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페북소스타트’ 성분 의약품 부작용 우려
-JW중외제약·LG화학, 통풍 치료제 개발 속도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기분 좋은 봄바람에도 마음껏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람만 스쳐도 엄청난 통증을 느낀다’는 통풍(痛風) 환자 얘기다. 통풍은 과거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들이 걸린다고 해서 ‘황제병’, ‘귀족병’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현재는 서구화한 식습관으로 보편화하면서 ‘서민병’으로 불린다.

통풍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한번 발병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완치가 힘든 만성 질환이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JW중외제약과 LG화학이 국산 통풍 치료제를 개발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통풍 환자 증가에도 마땅한 치료제 없어

모든 음식에는 퓨린이라는 단백질이 들어 있다. 우리 몸은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퓨린을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남은 노폐물(산성 물질)이 소변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 노폐물이 요산(尿酸)이다.

요산은 신장을 거치면서 65%는 소변으로, 나머지는 대변과 땀으로 모두 배출된다. 하지만 퓨린 함량이 높은 술이나 고기, 등 푸른 생선을 과하게 먹거나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면 관절 부위에 요산이 결정 형태로 쌓이게 된다. 백혈구는 이 요산을 바이러스로 인식해 공격하게 되고 염증반응이 일어나면서 통풍이 생긴다.

통풍은 발가락·발등·발뒤꿈치·발목 등이 퉁퉁 붓는 증상으로 주로 발생한다. 요산이 혈액을 타고 몸속을 돌다가 발쪽으로 내려가 중력 때문에 올라오지 못한 채 관절에 쌓이기 때문이다. 같은 부위에 요산이 계속 쌓이면 염증으로 관절이 손상돼 변형과 기형이 올 수 있다. 심하면 보행 장애로까지 이어진다.
부작용 적은 국산 통풍 치료제 나올까
통풍 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 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 29만2113명이던 국내 통풍 환자는 지난해 43만953명으로 5년 사이 47.5%나 늘었다. 병원을 찾지 않은 이를 고려하면 실제 환자는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것이 제약업계의 분석이다.

환자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40대와 50대가 각각 전체 통풍 환자의 21.4%나 되고 30대 17.7%, 60대 16.2% 등의 순이다.

통풍 환자는 크게 둘로 나뉜다. 전체 환자의 약 90%는 요산이 소변 등으로 잘 배출되지 않는 ‘배출 저하형’ 통풍 환자다. 나머지는 요산이 일반인보다 많이 생기는 요산 ‘과다 생성형’ 환자다.

통풍 치료의 원칙은 약물치료다. 일반적으로 요산 과다 생성형 환자에게는 ‘페북소스타트’나 ‘알로푸리놀’ 성분의 요산 생성 억제제를 처방한다. 하지만 정작 통풍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출 저하형 환자에게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신장이나 간에 무리를 주는 부작용 때문이다.

또한 2차 선택제로 사용되는 ‘라스부리카제’ 성분의 요산 분해 효소제는 약효 지속 시간이 짧고 장기간 사용에 대한 안전성도 검증되지 않아 만성 통풍 치료제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통풍 신약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다.

현재 배출 저하형 환자에게 처방 가능한 의약품은 ‘벤즈브로마론’이나 ‘레시뉴라드’ 성분의 요산 배설 촉진제다. 벤즈브로마론 제제는 간독성 사망 사례가 발생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실패해 한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만 제한적으로 처방된다. 미국에서는 레시뉴라드 제제를 처방하지만 신장 독성 문제로 저용량 병용 요법에만 승인된 상태다.

최근에는 요산 생성 억제제에 대한 안전성 문제마저 불거지면서 환자의 선택 폭이 더욱 좁아졌다. FDA는 지난 2월 페북소스타트 제제의 시판 후 임상 결과 알로푸리놀 제제보다 사망 위험률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FDA에 따르면 페북소스타트 제제를 1년간 복용한 환자 1000명당 26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15명이 심장 관련 질환이 원인이었다. 페북소스타트 제제를 복용한 환자는 알로푸리놀 제제를 복용한 이에 비해 사망 위험률이 1.22배, 심혈관 사망 위험률은 1.34배 높았다.

FDA는 이를 근거로 페북소스타트 제제를 통풍 1차 치료제에서 제외하는 한편 알로푸리놀 제제로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 한해 사용하도록 권고한 상태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페북소스타트 제제에 대해 심장질환 또는 뇌졸중 병력 환자에게 사용 시 주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통풍 치료제 시장 2025년 9조원 전망

제약업계에 따르면 세계 통풍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지금의 3배인 9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업계도 만성 질환계 ‘블루오션’으로 불리는 통풍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JW중외제약과 LG화학이 대표적이다.
부작용 적은 국산 통풍 치료제 나올까
JW중외제약은 통풍 치료제 ‘URC102’를 개발하고 있다. URC102는 요산이 몸속에 쌓이는 배출 저하형 통풍을 호전시킬 수 있는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이다. 현재 국내 10개 대형 병원과 함께 통풍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 투여의 적정 용량을 결정하는 임상 2b상(2상 후기)을 진행 중이다.

JW중외제약은 서울대병원에서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내약성 등을 확인하는 임상 1상을 진행했다. 한양대병원·서울대병원 등 국내 14개 대형 병원과 함께 진행한 임상 2a상에서는 총 14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혈중 요산 수치의 감소 효과와 안전성, 용량 의존적 반응 등을 평가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URC102는 2017년 11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류마티스학회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은 파이프라인”이라며 “통풍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 결과 URC102의 투여 용량이 높아질수록 요산 수치가 낮아지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도 통풍 치료제 ‘LC350189’를 개발 중이다. LC350189는 요산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잔틴산화효소를 억제하는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이다. 올해 하반기 미국 보스턴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에서 임상 2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전임상과 임상 1상을 통해 1일 1회 복용에 최적화한 약동학적 결과를 입증했다”며 “반복된 약물 복용에도 간독성과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상승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기존 제품보다 더욱 높은 안전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4호(2019.05.13 ~ 2019.05.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