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유통업계 '원톱' COVER STORY
신선식품·모바일·샛별배송…“혁신은 집요함에서 온다”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4월 10일 밤 11시,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 저온 창고로 향했다. 업계 최초로 ‘샛별배송’을 선보인 마켓컬리의 물류센터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밤 11시 전에 주문하면 오전 7시까지 현관문 앞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최근 새벽 배송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선두 주자인 마켓컬리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어떻게 이 시스템이 가능한지, 샛별배송 속으로 들어가 봤다.
유통 혁신의 현장② 마켓컬리 장지동 물류센터 "혁신은 집요함에서 온다"
재고관리 기반한 선판매 실시
“마트에서는 전복이 있을 때 팔지만 우리는 없어도 팝니다. 선판매라고 하는데 지금 물류 창고에 전복이 없어도 내일 아침 전남 완도에서 출발해 오후 3시쯤 들어오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팝니다. 이를 위해서는 예측을 잘해 발주하고 남는 폐기품이 없도록 하는 재고관리가 핵심입니다.”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만난 강성주 물류센터 리더가 말했다.

마켓컬리는 온라인 신선식품 업체다. 2015년 인터넷 장보기 서비스를 선보인 스타트업으로 론칭 3년 만에 월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며 샛별처럼 존재감을 빛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570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마켓컬리가 이같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배송이 크게 기여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커머스 전쟁이 크게 ‘가격’과 ‘배송’ 등 두 개의 방향으로 향한다면 마켓컬리는 후자에 해당한다.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배송의 힘에 힘입어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날개를 달고 비상할 수 있었다.

업계 최초로 샛별배송을 시작한 이유는 ‘신선’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완도에서 아침에 딴 전복을 그날 받아 당일에 보내주는 게 가장 신선한 ‘팜 투 테이블’ 방법인데, 이를 위해서는 새벽에 보내는 게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서울과 경기를 비롯한 수도권 샛별배송이라는 지역적 특징 또는 한계를 갖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시도하면서 혁신이라는 평가도 따라붙었다.

강 리더는 마켓컬리의 업무 플로로 물류센터의 24시를 설명했다. 총 200여 명의 직원 가운데 가장 먼저 출근하는 부서는 재고팀이다. 이들은 상품의 입고에서부터 검수·검품·적치 업무를 담당한다.

마켓컬리는 직매입 방식으로 상품을 운영한다. 생산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생산자에게서 직접 상품을 매입해 재고를 떠안는 구조다. 직매입 방식을 택한 업체들의 이유는 다양한데 마켓컬리는 ‘품질’을 첫손에 꼽는다.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취급하는데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좋은 상품을 선별해 직접 관리하면서 사후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다”는 판단에서다.

재고팀은 그래서 매일 들어온 상품의 품질을 깐깐하게 보는 편이다. 많은 영역에서 협력 업체와 협업하는 방식을 택하면서도 10명 이상의 검품 인력은 정규 직원이 담당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들은 가이드에 따라 품질을 체크한다. 매일·매월·매년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이드가 나온다. 일례로 3월 말에서 4월 달에는 고구마가 끝나는 시기로 특히 곰팡이를 잘 살펴봐야 한다. 이와 같은 가이드에 따라 매일 아침 제품을 솎아내고 재고 상자에 적치한다. 오후 4시쯤 작업이 끝난다.

“물건이 들어올 때 한 번 보고 적치한 후 그다음 날 아침 또 한 번 보면서 기본적으로 두 번 검품합니다. 또 랜덤으로 검수하는데 고기와 같은 고가의 상품은 하나하나 전수검사를 하죠. 그리고 마지막 출고할 때 또 한 번 봅니다.” 재고팀의 노하우를 살짝 엿들었다.

입고가 완료되면 본격적인 피킹·패킹 작업이 시작된다. 오후 4시쯤에서 다음 날 새벽 1시쯤까지 이 작업이 계속된다. 그중에서도 물류센터가 가장 활발한 시간은 밤 11시, 주문 마감이 완료된 직후부터다. 배송 차량 상차까지 약 두 시간, 이곳 물류센터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DAS’존과 싱글존을 병행 운영
이곳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선 동대문 못지않은 활기를 느낄 수 있다. 마켓컬리를 비롯해 다수의 이커머스 물류센터가 이곳에 들어서 있어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이 넘쳐 난다. 과거 택배 회사 등의 창고로 많이 쓰였지만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주요 창고의 임차인이 온라인 업체로 싹 바뀌었다. 한 동 전체를 쓰는 쿠팡 다음으로 마켓컬리가 총 2만3140㎡(약 7000평)로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냉장·냉동·상온 등 세 개 창고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중심은 냉장창고다. 마켓컬리 냉장창고 바로 옆 공간은 티몬의 몫이었다.
유통 혁신의 현장② 마켓컬리 장지동 물류센터 "혁신은 집요함에서 온다"
밤 11시 30분께 물류센터 현장에서 마주한 첫 느낌은 말 그래도 ‘인해전술’이었다. 수백 명의 인원이 잰걸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가슴에 단 명함에는 각기 속한 회사와 이름이 적혀 있다. 각기 다른 협력 업체에서 온 이들이다. 마켓컬리 소속 100여 명, 협력 업체 직원 500여 명이 함께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한눈에도 2030세대가 주를 이룬다.

스타트업인 마켓컬리가 물류·배송 시설을 갖추는 것은 ‘빅 챌린지’였다. 무엇보다 신선식품을 취급하기 위해 냉동·냉장창고를 구축하는 한편 100% 냉장 차량을 운영하는 일에도 투자가 필요했다. 100% 콜드 체인 시스템을 약속한 마켓컬리로서는 이 부분은 양보할 수 없었다. 물류센터 인프라 구축은 ‘좋은 상품’이라는 가치 아래 운영됐다.

강 리더는 “투자받은 돈의 상당 부분을 물류에 투입하고 있지만 물류 자체가 중요하기보다 상품 본연의 맛을 지켜내는,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물류센터 구축에 역점을 뒀다”며 “수천억원의 인프라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형편에 맞는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을 짰다”고 설명했다.

겉보기에는 주먹구구식으로 보일지 몰라도 알고 보면 꽤 체계적이다. 또 효율적이다. 큰 틀에서는 DAS(digital assorting system) 방식으로 운영된다. 여러 주문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가령, 한 명이 고기·채소·우유를 주문하면 한 명의 직원이 카트를 끌면서 집품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이때 20명의 주문을 한데 묶어 각 상품별로 피킹하고 중앙에서 다시 분배한다면 어떠할까. 고기·채소·우유를 담당하는 직원이 각자의 영역에서 고기·채소·우유만 피킹하고 한데 모여 다시 20명 각자의 주문에 맞게 분배하는 것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비결이다.
유통 혁신의 현장② 마켓컬리 장지동 물류센터 "혁신은 집요함에서 온다"
마켓컬리는 여기에 ‘싱글존’을 별도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만약 한 사람이 딱 한 개의 상품을 주문했다면 굳이 벨트컨베이어를 타고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해야 할까. 직원들이 현장에서 맞딱뜨린 고민이었다. 별로의 라인을 분리해 싱글존에서는 한 개의 주문만 즉각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상품을 진열하는 재고 창고도 동선을 고려해 배치했다. 주문량이 많은 인기 상품은 DAS 시스템의 벨트컨베이어 바로 옆쪽으로, 비인기 상품일수록 먼 곳으로 보냈다. 당일 소진되는 ‘하루살이’ 상품은 진열대에 올리지 않고 눈에 보이는 곳 바닥에 적치했다. 마켓컬리는 최근 1년 사이 자동화 시설을 확충했다.

물류센터 운영의 원칙은 ‘유연성’과 ‘속도’다. 주문이 몰리는 시간은 주로 밤이다. 밤 9시부터 11시까지 약 3시간에 하루 주문량의 30%가 몰리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가 실질적인 숙제였다. 순간적으로 폭발력 있는 작업을 할 때만 새벽 7시까지 배송이 가능했다.

유연함과 속도가 원칙
집품할 때 물건이 사람에게 찾아오는 방식이 있다면 마켓컬리는 사람이 물건을 찾아가는 방식을 따랐다. 급하기 때문에 직접 가서 찾아오고 급하지 않으면 좀 더 천천히 작업하고 있다. 피크 타임을 조절하는 데 사람의 역할을 강조한다. 강 리더는 “자동화의 맹점은 컨베이어의 속도를 확 끌어올릴 수 없다는 것”이라며 “컨베이어 속도에 우리의 작업 속도를 맞추느냐, 유연하게 조정하느냐에 차이같다”고 했다. 사람은 때로 기계보다 빠르다.
유통 혁신의 현장② 마켓컬리 장지동 물류센터 "혁신은 집요함에서 온다"
마켓컬리가 얘기하는 유연하고 폭발적인 작업 방식은 실제 처리 능력으로 검증된다. 이곳에서 하루 평균 2만 건의 주문을 소화하고 있다. 주문당 두 박스라고 볼 때 박스 수로는 약 4만 박스를 매일 실어 나른다.

최근 마켓컬리는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했다. 물류 인프라 구축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일례로 DAS 설비는 소형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기기를 도입해 피크 타임의 유연성을 더 키울 계획이다. 다만 사람의 수고를 조금 덜어주는 자동화 설비를 업그레이드할 뿐 과한 자동화나 물류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업의 특성상 상품을 큐빅 안 깊숙이 보관하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눈에 보이는 선반에 넣고 판매하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마켓컬리는 상품 경쟁력을 강조했다. 마켓컬리의 사무실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컬리의 믿음, 그리고 지켜야 할 가치’의 1번 항목은 ‘나와 내 가족이 사고 싶은 상품을 판매한다’다. 그 무엇보다 ‘상품이 달라야 한다’는 가치를 전 직원이 공유하고 있다. 샛별배송을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현재 유통업계 전반으로 새벽 배송이 트렌드가 된 상황에서 마켓컬리는 또 어떤 차별점을 고민하고 있을까. 마켓컬리는 근본적인 차별을 좋은 상품에서 찾고 있다.

강 리더는 “좋은 상품을 소싱해야 하고 우리만의 상품을 개발해 판매할 수 있으면 그다음은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비전은 로봇이나 드론이 아니라 밸류체인의 가장 앞에서 농축산물을 차별화하는 것”이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금도 판매하는 동물복지 유정란은 닭 날개에 칩을 달아 움직임을 알게 되면 훨씬 더 신선한 달걀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를 받고 이익이 늘어나면서 농장에서 기술과 자본을 투입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마켓컬리 공헌 이익은 플러스
최근 이커머스 경쟁이 심화되면서 매출은 늘지만 적자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마켓컬리는 비용 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하루 배송량이 늘어나면 배송비 등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마켓컬리 또한 고객 수가 늘고 배송 집적도가 올라가면서 건당 배송 비용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도 줄이는 중이다. 강 리더는 무엇보다 ‘공헌 이익’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상품 한 개를 팔았을 때 흑자인지 적자인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 공헌 이익이 적자라면 쉽게 적자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본다”는 설명이다.

새벽 1시 30분, 배송 차량에 상품을 싣고 출차를 시작했다. 올빼미 무늬의 보라색 차량을 타고 인근 문정동 배송처로 따라갔다. 마켓컬리가 직접 소유한 100여 대 차량에, 협력업체의 지입차 500여 대를 더해 600여 대의 올빼미 차량이 매일 새벽 도로를 누비고 있다.

배송 운전사들은 하루 평균 90~120건의 주문을 처리한다. 새벽 배송에 대한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나름의 장점도 있다고 했다. “차가 덜 막히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점 등이 일처리에 수월하다”고 한다. 이르면 새벽 5시쯤 배송을 완료하는 운전사도 있다. 마감 시간인 7시를 넘기는 일은 흔하지 않다고 한다. 약 70~80%는 고정 지역에서 일하고 나머지는 그날그날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이를 위해 배송팀이 물류센터의 막단을 관리한다. 매일 5시 출근해 새벽 2시까지 실시간 데이터를 참고해 그날의 권역을 만들고 배치한다.
유통 혁신의 현장② 마켓컬리 장지동 물류센터 "혁신은 집요함에서 온다"
마켓컬리의 200여 명 직원들은 모두 ‘데이터 물어다주는 멍멍이’, ‘데이터 물어다주는 야옹이’ 등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 데이터 전문가 20여 명이 최적의 알고리즘으로 실시간 매출과 주문 건수, 재고량 등을 30분 단위로 전 직원에게 전송한다. ‘몇 시부터 몇 퍼센트의 할인을 걸어야 오늘의 제품이 다 소진된다’는 식의 구체적인 지침도 내려준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MD팀에서는 프로모션을, 물류팀에서는 인력 조정을, 배송팀에서는 배차 편성 등을 하고 있다.

‘마켓컬리만의 혁신’에 대해 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강 리더는 이렇게 말했다. “내부적으로 같은 질문이 나왔을 때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우리만의 혁신에 대해 말을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공감한다. 대표를 비롯한 리더 그룹들이 매일 아침 고객으로부터 들어오는 고객의 소리(VOC)와 불만 사항을 하나하나 다 검토한다. 하루 종일 보고 개선안을 그날 제출해 그날부터 개선한다. 같은 실수는 절대 반복하지 않는다. 같은 고객에게 두 번 실수하지 않고 상품이나 포장에 문제가 있으면 바로 고친다. 잘못할 수 있지만 정직하게 사과한다. 우리의 가치 중 ‘집요하게’가 있는데 정말 집요하게 한다. 그게 혁신인 것 같다.”

피드백·집요함·스타트업으로 유통업계에 샛별배송의 혁신을 쏜 마켓컬리의 성공 비결은 결국 현장에 답이 있다는 단순한 진리였다.
유통 혁신의 현장② 마켓컬리 장지동 물류센터 "혁신은 집요함에서 온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0호(2019.04.15 ~ 2019.04.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