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아시아나항공 매각 개시…2강·다약 구도 깨지고 격동 속으로
항공업 세대교체…미래 건 ‘베팅’이 시작됐다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한국 항공운송 산업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진원지는 양대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계열 저비용 항공사(LCC)까지 통째로 팔자는 방침이지만 분리 매각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도 지배구조에 균열이 가고 있다.

그동안 국내 항공업계는 2강·다약 구도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중심으로 한 대형 항공사(FSC)와 제주항공과 진에어를 위시한 LCC로 시장이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 정해진 후 성장 드라이브를 걸면 대한항공도 안심할 수 없다. LCC 분리 매각 시 이를 인수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역학 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모두 83대다. 165대를 가진 1위 대한항공과 양강 체제였다. 만약 매각이 성사되면 이 구도가 단숨에 바뀔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계열사로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LCC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업체는 단숨에 항공업계 강자로 떠오르게 되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인수하는 회사는 LCC업계에서 강자로 올라서게 된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가운데 알짜로 분류된다. 에어부산은 2008년 항공기 2대로 김포~김해 노선에 처음 운항을 시작했다. 현재 항공기 25대를 운용하면서 35개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영남권 국제선 수요를 끌어들이면서 지난해 매출 6535억원, 영업이익 205억원을 달성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2016년 항공기 3대로 설립된 자회사다. 아시아나의 적자 노선을 떼어내 운항을 시작했다. 출범 초기 수익이 나지 않는 일본 노선을 물려받아 영업하면서 어려움을 겪다가 단거리 중심 노선으로 재편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지난해 영업 손실 규모가 16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올해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SK·한화·애경 등이 인수 후보 거론

현재 LCC는 급성장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LCC 6개의 합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8% 증가한 3조590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3.5% 증가한 279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의 애경그룹은 이미 항공기 50대를 순차적으로 추가 구매할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항공업계는 아시아나·에어부산·에어서울 등 3회사의 분리 매각이 추진되면 기존 LCC와 지난 3월 신규 면허를 받은 LCC가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매출을 들여다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LCC업계 1위 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 1조259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2위 진에어의 매출은 1조106억원이었다. 그만큼 1위와 2위 싸움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만약 제주항공이 두 회사를 한꺼번에 인수한다면 넘볼 수 없는 1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에어서울(1000억원)과 에어부산(6500억원)의 매출을 합하면 제주항공 매출의 절반 이상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제주항공을 소유한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항공을 소유한 애경그룹이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인수하면 ‘전국구 항공사’로 거듭나게 된다.

제주항공 측은 “시장 상황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LCC는 노선이 재산”이라며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의 주인이 누가 될지에 따라 기존 항공업계의 판도가 바뀔 것이다. 다만 제주항공은 에어서울이나 에어부산의 노선이 비슷해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SK그룹과 한화그룹 등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CJ와 롯데가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에 앞서 최태원 SK 회장은 4월 12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항공사 간 추가 노선 확보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저수익 노선과 적자 노선의 감축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노선이 감축되면 다른 항공사에도 해당 노선에 대한 진출 기회가 생긴다.



◆“아시아나 매각 시 비수익 노선 정리 불가피”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시아나항공이 외부에 매각되더라도 비수익 노선 정리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공항 슬롯(자리)을 확보하기 위한 LCC 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전체 공급의 17%를 차지하는 2위 아시아나항공이 매각과 구조조정으로 시간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경쟁사에 기회”라고 진단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서 단거리 위주의 노선이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공급 좌석은 주요 노선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자금 유입 시 공격적인 확장보다 차입금 상환 등 재무 안정성과 기존 영업 라인의 효율성 극대화에 집중하면서 국내 항공 시장의 경쟁 완화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경쟁자인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의 타계, 사모펀드 KCGI의 경영권 공격 등으로 인해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지배구조다.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에 따라 경영권을 승계 받으려면 한진가 3세들이 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상속받고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조 회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 가치는 약 3543억원으로 상속세율 50%를 감안하면 상속세는 약 1771억원이다.

특히 한진가 오너들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의 상당수가 담보로 묶여 있어 자금 조달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2대 주주인 KCGI 측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어 최대한 피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한진가 삼남매가 주식 담보대출을 비롯해 기타 계열사의 지분 매각과 한진 등이 보유한 부동산 등 자산 매각을 통한 배당 여력 확대 등을 예상한다.

지금은 항공업계 양대 축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향후 정상화되면 오히려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이 아시아나를 인수한다면 새로운 대결 구도가 형성되며 국내 항공업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세계 항공 시장은 향후 20년간 연평균 3.6%씩 성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나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SK의 한 관계자는 “항공 산업이 당분간 성장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오너 일가에서 비롯된 리스크 때문에 빅2 항공사가 위기에 빠진 측면은 있지만 두 회사 모두 경영을 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리스크만 해결한다면 향후 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시장도 발 빠르게 반응했다.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4월 8일 한진칼 주가는 20% 넘게 올랐다. 아시아나도 상황은 비슷했다.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15일 전 거래일보다 30% 올랐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IDT 등의 주가도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만 대한항공 경영권 안정이 늦어지고 아시아나 매각이 지체되면 LCC업계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고운 애널리스트는 “LCC 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빅2가 지금의 어려움을 조기에 해소하지 못한다면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LCC에 기회”라고 내다봤다. hawlling@hankyung.com

[돋보기] 성장세 이어 가는 항공운송 산업

한국의 항공운송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항공운송 산업은 여객 운송과 화물 운송을 두 축으로 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외 여객 운송 부문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다. 해외여행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고 중국 단체 여행이 일부 허용됐으며 저비용 항공사(LCC)의 성장이 시장 확대의 주된 요인이다. 또 국내외 화물 운송 부문 실적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4% 늘어났다. 특히 국제선 화물 운송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4.1% 늘었다.
2019년 역시 성장세를 이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제선 여객 운송은 전년 대비 9.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노선 회복과 일본 노선 활성화, 국적 항공사 중장거리 노선 활성화가 그 이유다. 또 국제선 화물 운송은 전년 대비 4.9%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출과 국제선 여객 증가세 지속에 따른 결과다.
다만 국내선 부문은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선 여객 운송은 전년 대비 1.0%에 그칠 전망이다. 핵심 노선인 제주 노선이 수용량 한계로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선 화물 운송은 전년 대비 6.4%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 등 타 운송수단 대비 항공 화물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난기류 속 '항공 빅2'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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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새 주인에게 팔리는 아시아나항공…예상 가격 ‘1조원’
-양대 항공사 체제 무너뜨린 ‘LCC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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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항공업
-공사 인수해 대한항공 ‘첫발, 1990년대 항공업 ‘전성기’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1호(2019.04.22 ~ 2019.04.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