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사업 강화·인도 스판덱스 공장 설립…2019년 영업이익 1조 재도전
속도 내는 효성 조현준 회장의 글로벌 경영
(사진)조현준 효성 회장이 중국 상하이에서 2018년 10월 열린 ‘인터텍스타일 상하이 2018’에 참석해 섬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효성 제공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지난해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조현준 시대’ 개막을 알렸던 효성이 올해 4개 사업회사들의 수익성 회복을 앞세워 영업이익 ‘1조원 클럽’ 재입성에 도전한다. 전략의 중심은 스판덱스·타이어코드·시트벨트 등 세계 1위 제품을 앞세운 신시장 개척이다. 기존 베트남·중국 중심에서 인도는 물론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까지 적극 공략 중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일찍부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999년 해외 생산 기지로는 처음으로 저장성 자싱에 스판덱스 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차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2010년 전 세계 스판덱스 시장 1위 기업으로 올라섰고 글로벌 시장의 약 35%를 차지하며 10년째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후 베트남을 주력 제품의 복합 생산 기지로 삼고 해외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육성하고 있다. 베트남이 글로벌 시장 공략의 최적지로 부상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일괄 생산 체제 구축을 통한 생산 효율 극대화와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장기 전략을 수립해 선제적으로 투자했다.



효성의 베트남 사업부문은 스판덱스·타이어코드·스틸코드를 생산하기 시작한 후 생산 시설을 확대해 2014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2조원을 기록했다.



베트남 타이어코드 공장 역시 세계에서 유일하게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스틸코드·비드와이어 등 3대 타이어 보강재를 한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효성첨단소재의 타이어코드는 2004년부터 15년 연속 세계 일류 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내구도와 안전성을 위해 들어가는 섬유 재질의 보강재다. 효성첨단소재는 미쉐린·굿이어 등 글로벌 메이저 타이어 업체들에 타이어코드를 장기 공급 중이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45% 이상이다. 2000년부터 19년째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로컬 고객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 지역의 경제성장에 따라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며 타이어코드 수요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은 베트남 중부 광남성에 신규 타이어코드 생산 설비를 구축하며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여 나갈 계획이다.



또한 효성은 지난해부터 베트남에 글로벌 폴리프로필렌(PP) 수요 증가와 특화 제품 생산에 대응하기 위해 액화석유가스(LPG) 저장탱크와 PP·탈수소화(DH) 공정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PP 시장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재생 칩 공급이 줄어들면서 순정 칩(virgin chip)에 대한 수요가 증가세에 있다. 베트남 공장이 완공되면 효성의 PP 생산능력은 연간 120만 톤 수준으로 기존 60만 톤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PP 설비는 올해 말, DH·LPG 관련 설비는 2020년까지 완공될 계획이다.



특히 조 회장은 6월 19일 한국을 방문한 브엉 딘 후에 베트남 부총리와 만나 베트남과의 상호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조 회장과 단독 면담을 진행한 후에 부총리는 재무부·투자기획부·중앙은행 등을 관할하는 베트남의 경제 컨트롤 타워로 사실상 효성과 베트남의 전략적 관계를 확인한 셈이다.
속도 내는 효성 조현준 회장의 글로벌 경영
(사진)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를 생산하는 효성 베트남 법인 공장 전경./효성 제공


◆인도 공업지역에 1억 달러 투자



효성은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고 13억 인구의 인도 내수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인도는 세계 2위 인구와 함께 매년 7% 이상 성장하는 신흥 시장이다. 2030년에는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스판덱스 시장 역시 데님·란제리·스포츠웨어·기저귀 등의 수요가 늘어나며 2012년 이후 연평균 16% 이상 성장했다.



효성은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에 1억 달러(약 1184억원)를 투자해 올해 말까지 스판덱스 공장을 건립하기로 합의했다고 6월 14일 밝혔다. 마하라슈트라 주는 인도 중부에 있는 대표적인 공업지역이다.



효성은 마하라슈트라 주 공장에서 연간 1만8000톤 규모의 스판덱스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효성은 인도 스판덱스 시장점유율을 현재 60%에서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인도 스판덱스 시장은 2020년까지 연간 2억 달러(약 237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티앤씨가 만드는 스판덱스는 명실상부한 ‘세계 1위’ 품목이다. 스판덱스는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고부가가치 기능성 섬유다. 원상태보다 5~7배까지 늘어나고 원상 회복률이 97%에 이를 정도로 탄성을 유지할 수 있다. 여성용 속옷과 수영복에서 정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의류 제품에 쓰인다.



효성의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는 차별화 라인업을 갖추며 프리미엄 스판덱스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크레오라를 비롯해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 세계 일류 상품에 17년째 이름을 올린 흡한속건사(洽汗速乾絲 : 땀 흡수가 빠르고 몸을 늘 쾌적하게 유지해 주는 기능사) ‘에어로쿨’ 등 효성의 프리미엄 섬유는 첨단 기술의 결정체”라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술력으로 거대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효성은 에어백·시트벨트 원사 등 자동차 소재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2011년 독일의 에어백 직물 제조업체인 GST(Global Safety Textiles)를 인수하며 독일·루마니아 등 유럽과 중국·미국·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효성첨단소재의 원사를 적용해 에어백 원사부터 원단·쿠션까지 수직 계열화에 성공하며 에어백 직물 분야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효성은 타이어코드뿐만 아니라 에어백용 원단, 자동차용 카 매트를 비롯해 탄소섬유 등 자동차용 소재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효성을 비롯한 4개 사업회사(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중공업·효성화학)의 2019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9116억원으로 집계됐다. 각 사별 예상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주)효성 1805억원, 효성티앤씨 2434억원, 효성첨단소재 1798억원, 효성중공업 1666억원, 효성화학 1413억원 등이다.



각 사별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 역시 고루 견조한 모습이다. (주)효성은 전년 대비 25.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고 효성티앤씨(+11.5%)·효성첨단소재(34.1%)·효성중공업(56.1%)·효성화학(29.4%) 등 4개 사업회사들 역시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이르지만 업황 개선 여부와 일부 신사업 성과에 따라 충분히 1조원을 넘볼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효성은 2016년 영업이익 1조16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영업이익 1조원 클럽 입성에 성공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6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이를 위해 4개 사업회사로 분할한 이후의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분할 당시 조현준 회장은 “효성은 지주회사 (주)효성과 신설된 사업회사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명한 경영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며 각 사별 독립 경영 체제 강화와 이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1호(2019.07.01 ~ 2019.07.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