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비즈니스 글쓰기 강사 3인의 실전 노하우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
설득하는 글쓰기 "두괄식으로, 중복도 누락도 없이"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번역가이자 저술가, 글쓰기 강사, 교수로 활약하는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는 비즈니스 글쓰기를 위한 세 가지 지침을 강조한다. 백 대표는 “실제로 기업에서 강의해 보면 문단 개념 없이 보고서를 쓰는 이들이 많다”며 “비즈니스 글쓰기에서는 문장보다 문단이 중요하며 ‘짜임새’ 있으면서 ‘겹치지 않게 빠짐없이’, ‘두괄식’으로 쓰는 게 포인트”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언론사와 재정경제부·한화투자증권에서 기사와 자료를 작성하고 수정하면서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글쓰기에 대해 궁리하고 강의해 왔다.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 ‘글은 논리다’, ‘일하는 문장들’을 비롯해 글을 쓰고 책으로 묶는 과정은 글쓰기 방법을 실제로 적용하면서 가다듬는 작업이었다. 다음의 내용은 그 노하우를 실용 커뮤니케이션 영역에 접목한 결과들이다.

보고받는 사람은 결론부터 궁금해한다
백 대표가 강조한 첫째 지침은 ‘두괄식’에 관한 것이다. 즉, 순서에 관한 문제다. 보고받는 사람은 결론부터 궁금해 하기 마련이다. 실제 코칭 결과 두괄식에 대해 알면서도 미괄식으로 보고서를 쓰고 있다고 한다. 백 대표는 그 원인을 “회사에서 많이 쓰이는 보고서의 목차를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현황-문제-원인-해결 방안-기대 효과 순서로 정리하는 데 그친다.

두괄식의 중요성은 영화판에서 시작된 ‘피칭(Pitching)’의 개념으로 잘 이해할 수 있다.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이 투자자에게 ‘이 영화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무엇’이라며 어필하는 과정에서 짧게 던지는 피칭이 곧 두괄식이다. 수많은 아이디어가 거래되는 실리콘밸리 투자 설명회에서도 피칭이 중요하다. ‘기존 사업과 비교해 당신의 아이디어의 강점을 한마디로 얘기해 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장황할수록 어필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설명되면 힘이 생긴다.

백 대표는 “보고서의 맨 앞부분에 결론·전망·요약 등에 해당하는 내용을 써주는 것도 두괄식이며 때로는 전체 그림을 보여주는 것도 두괄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평소 코칭을 할 때 정보 처리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한 문단으로 자료를 요약하는 것을 실습하는데, 특히 두괄식을 위해 ‘한 페이지 보고서’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에게 올라가는 보고서는 핵심 요약문이 필수다. 백 대표에 따르면 보고서 앞에 붙이는 핵심 요약문은 한 페이지로 작성할 수도 있고 한 문단으로 쓸 수도 있다. 핵심 요약문의 분량은 보고서 작성자가 보고서의 내용에 따라 정하면 된다. 두괄식은 결론부터 보는 관점으로, 보고서 앞에 한 페이지를 따로 붙여 강조하면 두괄식의 피칭 효과가 살아나는 힘 있는 보고서로 재탄생한다.

백 대표가 강조하는 둘째 지침은 ‘MECE’다. ‘겹치지 않게 빠짐없이(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라는 영문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중요한 정보를 누락한 채 보고서를 완성하면 ‘에멘탈 치즈’와 같이 구성이 숭숭 뚫린 치즈와 같은 보고서가 되고 만다. 완성도 높은 보고서 작성을 위해서는 정보와 의견을 글로 정리할 때 ‘중복도 없고 누락도 없이’ 작성할 필요가 있다.

만약 ‘중복은 있지만 누락은 없는’ 것과 ‘중복은 없지만 누락은 있는’ 것을 비교하면 어느 쪽을 더 피해야 할까. 백 대표는 누락이 있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겹치는 대목이 있으면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누락된 대목이 발견되면 보고서를 재작성하는 지시가 내려온다. 일이 마무리되기까지 서로 진이 빠지는 상황이 되고 만다.

빠짐없이 보고서를 쓰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보고받는 사람이 누군지, 그가 주로 어느 부분을 궁금해 하는지에 따라 꼭 넣어야 할 내용이 달라진다. 또 보고서의 유형과 내용에 따라 갖춰야 할 사항이 달라진다. 누락 없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는 쓰기 전 단계부터 어떤 항목이 들어가야 하는지 리스트를 작성하고 보완해 나가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일종의 체크리스트다. 백 대표는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보고서를 완성해 나가면서 동시에 체크리스트에 빠진 부분이 없는지 체크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짜임새 있는 글쓰기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구조화로 표현되는 이 지침은 문단을 효과적으로 구성해 쉽게 읽히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비결이다. 글은 문단으로 이뤄진다. 서술형 글도 문단으로 지어지고 보고서도 문단으로 구성된다. 백 대표는 “보고서를 짜임새 있게 썼다는 것은 문단을 의미나 역할 단위에 따라 가르고 문단 속의 문장을 층위에 따라 배치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열거하는 항목이 예컨대 여섯 개를 넘을 때는 문단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 좋다.

일례로 다음과 같은 가상 홍보 방안이 있다고 하자. 인기 서비스 부각, 소비 트렌드 속에서 ○○ 서비스의 위상 조명, 소셜 미디어로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감, 유튜브에 고객 체험 동영상 게시, 유튜브로 ○○의 창의적 생활 솔루션 알림, 주주총회 때 토론형 기업설명회(IR) 개최, 기업의 중·장기 전략 발표, 깨끗한 건강 기업으로서 브랜드 이미지 형성…. 이들 방안을 단순히 열거하는 것보다 매체별로 묶을 수도 있고 타깃별로 묶어 문단을 만들 수도 있다. 짜임새 있는 보고서는 읽기에 좋고 내용도 잘 파악된다.

세 가지 지침에 앞서 생각할 것은 ‘독자 중심’의 마인드다. 회의 보고서, 분석 보고서, 방안 보고서 등은 의사결정에 필요한 중요한 방안들을 상사·임원·경영진에게 보고하는 글쓰기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쓰는 사람이 아닌 읽는 사람을 위한 글쓰기를 해야 한다. 백 대표는 “두괄식이나 다른 지침들도 결국에는 읽는 사람을 고려한 것”이라며 “특히 실수하는 부분은 표나 그래프와 같은 인포그래픽을 남는 공간에 축소해 넣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잘 보이지 않고 배치도 적절하지 않아 이는 없느니만 못한 인포그래픽이 되고 만다.
설득하는 글쓰기 "두괄식으로, 중복도 누락도 없이"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8호(2019.04.01 ~ 2019.04.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