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국회 상임위원장 배정을 두고 ‘쪼개먹기’ 구태가 여전하다.

자유한국당은 3일 의원총회를 열어 1년 전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 때 합의한 대로 상임위원장직을 1년씩 쪼깨 맡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이종구 의원이, 보건복지위원장는 김세연 의원이 맡는 것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국토교통위원장 자리는 합의하지 못했다.

예결위원장의 경우 5일 김재원 의원과 황영철 의원 간 경선을 통해 정하기로 했다.

박순자·홍문표 의원이 위원장을 1년씩 맡기로 한 국토교통위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7월 의원총회에서 박 의원에게 전반 1년 동안, 홍 의원에게 후반 1년 동안 국토교통위원장을 맡기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이 “위원회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위원장을 당장 내줄 수 없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홍 의원이 반발하면서 갈등을 겪고 있다.

국회엔 16개 상임위원회가 있으며 국회법상 위원장의 임기는 2년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때 여야 모두 일부 상임위 위원장을 1년씩 쪼개 맡기로 했다.

의원들에게 감투를 늘려주기 위해 국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기획재정위원장에 중진 의원 2명을 배치해 1년씩 나눠먹기로 했다.

인기 없는 여성가족위원회를 선호도 높은 행정안전위원회와 엮어 두 의원이 1년씩 교대로 위원장을 맡게 했다.

한국당은 자신들의 몫인 7개 상임위원회 중 5곳을 1년씩 나눠먹기로 배정했다.

이런 위법은 18대 국회 때부터 시행돼 왔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회의 주재, 의사일정 결정, 법안 상정 등 의정활동을 하는데 핵심적인 보직이다.

그만큼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현실은 전문성은 팽개치고 상임위원장 자리를 ‘전리품’ 처럼 여긴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미국과 영국과도 뚜렷하게 대비된다.

미국은 다수당이 해당 상임위원회 경력이 가장 오래된 의원을 위원장으로 추천한다. 상원 상임위원장은 임기가 6년이다.

그런만큼 탄탄한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은 ‘위원회 배정위원회’ 에서 각 당이 추천한 상임위원장·위원 후보들의 전문성을 꼼꼼하게 따져 수용 및 거부 결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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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1호(2019.07.01 ~ 2019.07.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