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 ‘자산관리 #(샵)’도 에이스의 성과 중 하나다. 자산 관리 샵은 출시 3개월여 만에 91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할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외부와의 협업을 확대해 가는 것 또한 국민은행 디지털 전략의 큰 축이다. 글로벌 디지털 기업이나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LG그룹과 협업하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마곡페이’가 대표적이다. 국민은행은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입주한 직원들이 결제할 때 쓰는 지역 화폐 정산은행 역할로 참여 중이다. 또 핀테크 업체들과의 제휴를 넓혀 가기 위해 현재 오픈 API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인터뷰 한동환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대표
“마켓 셰어’보다 ‘마인드 셰어’…고객들의 마음을 훔치는 앱 만들 것”


KB국민은행(이하 국민은행)의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인 KB스타뱅킹은 국내 금융 앱 중 가장 많은 고객이 사용하는 앱이다. 가입자 수만 하더라도 약 1500만 명에 달한다. 한동환 대표는 현재 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대표와 함께 KB금융지주 디지털혁신총괄(CDIO) 전무를 겸임하며 KB금융의 디지털·데이터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대표 모바일 뱅킹 앱인 KB스타뱅킹은 물론 모바일 플랫폼인 ‘리브(Liiv)’의 개발을 이끌었다. 지난 3월 26일 한 대표를 만나 국민은행의 디지털 전략에 대해 들었다.
허인 행장, 애자일 조직으로 변화 이끈다


-국민은행의 ‘디지털 전략’에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디지털 금융 환경 자체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디지털 전략도 그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인 것만은 분명하다.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내·외부적으로 디지털 금융을 평가하는 지표가 상당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모바일 뱅킹 앱을 통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라든가 고객의 수와 같은 양적인 성장을 중시했다. 소위 ‘시장점유율이 중요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객들이 얼마나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지와 같은 지표를 더욱 중요하게 본다. 나 또한 사무실에서 늘 일평균 사용자 수(DAU), 월평균 사용자 수(MAU)와 같은 자료들을 큰 화면으로 띄워놓고 있다. 결국 고객들의 마음을 얼마나 붙잡을 수 있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와 같은 ‘마인드 셰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KB스타뱅킹 앱 또한 지난 1년 새 특히 많은 부분을 바꿔나가고 있다.


“그렇다. 초기 은행의 모바일 앱은 기존의 오프라인 거래를 그대로 옮겨 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만들어진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고객이 필요로 하는 방대한 종류의 거래와 프로세스가 그대로 모바일에 구현되면서 고객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 거래도 많았다. 고객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계좌 조회와 이체 등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계좌뷰’와 ‘빠른 이체’ 등을 만들었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비대면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 ‘자산 관리 #(샵)’은 별다른 홍보가 없었음에도 고객들이 먼저 찾고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노후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미래 설계’ 등과 같은 서비스를 주로 이용한다. 이처럼 각자 고객들의 자산 정보를 한눈에 빠르게 확인하고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간편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는 점에서 고객들도 좋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 전략을 추진 중인데, 고객들이 얻게 되는 장점은 무엇인가.


“디지털 금융 시장은 국내외는 물론 금융·비금융 산업 간에도 경계 없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외부 기업과의 협업 생태계가 중요한 것처럼 KB금융그룹 계열사 간 연계를 통해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또한 풍부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카드·보험·캐피털 등 다양한 서비스를 마이크로 단위 API로 세분화해 개발하고 한 번의 인증으로 KB금융그룹의 모든 앱을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인증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다양한 핀테크 업체들의 도전이 거세다. 이와 관련해 위기감은 없나.


“최근 핀테크 업체들의 혁신이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핀테크 혁신 서비스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 ‘기존의 불편함을 없애는 관점의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은행은 관련 법률 등의 제약으로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 내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런 점에서 위기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변화’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금융에 전문성을 갖춘 은행이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때 더욱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지금과 같은 디지털 금융 환경의 변화는 위기보다 ‘기회’라고 본다.”


vivajh@hankyung.com



[커버스토리=2019 은행 모바일 뱅킹 앱 평가 인덱스]
-①금융소비자 900명 설문, 2019 은행 모바일 뱅킹 앱 평가
-모바일 뱅킹 평가 1위 기업은행 ‘i-ONE뱅크’
-②은행별 디지털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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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8호(2019.04.01 ~ 2019.04.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