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재계 떠오르는 ‘네 마리 용’]
-다우기술, 콘텐츠·서비스로 영토 확장
-키움증권, 브로커리지 14년 연속 1위
다우키움, IT와 금융 투자의 성공적 융·복합…1세대 벤처 성공 신화 쓰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 15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명단을 발표했다.

다우키움은 사모투자 전문 회사와 투자 목적 회사의 증가로 자산 총액이 늘며 대기업집단으로 이날 신규 지정됐다. 회사 설립 33년 만에 다우기술과 키움증권 등 24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이 된 것이다.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와 신고 의무가 생기고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가 엄격히 제한된다.

◆1세대 벤처기업 다우기술이 모태

다우키움의 모태는 1986년 1월 김익래 회장이 설립한 다우기술이다.

다우기술은 1세대 벤처기업 가운데 몇 안 되는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IBM 등의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국내에 도입해 서비스하기 시작한 이후 국내 소프트웨어업계의 리더로 자리 잡았다. 기업의 전산화 구축을 위한 도구인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MS)를 국내에 처음 도입하고 이를 한글화하는 등 사업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회자되곤 한다.

다우기술은 1996년 미국 넷스케이프의 국내 사업을 인수해 인터넷 프로그램인 ‘네비게이터 3.0’을 시판했다. 이듬해에는 당시 인터넷상에서 고선명 비디오 화질을 구현해 주는 소프트웨어였던 미국 VDO넷의 ‘VDO라이브’를 국내에 독점 공급했다. 같은 해 읽기 전용인 기존의 CD롬 드라이브 대신 일본 디코가 개발한 기록 가능 저장장치 ‘CD-RW’를 국내에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창업 이후 소프트웨어 한글화 작업과 인터넷 솔루션, 전자 상거래, 시스템 통합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다우기술은 1997년 8월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2000년 자회사인 이머니를 통해 금융 포털 서비스를, 키움닷컴증권(현 키움증권)을 앞세워 사이버 증권 서비스를 시작하며 ‘정보기술(IT) 기반의 금융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다우키움, IT와 금융 투자의 성공적 융·복합…1세대 벤처 성공 신화 쓰다
◆시작부터 온라인에 특화한 키움증권

키움증권은 지점이 없는 ‘무점포 증권사’로 유명하다. 지점 중심 영업에 주력하던 다른 증권사와 달리 2001년부터 자체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 ‘영웅문’을 통해 주식거래 업무를 처리해 오고 있다. 온라인 특화 전략에 따른 저비용 사업 구조와 낮은 수수료는 개인 투자자들을 그러모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키움증권은 국내 최대의 온라인 고객을 기반으로 14년 연속 주식 위탁 매매(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 1위(올 1분기 기준 16.7%)를 유지 중이다. 상위권 증권사를 중심으로 비대면 계좌 개설과 주식 매매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도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좀처럼 내주지 않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 1분기 전년 동기(874억원) 대비 81.6% 급증한 158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깜짝 실적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증시 급락 등으로 220억원 정도의 순손실을 냈다. 적자 원인이던 주식 관련 자산 평가 손익이 올해 증시 회복에 따라 흑자 전환되면서 실적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키움증권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5147억원) 대비 42.8% 증가한 734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142억원) 대비 77.4% 늘어난 202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투자은행(IB) 부문에서도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특화 전략을 앞세워 코스닥 기업공개(IPO)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고 있다.

키움증권의 IPO 상장(코넥스 포함) 건수는 2016년 13건, 2017년 6건, 2018년 10건, 올 1분기 1건 등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이 같은 성과는 대형사들과의 경쟁에서 이룬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IPO를 검토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증권사의 명성을 유지 중”이라고 말했다.
다우키움, IT와 금융 투자의 성공적 융·복합…1세대 벤처 성공 신화 쓰다
키움증권은 자산 관리 부문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키움증권은 고객 자산을 운용·관리하고 금융 상품 마케팅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고객자산관리부문을 신설했다.

키움증권은 2007년 온라인 펀드 판매를 시작으로 2012년 리테일 랩어카운트 운용, 2014년 홀세일 랩어카운트 운용으로 금융 상품의 영역을 확대했다. 2016년에는 신탁업 인가를 취득해 금융 상품 비즈니스 기반을 더욱 강화했다. 키움증권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랩 잔액은 약 4조원, 신탁 잔액은 약 2조4000억원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고객자산관리본부 내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을 육성해 고객 자산 운용과 온라인 펀드 시장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2012년 삼신저축은행을 인수해 키움저축은행을 출범시켰고 2014년 우리자산운용을 인수해 키움자산운용과 함병하는 한편 지난해 키움캐피탈을 설립하는 등 ‘종합 금융 투자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다.

◆다우기술, 콘텐츠·서비스 등으로 사업 범위 넓혀

다우기술은 2005년 온라인 취업 포털 ‘사람인 HR’을 인수하며 온라인 콘텐츠·서비스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국내 취업 포털 시장은 사람인 등 상위 2개사가 전체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사람인은 지난해 월평균 순방문자 수(PC+모바일) 약 320만 명을 기록(코리안클릭 월간 방문자 수 기준)했다. 2012년 3월부터 취업 포털 통합 방문자 수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사람인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매칭 서비스를 선보이는 중이다. ‘사람인 추천’이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기업이 등록한 채용 공고와 구직자의 구직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특정 구직자에게 최적의 추천 공고를 개인화해 보여주는 형태다.

사람인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을 위한 ‘사람인 AI 지원자 분석’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AI가 채용 공고 조건과 지원자의 이력서에 기재된 역량 등을 실시간 분석해 채용 담당자에게 자동으로 가장 적합한 후보자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다.

사람인 관계자는 “채용 담당자는 서류 검토 시 지원자별 역량 분석 결과와 매칭률, AI가 뽑아낸 인재 추천 태그 등을 지원자 관리 메뉴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서류 검토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앞으로도 첨단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람인은 지난해 전년 대비 5.9% 증가한 861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2.1% 증가한 189억원이다.

◆키다리스튜디오, 지난해 흑자 전환

다우기술은 2011년 키다리스튜디오를 설립하며 콘텐츠 사업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다우기술은 당초 키다리스튜디오를 모바일 소셜 게임 전문 기업으로 키울 계획이었다. 자체 개발한 소셜 게임 ‘타이쿤시티’ 등을 선보이며 시장에 어필했지만 관련 시장 전반이 침체에 빠지면서 웹툰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키다리스튜디오는 2016년 웹툰 사업을 시작해 연간 70여 편의 타이틀을 만드는 국내 최대 웹툰 제작사로 성장했다. 2017년부터 운영 중인 웹툰 플랫폼 ‘봄툰’과 프랑스 웹툰 사이트 ‘델리툰’ 등이 성과를 내고 있다.

키다리스튜디오는 넷플릭스처럼 타이틀을 직접 제작해 봄툰과 델리툰 등 자체 플랫폼을 통해 공개한다. 자체 제작한 웹툰을 코미콘 등 타사 소유 플랫폼에 판매하기도 한다.

봄툰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로맨스와 판타지물 등 감성적 스토리를 선보이는 웹툰 플랫폼이다. 2030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유료 회원 200만 명 중 90%가 여성이다. 봄툰 월매출은 2017년 7월 인수 당시 2억원에서 지난 4월 기준 10억원으로 급증했다.

델리툰도 월매출도 4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키다리스튜디오는 델리툰의 지분 40%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작품 수급과 서비스 개발·운영·마케팅 등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키다리스튜디오의 지난해 매출은 봄툰과 델리툰 등의 매출 증가로 전년 대비 37.1% 증가한 19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억6695만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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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래 다우키움 회장, ‘벤처 DNA’로 온라인 주식거래 시대 이끌어
다우키움, IT와 금융 투자의 성공적 융·복합…1세대 벤처 성공 신화 쓰다
김익래 다우키움 회장은 195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 영어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IBM과 무역회사 등을 거쳐 1981년 국내 1호 등록 벤처인 큐닉스의 설립에 참여했다. 2인 경영 체제로 5년여간 큐닉스를 운영하던 김 회장은 1985년 말 회사를 나와 이듬해 1월 컴퓨터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다우기술을 설립했다.

김 회장은 다우기술 창업 후 수익 창출을 위해 PC 운영체제(OS) 유닉스의 한글화 작업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고(故) 정몽헌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사장을 직접 만나 유닉스 한글화 프로젝트를 따내는 데 성공했고 이후 다우기술은 흑자로 돌아섰다. 자신감을 얻은 김 회장은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MS) 등 외국산 유명 소프트웨어의 한글화 작업에 매진하며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잘나가던 다우기술도 1990년대 말 외환위기는 피해 갈 수 없었다. 이른바 ‘벤처 거품’이 사그라지면서 수많은 회사가 줄줄이 문을 닫았다.

김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임금을 15% 삭감하는 등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다우기술을 비롯한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전략경영실장으로 권용원(현 금융투자협회장) 당시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 산업기술개발과 과장을 영입했다. 전 임직원이 합심해 내실을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이자 재무 상황이 점차 호전되기 시작했다.

위기를 극복한 김 회장은 곧바로 신사업을 구상했다. 제2의 도약을 위해 금융 사업 분야에 진출하기로 마음먹었다. 회사의 강점인 온라인 특화 서비스를 앞세운 ‘점포 없는 증권사’를 모토로 2000년 2월 키움닷컴증권(현 키움증권)을 설립했다.

김 회장은 신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다우기술의 경영을 김종환 삼성SDS 전 전무에게 맡겼다. 서울 강남 대치동의 당시 다우기술 본사 대신 옛 여의도 대한투자신탁 빌딩 18층에 자리했던 키움증권 사무실로 출근하며 관련 현안을 챙겼다.

김 회장은 키움증권에서도 ‘벤처 DNA’를 강조했다. “빠른 의사결정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키움증권은 경쟁사 대비 월등한 정보기술(IT)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며 온라인 증권거래 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신사업이 안정세에 접어든 2009년 다우그룹 전략경영실장을 거쳐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을 맡고 있던 권용원 사장을 키움증권 대표로 임명했다.

권 전 사장은 지난해 2월 금융투자협회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지점 없는 온라인 증권사 키움증권을 증권업계 11위(자기자본 기준)에 올려놓았다. 키움증권은 주식 위탁 매매(브로커리지) 분야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부터 ‘이현 체제’를 가동 중이다. 이현 키움증권 사장은 1957년생으로, 서강대 철학과 졸업 후 조흥은행(현 신한은행)과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근무하다 2000년 키움증권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이 사장은 키움증권이 2012년 삼신저축은행을 인수해 출범한 키움저축은행의 수장을 맡아 회사를 안정화하는 데 기여했다. 적자였던 키움저축은행을 2013년 흑자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2014년 키움증권이 우리자산운용을 인수해 출범한 키움자산운용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키움자산운용은 합병 후 운용 자산이 70% 이상 불어나며 단숨에 5위 규모의 종합 자산 운용사로 뛰어올랐다.

한편 김 회장은 ‘오너 2세 경영’ 체제를 염두에 두고 경영 수업을 진행 중이다. 다우키움의 벤처캐피털 계열사 키움인베스트먼트는 김동준 다우데이타 전무를 지난해 3월 12일 대표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김 회장의 외아들이다. 1984년생으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해 근무하다 2011년부터 다우키움 계열사인 사람인HR과 이머니·다우기술 등에서 근무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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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9호(2019.06.17 ~ 2019.06.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