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글쓰기 강사 3인의 실전 노하우①
-윤영돈 윤코치연구소 소장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뉴 GM 시대’를 열고 있는 메리 바라·GM·회장. 그는 2009년 인사 담당 부사장을 맡은 직후 오랜 전통의 관료주의를 타파할 방안을 고심했다. 그녀는 당시 10페이지에 달하던 GM의 ‘드레스 코드(dress code)’를 ‘적절히 입으라(dress·appropriately)’는 단 두 마디로 줄이면서 회사의 복장 규정에 관한 논쟁을 일단락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2016년 3월 현대카드 임직원들에게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파워포인트는 더 많은 스킬을 과시하고 남용하게 하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글로 생각을 간단히 정리하기, 간단한 그래프는 엑셀로 만들거나 손으로 낙서하듯 그리기로 했다. 그러면 우리는 귀중한 시간을 생각과 대화에 더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윤영돈 윤코치연구소 소장은 두 사례를 들면서 ‘뺄셈 글쓰기’를 강조했다. ‘한 번에 OK 사인을 받는 기획서, 제안서 쓰기’, ‘상대의 마음을 훔쳐라, 기획서 마스터’, ‘글쓰기 신공 5W4H1T’, ‘1페이지로 설득하라, 보고서 마스터’ 등 저자이자 강사로 활약하는 윤 소장은 “검색엔진을 통해 해외 자료에도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 자료가 없어 못 쓰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금은 무엇이 핵심인지 알고 덜어내고 압축하는 이른바 뺄셈 글쓰기가 대세”라고 말했다.
윤 소장은 뺄셈 글쓰기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이기주 작가를 들었다. ‘언품’의 서두에서 이기주 작가는 “당신이 무심코 던질 말 한마디에 당신의 품격이 드러난다. 아무리 현란한 어휘와 화술로 말의 외피를 둘러봤자 소용없다. 말은 마음의 소리다. 당신의 체취, 당신이 지난 고유한 ‘인향’은 분명 당신이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고 쓴 바 있다. 작가는 다시 한 번 ‘말의 품격’에서 “무심코 던질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고 했다. ‘말의 품격’은 이 작가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뺄셈 글쓰기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법으로 윤 소장은 ‘본(BONE)의 원리’를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뼈대를 세우는 글쓰기인 이 원리는 이익(Benefit), 구조(Organization), 네트워크(Network), 경험(Experience)의 순서를 따른다. 핵심이 무엇인지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방법이다. 윤 소장은 “비즈니스 글쓰기에서는 문장론이나 맞춤법이 아닌 생각에 대한 뼈대를 잡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소장에 따르면 비즈니스 글쓰기에선 먼저 독자의 이익(Benefit)이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읽는 이의 ‘통점(pain point)’을 알아야 해결 방안도 나온다. 윤 소장은 “그래서 최종 결재자나 독자가 누구인지 알고 쓰는 게 중요하며 ‘누구(who)’에 대한 고려 없이 ‘어떻게(how)’로 가버리면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글의 구조(Organization)를 세우는 것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구조의 중요성은 일찍이 다산 정약용이 ‘선정문목법(先定門目法)’으로 강조한 바 있다. ‘목차를 세우고 체재를 선정’하라는 의미다. 윤 소장은 “제목을 먼저 잡고 목차를 세우는 사람들이 많은데, 먼저 내용이 만들어져야 그에 맞는 제목도 나오기 마련”이라며 “구조를 세울 때의 핵심은 두괄식”이라고 말했다. 윤 소장은 이를 위해 “기승전결 중에서 기를 생략하고 결을 앞에 넣어 ‘결승전’을 만들면 전개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배경 설명에 할애하기보다 실제 성과나 결과를 먼저 언급하라는 설명이었다.
셋째 원리인 네트워크(Network)는 필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다리로서 ‘공감’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키워드다. 논리성이 강조되는 비즈니스 글쓰기에서도 독자의 감정을 고려해야 한다. 윤 소장은 “독자의 통점을 읽고 소통하는 글쓰기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 내는 데서 좋은 기획서나 제안서가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마케팅을 위한 글쓰기에서는 이와 같은 공감이 더욱 중요하다.
독자에게 어떠한 경험(Experience)을 제공할 것인지도 살펴야 한다. 이때 적절한 사례를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일례로 ‘저탄소 녹색 성장’에 대한 보고서라면 유럽의 자전거도로에 대한 실제 사례를 들 수 있다. 윤 소장은 “과정 없이 성급하게 결과만 보여주면 독자에게 적절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며 “이와 같이 5가지 원리를 통해 ‘말의 뼈’를 찾는 것이 뺄셈 글쓰기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획서 작성을 위한 ‘다른 생각’
윤 소장은 특히 기획서 작성에 특화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는 기획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셉트’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콘셉트가 무엇인지 먼저 정의하고 콘셉트에 대해 재정의하는 데서 다른 방식이 나온다고 조언했다.
그는 ‘함평 나비축제’와 ‘광명 동굴 테마파크’ 사례를 꼽았다. 함평 나비축제는 허허벌판에서 날아다니는 나비에 주목한 데서 탄생한 축제다. 윤 소장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함평 축제와 함평 나비축제는 큰 차이가 있다”며 “평범한 평야를 다른 방식, 새로운 기획으로 풀어낸 결과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광명 동굴 테마파크는 타깃을 분명히 해 성공한 사례다. 오래된 폐광을 아이들을 위한 테마파크로 조성해 특히 가족 고객 유치에 성공했다. 이와 같이 콘셉트를 달리한 아이디어는 돋보이는 기획서를 위한 출발점이다.
‘기획’과 ‘계획’을 구분하는 것도 생각을 정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What to do)’가 기획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How to do)’는 계획이다. 기획이 ‘왜 그렇게 할 것인가’라면 계획은 ‘일정표·비용·참모진’ 등을 살펴야 한다. 또 기획이 효과성을 추구한다면 계획은 효율성을 추구한다.
윤 소장은 “기획서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자료·정보·지식 등 데이터 중심의 문서라면 계획서는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문서”라고 차이를 설명했다. 건축 과정에 비유해 기획서가 건축하기 전에 만드는 ‘설계도’라면 계획서는 건축하기 위한 ‘일정표’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기획서의 종류로는 마케팅 기획서, 출판 기획서 등이 있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8호(2019.04.01 ~ 2019.04.0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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