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진성 강한 고주파로 도심에서도 잘 안 터져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지난 4월 3일 세계 최초로 국내에 5G 서비스가 시작됐다. 시장은 예상보다 더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벌써 50만 명(5월 16일 기준)의 고객들이 5G 서비스에 가입했다.
현재 5G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갤럭시 S10 5G와 LG V50 씽큐(ThinQ) 모델(5월 10일 출시) 두 개 모델밖에 없고 이전 세대의 4G 롱텀에볼루션(LTE)이 10만 명의 가입자를 돌파하는 데까지 한 달여의 기간이 걸렸다는 점을 상기하면 시장의 반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과 달리 갤럭시 S10 5G 사용자들은 서비스 품질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장 큰 불만은 5G가 제대로 안 터진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5G 베타테스터냐”, “갤럭시 S10 5G는 테스트 폰”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 5G 사용자는 ‘베타테스터’인가
우선 5G 사용자들이 자신들을 베타테스터라고 치부하는 이유는 그만큼 5G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일본·중국 등과 함께 5G 서비스 상용화를 추진했던 한국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4월 3일 오후 11시 기습적으로 5G 서비스를 개통했다.
당초 개통 일정도 ‘세계 첫 5G 상용화’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서비스의 완성도보다 경쟁 국가의 개통 날짜에 따라 수시로 변경됐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당초 목표일이었던 3월 28일 개통돼야 했지만 갑작스럽게 ‘요금제가 완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4월 5일로 개통일이 변경됐다.
이 날짜 역시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이 4월 11일로 5G 상용화 일정을 발표한 것을 염두에 두고 잡은 날짜다. 하지만 버라이즌이 당초 예정된 4월 11일이 아닌 4월 4일로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소식에 한국은 기습 개통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문제는 5G 인프라가 온전하지 않다는 데 있다. 각 통신사의 5G망은 수도권과 전국 주요 도심에 몰려 있다. ‘5G 기지국 신고 장치 현황’에 따르면 4월 3일 기준 5G 기지국은 전체 8만5261개가 설치됐다.
이 중 서울과 수도권에 설치된 기지국만 따져보면 5만4899개(64.4%), 5대 광역시에 설치된 기지국은 1만8084개(21.2%)다. 5G 기지국 85%가 대도시에 집중됐다. 5G 전국망 구축에 필요한 기지국을 12만 개로 계산했을 때 SK텔레콤은 17.7%, KT는 18.9%, LG유플러스는 9.2% 수준의 5G 기지국 설치율을 나타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5G망이 잘 깔린 서울 번화가에서도 5G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건물 내부에서 신호를 온전히 잡지 못한다. 높은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해 무선 신호를 전달하는 5G 서비스의 특징 때문이다.
멀리 가고 건물 등에 의한 회절이 적어 상대적으로 멀리 신호가 닿는 저주파 대역(LTE 주파수)과 비교해 고주파는 신호 도달 거리가 짧다. 또한 고주파는 직진성이 강하다. 저주파처럼 주파수가 회전하거나 우회하는 성질이 약하다.
이 때문에 건물 내부나 지하 같은 벽으로 막힌 곳에서는 신호 전달이 약해질 수 있다. 결국 건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5G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LTE 때 사용하던 기지국 숫자보다 더 많아야 한다.
5G에서 LTE로 전환됐을 때 데이터가 끊기는 현상이 발생하는 점도 문제다. 특히 이런 문제는 지하철이나 기차에서 자주 발생하는데 주파수가 지속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반복적으로 통신 전환(5G→LTE)이 이뤄지면서 끊김 현상이나 장애 발생 등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원활하게 받지 못한다.
세계 첫 5G 스마트폰인 갤럭시 S10 5G의 성능도 아직 완전하진 않은 모습이다. 물론 현재 출시되고 있는 스마트폰 중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사항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통사와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S10 5G 출시를 목전에 둔 지난 2월부터 출시 직전까지 판교 스마트시티 내에서 5G 칩셋과 통신 장비 연동성을 체크했는데 이때 다수의 문제점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고 상용화에 큰 문제가 없는 수준까지 보완했지만 이통사와 삼성전자 측은 앞으로 통신사와 제조사 간의 통신 장비 연동성을 더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는 국내 둘째 5G 스마트폰인 LG V50 씽큐 모델도 비슷해 보인다.
다만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고 보완해야 하는지는 통신사와 제조사들의 극비 사항으로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해당 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들조차 아직 5G 서비스가 완전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5G 통신망과 관련한 실무에 참여하고 있지만 급하게 5G폰을 구매할 생각은 없다”며 “일러야 1년, 어쩌면 조금 더 후까지 기다렸다가 5G 생태계가 어느 정도 구성되면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 5G 생태계 망치는 이통사 마케팅
이처럼 아직 5G 생태계가 미비한 상황 속에서도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이유는 이통사들의 마케팅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5G를 지원하는 모델은 갤럭시 S10 5G와 LG V50 씽큐 5G 모델 두 개뿐인데 이통사들이 5G 유인을 위해 내건 추가 지원 혜택들이 모두 적용되면 실제 구매 시 비슷한 성능의 4G 모델들과 가격 차이가 없다.
오히려 LTE 스마트폰이 5G 스마트폰보다 출고가는 싸지만 실제 구입할 때는 더 비싸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시점에 따라 공시 지원금이 변동되기는 하지만 5월 셋째 주 갤럭시 S10 512GB의 5G와 LTE 스마트폰의 공시 지원금은 최대 4배까지 차이가 났다.
삼성전자 갤럭시 S10 5G 512GB의 출고가는 145만7500원으로, 공시 지원금이 78만원으로 가장 많은 KT에서 구입하면 67만75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반면 갤럭시 S10 LTE 512GB는 출고가가 129만8000원이지만 공시 지원금이 22만원에 불과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각각 갤럭시 S10 5G 512GB에 최대 63만원, 76만5000원의 공시 지원금을 제공하지만 갤럭시 S10 LTE 512GB에는 각각 21만원, 17만9000원을 지원했다. 같은 기간 동안 LG V50 씽큐 5G는 이통사들이 80% 가까이 가격을 인하하면서 20만원대에 풀어 가입자를 대거 유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이통사들의 지원금을 통한 5G 유치전이 5G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5G의 본질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얼마 동안 몇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느냐보다 성능, 즉 빠른 다운로드 속도와 낮은 지연시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소비자들에게서 나와야 하는데 이러한 이야기는 없고 오히려 가입자들이 5G에 대한 실망감과 불만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5G폰 제품 개발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지금 이통사들의 마케팅이 5G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비슷한 품목의 4G 스마트폰과 가격이 비슷하니 기왕 살 것이라면 5G 폰을 사라는 식의 논리는 필요가 아닌 강요”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강요로 산 사람들이 5G에 실망하면 오히려 5G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남을 수 있다”며 “나중에 지원금이 끊겼을 때 이들은 5G에 대한 성능의 우수성을 보지 않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5G 폰을 개발하면서 세계 최초, 최고의 기술력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었다”며 “아직 초기인 만큼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앞으로 더 기술을 발전시키고 보완해 나간다면 한국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5G 폰과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7호(2019.06.03 ~ 2019.06.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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