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판매 중이던 이모티콘이 한 일본 작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일본 작가는 이와 관련한 법적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무역 전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일 정도로 양국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카카오가 이 같은 문제에 부닥쳐 더욱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부터 카카오프렌즈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일본 내 캐릭터 사업 확대에 집중해 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작가와 계약 시 책임 소재 명확히 해야”
이번에 도마 위에 오른 이모티콘은 지난해 2월 카카오 이모티콘 스토어에 출시된 ‘띵동의 즐거우나루’다. 또 다른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서 2016년부터 판매 중이던 일본 유키 가나이 작가의 ‘슈퍼 하이 스피리츠 캣’과 그림의 형태나 구도가 흡사하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내에 수많은 이모티콘이 존재하는 만큼 유키 작가는 최근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측 관계자는 “금액과 같은 소송의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현재 두 작가가 서로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현재 해당 이모티콘의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아직 저작권 침해 여부를 최종 판단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두 작가 간 합의가 이뤄지거나 공신력 있는 기관의 판단에 따라 상품 재판매나 금지 등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아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일본 작가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작가의 이모티콘이 누가 보더라도 비슷해 카카오에 불리해 보인다”며 “카카오 측도 이모티콘 판매를 통해 각 작가들과 일정 부분 수익 분배를 하고 있는 만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이모티콘과 관련한 저작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에도 ‘무시맨’이란 이모티콘이 일본 인기 만화 ‘데스노트’를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카카오는 판매를 중단했다.
당시엔 조용히 넘어갔지만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불똥이 튀어 카카오의 일본 현지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거듭해서 이모티콘과 관련한 사건이 터지자 카카오도 내부적으로 추이를 지켜보며 대책 마련이 한창이다.
그간 카카오는 이모티콘 입점 시 여러 단계에 걸쳐 저작권과 관련된 사항을 확인해 왔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절차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갖고 있는 ‘윤리, 비즈니스, 저작권 필수 지침 가이드’를 보강해 작가들에게도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단순한 가이드라인 강화 방침만을 통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카카오는 약 10명으로 꾸려진 이모티콘 심사 조직을 두고 있는 가운데 매일 수많은 신규 이모티콘들이 내부에 쏟아지며 판매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오근영 법무법인 창해 변호사는 “분쟁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모티콘 심사 조직을 시장 수요에 맞게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작가와 계약할 때 표절 시비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절차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3호(2019.07.15 ~ 2019.07.21) 기사입니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