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코오롱생명과학 성분 오류 인지 시점 등 의혹 일파만파…‘황우석 사태’ 재현될 수도
알고 보니 다른 세포?…바이오업계 강타한 ‘인보사 쇼크’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만우절을 하루 앞둔 3월 31일 거짓말 같은 사건이 벌어지면서 제약·바이오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연골세포인 줄 알았던 바이오 의약품의 성분이 신장세포였다는 사실이 미국 임상 과정에서 밝혀지면서부터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이야기다. 임상 후 허가 받은 의약품의 성분이 새롭게 밝혀진 세계 첫 사례라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번 ‘인보사 논란’이 과거 ‘황우석 사태’처럼 산업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에 문제가 있다고 인지한 시점이 당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한 날짜보다 훨씬 전인 2월 말이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회사 측이 이를 인정하면서 도덕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식약처는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약사법에 따라 허가 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인보사를 허가해 준 식약처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임상 1상이 시작된 시점부터 허가 후 판매까지 10여 년간 성분 오류에 대한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4월 2일 성명을 내고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위해 임상 시험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자진 신고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알게 됐다”며 “이는 식약처가 임상 시험과 허가 과정에서 의약품 성분에 대한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발비만 1100억원…하루아침에 물거품 되나

식약처는 3월 31일 인보사의 주성분 중 1개 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추정돼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제조·판매 중단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된 세포의 유해성 등이 확인되지 않아 코오롱생명과학이 자발적으로 유통·판매를 중단하도록 했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인보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코오롱 측은 3월 22일 식약처에 이 사실을 뒤늦게 알렸고 3월 29일 최종 결과를 보고했다. 한국용 세포도 미국에서 사용된 세포처럼 성분이 바뀌었을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미국 임상에 쓰이는 인보사는 스위스 론자 미국 공장이 만들고 있다. 국내 판매 제품은 코오롱생명과학 충주 공장에서 생산한다.

인보사는 이웅열 코오롱 전 회장이 19년간 1100억원을 쏟아부은 끝에 빛을 보게 된 제품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해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29번째 국산 신약으로 시판 허가를 받았다. 약물 치료나 물리치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중증 무릎 골관절염 환자의 관절에 주사해 통증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1회 주사 시 통증 개선 효과가 1~2년간 지속된다.

인보사는 2017년 11월 제품 공식 출시 후 국내 의료기관 443곳에서 3403명에게 투여됐다. 임상 과정에서 투여 받은 환자는 145명이다. 1회 주사 비용은 600만~700만원 선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4월 1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논란이 일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에서 제품을 개발 중인 코오롱티슈진은 2015년 5월 FDA로부터 임상 3상 승인을 받고 현지 시판 허가를 받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임상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을 시작했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HC)와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 전환 세포(TC)를 3 대 1로 섞은 제품이다. 그런데 미국 검사법에 맞춰 제품을 조사하던 중 이 형질 전환 세포가 담긴 세포가 당초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제품에 연골세포(보조물질)가 들어가야 하지만 실제는 신장 유래 세포가 들어간 것이다.

회사 측은 유전자를 분리·정제해 연골세포에 삽입하는 과정에서 신장세포의 일부가 혼입돼 당초 만들려던 연골세포를 신장세포가 대체하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인보사 개발 초기인 2004년에는 요구되지 않았던 최신 기법인 ‘STR(Short Tandem Repeat)’ 테스트가 도입되면서 세포의 정체가 밝혀졌다”며 “허가 사항은 유전자가 포함된 연골세포였지만 유통 제품은 TGF-β1 유전자가 삽입된 태아신장유래세포주(293유래세포)가 혼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다른 세포?…바이오업계 강타한 ‘인보사 쇼크’
인보사의 신장 유래 세포가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투약 환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신장 유래 세포가 의약품 성분으로 사용된 적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에 대해 “개발 단계부터 종양원성을 염두에 두고 임상을 진행했고 방사선을 쬐어 암이 생길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며 “인보사 투여 부위가 혈관이 없는 관절인 만큼 혈액을 통해 다른 장기로 약물이 전달될 우려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약처 또한 “신고 되지 않은 세포가 나오기는 했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 시험 기관에 의뢰해 한국용 세포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4월 15일 발표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시험 결과 인보사의 형질 전환 세포(TC)의 성분은 비임상단계부터 지금까지 태아신장유래세포주(293유래세포)가 계속 사용돼 왔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제재 여부 등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최악의 상황 땐 ‘허가 취소’ 가능성도

제약·바이오업계는 향후 식약처가 내릴 결론을 크게 둘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허가 취소’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의약품의 등록, 변경 등록 또는 변경 보고를 한 경우’이거나 ‘원료 의약품의 변경 등록이나 변경 보고를 하지 않은 경우’ 의약품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이 결론은 코오롱생명과학은 물론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엄청난 타격이 될 수 있다. 과거 ‘황우석 사태’와 같은 사실상의 자료 조작인 만큼 한국 바이오산업의 신뢰도가 나락에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로서는 임상 시험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코오롱생명과학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우선 인보사를 투여 받은 환자들이 집단 손해배상 소송이나 환불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기존 기술수출 계약에 따른 손실도 불가피하다. 계약 파기는 물론 관련 손해배상 가능성도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11월 인보사의 일본 판권을 6700억원에 먼디파마에 넘기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홍콩·마카오 등에 인보사를 수출하는 계약을 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다른 세포?…바이오업계 강타한 ‘인보사 쇼크’
둘째는 ‘품목 변경’ 조치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장처럼 ‘연골세포가 신장세포로 바뀌었다’는 게 입증되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시장에서 바로 퇴출되는 허가 취소보다 낫지만 허가 사항과 다른 제품을 제조 유통한 만큼 행정처분 조치는 피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꼬리를 물고 있는 여러 논란을 고려할 때 인보사의 앞길은 결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에 문제가 있다고 인지한 시점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인보사 개발 초기인 2004년과 현재 기술 수준의 차이로 수년간 신장 유래 세포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골 유래 세포와 신장 유래 세포는 모양·색상·염색체 수는 물론 항원 반응 등 뿜어내는 단백질이 다른 만큼 기본적인 핵형 분석만으로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에서야 관련 사실을 알게 됐다는 코오롱생명과학 측의 주장은 믿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에 미국용 세포의 이상 징후를 최초로 알린 날짜인 3월 22일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용 세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지한 시점이 판매 중지 한 달 전인 2월 말이었다고 뒤늦게 해명했기 때문이다. 성분에 문제가 발생한 의약품이 별다른 조치 없이 약 한 달 동안 국내 환자에게 버젓이 투약되고 있었던 셈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4월 10일 “최근 보도된 대로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임상용 인보사 2액에 허가와 다른 종양 유발 세포가 들어 있는 사실을 처음 인지한 시점이 지난 2월 말이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당시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연골 유래 세포가 아닐 수 있다는 언질을 받았지만 사망이나 중대 질환 등 심각한 위험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고 명확한 확인 절차가 필요해 국내 보고가 늦어진 것”이라며 “다만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코오롱티슈진은 임상 프로토콜과 환자 동의서상 변경 사항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 2월 말 환자 모집 보류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만약 회사 측이 향후 파장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발표를 미룬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해석에 따라서는 의약품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발표 보름 전부터 주가 하락한 점도 의문

코오롱생명과학의 최근 주가 흐름도 의혹을 일으킨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3월 14일 장중 한때 9만3500원(종가 8만8000원)으로 최근 1년간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식약처 발표 이틀 전인 3월 29일(금요일)까지 특별한 이슈가 없었음에도 15일간 15% 가까이 하락했다.

식약처 등의 제조·판매 중단 발표 이튿날 코스닥시장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은 전 거래일보다 무려 2만2500원(29.92%) 떨어진 5만2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도 3월 5일 이후 하락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회사 관계자 등이 관련 정보를 외부에 흘렸다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정보를 사전에 알았던 사람은 폭락장을 예상하고 미리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고 결국 개미(소액 주식 투자자)들만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고 보니 다른 세포?…바이오업계 강타한 ‘인보사 쇼크’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0호(2019.04.15 ~ 2019.04.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