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35호 (2019년 07월 31일)

유통 공룡들의 이유 있는 물류 강화

기사입력 2019.07.29 오후 02:26

[커버스토리=‘물류 혁신’이 세상을 바꾼다]

-롯데·신세계 대규모 투자 통해 IT 접목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구축 나서

올해 문을 연 롯데슈퍼의

올해 문을 연 롯데슈퍼의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클릭 몇 번으로 상품을 원하는 장소에 가져다주는 편리함은 온라인 쇼핑 확대로 이어졌다. 이런 추세는 유통시장에도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장 뚜렷한 특징은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상대적인 부진이다. 시간과 발품을 들여가며 물건을 구매하는 이들이 줄다 보니 대형 매장을 곳곳에 운영하며 수익을 내던 유통 대기업들 역시 어려움에 직면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롯데와 신세계 같은 유통 대기업들이 ‘물류 혁신’에 큰돈을 쓰며 전체 물류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있는 이유다. 


목적은 배송 경쟁력 확보를 통한 온라인 강화다. 최근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이 배송이기 때문이다. 조금 비싸더라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물건을 받기를 원한다. 아무리 상품이 경쟁사 대비 저렴해도 이런 니즈를 충족하지 못하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는 것이 현실이다.  


◆배송 무기로 성장한 쿠팡에 자극 


온라인 쇼핑의 강자가 된 쿠팡이 유통 대기업들이 물류에 집중하는 ‘자극제’가 됐다는 견해도 나온다. 쿠팡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유치한 돈을 물류센터 구축에 쏟아부었다. 그렇게 2014년 ‘이커머스’로의 변신을 선언함과 동시에 ‘로켓배송’과 같은 획기적인 배송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쿠팡이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지속적인 온라인 쇼핑 확대와 함께 빠른 배송을 무기로 한 쿠팡은 급격한 성장을 거듭했고 지난해 매출 4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외연을 확대했다. 지난해 거래액은 약 8조원을 달성하면서 전체 온라인 시장 규모(약 114조원)의 7%를 가져갔다.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향후 온라인 쇼핑 규모가 더욱 커졌을 때 미국의 ‘아마존’처럼 시장을 쿠팡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쿠팡도 이를 의식한듯 물류 강화를 계속 이어 가며 현재 전국 20여 개(42만 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구축, 온라인으로 대표되는 ‘신유통 시대’의 왕좌를 노리고 있다.


여기에 위기감을 느낀 전통 오프라인 유통 채널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도 그간 축적한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배송 경쟁’을 위한 물류 혁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재 롯데와 신세계가 진행 중인 물류 혁신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그간 운영하던 물류센터와 비교할 때 더욱 다양한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일처리의 효율을 높인 ‘온라인 특화 물류센터’를 구축 중인 상황이다. 보다 많은 상품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배송하기 위해서다. 


우선 롯데는 2014년부터 물류센터를 확충하기 위해 매년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 왔다. 그 결과 지금은 업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여 영향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예컨대 롯데슈퍼는 지난해 2월부터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행한데 이어 최근에는 ‘야간 배송 서비스’까지 도입하며 새벽부터 심야 시간까지 모든 시간대를 커버할 수 있는 배송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다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롯데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온라인 수요에 발맞춰 물류센터 시스템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롯데는 롯데슈퍼에서 운영 중인 온라인 전용 배송센터 ‘롯데 프레시’가 2014년부터 물류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3월 열여덟째 롯데 프레시를 경기도 의왕에 오픈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대거 도입한 새로운 형태의 ‘2세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주문 처리 시간 단축을 통한 생산성 증대와 주문 처리 정확도 등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런 특징을 반영해 이름도 기존 명칭에 ‘오토’를 붙여 ‘롯데 오토프레시’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운영하던 물류센터는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내부에 상주하는 직원들이 직접 ‘바구니(Port)’에 담았지만 오토프레시는 다르다. 


사람이 상품을 찾으러 가는 것이 아닌 상품이 작업자를 알아서 찾아오는 고효율 창고 관리 시스템인 ‘GTP(Goods-To-Person) 피킹 시스템’을 통해 센터에 있는 ‘로봇’이 작업을 도와준다. 고객이 물품을 배송 받는 과정을 살펴보면, 주문을 받는 즉시 센터 안에 있는 로봇이 1차로 상온 상품을 바구니에 담은 후 벨트컨베이어 라인으로 옮긴다. 


이 과정에서 냉동 상품과 신선상품, 대형 상품이 순차적으로 바구니에 담기며 포장대로 이동해 검수 후 배송된다. 총 19대의 운반 전용 로봇이 초속 3.1m로 쉼 없이 움직여 실시간으로 상품의 입출고를 관리하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출하 가능 규모와 피킹(상품 선별 후 배송 바구니까지 담는 과정) 건수가 이전 대비 두 배 이상의 효율을 낼 수 있다”며 “근무 인원을 늘리지 않고도 지속적으로 불어나고 있는 온라인 배송을 처리할 수 있어 롯데슈퍼 온라인 채널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온라인 주문량이 많은 지역을 선별해 연내 오토프레시를 추가로 3개 더 만들 계획이다.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롯데의 최대 라이벌인 신세계도 온라인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잰걸음이 한창이다. 


올해 3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한 새로운 신설 법인 ‘에스에스지닷컴(이하 SSG닷컴)’을 설립하며 배송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청사진을 마련 중이다. 


◆업체 간 인수·합병 전망도 나와  


이런 신세계의 물류 혁신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 : NExt Generation Online Store)’를 통해 구현 중이다. 네오는 2014년 신세계가 경기도 용인(NE.O 001)에 국내 최초로 선보인 최첨단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다. 이후 2016년 김포에 둘째 네오(NE.O 002)가 문을 열었고 올해 연말에는 셋째 센터를 구축해 운영에 돌입하며 규모를 확대한다.


용인에 있는 네오에서는 하루에 1만3000여 건, 네오 김포센터에서는 3만1000여 건에 달하는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올해 오픈 예정인 네오(NE.O 003)까지 문을 열면 하루 평균 8만 건 정도의 상품을 배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오가 대규모 배송 물량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최첨단 물류 시스템 덕분이다. 네오는 고객이 필요한 상품을 원하는 시간에 받을 수 있도록 고도의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배송이 요청된 상품의 출하까지 약 80%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고객이 주문하면 네오의 중앙 관제 시스템(ECMS : Emartmall Center Management System)으로 해당 정보가 흘러들어간다. 


경기도 김포에 있는 신세계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경기도 김포에 있는 신세계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ECMS는 어떻게 하면 배송해야 하는 박스를 최적의 방법으로 분배할지를 계산해 작업을 배정한다. 배정이 완료되면 최첨단 고속 셔틀이 ECMS가 정한 순서에 따라 쉬지 않고 움직여 상품을 준비하고 고속 슈트를 통해 배송센터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DPS(Digital Picking System)’도 네오의 자랑거리다. 라면이나 즉석밥 등 고객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을 선별해 주는 시스템이다. 디지털 표시기 램프가 점등되면 작업자가 해당 상품을 배송 바구니에 집어넣기만 하면 돼 더욱 빠르게 담을 수 있다. 재고를 자동으로 보충해 주기도 한다.


이 밖에 상품을 알아서 정리하고 보관하는 ‘자동 재고 관리 시스템’, 신선·냉장·냉동 상품을 낮은 온도로 일정하게 유지해 신선도를 높이는 ‘콜드체인 시스템(Cold-Chain System)’ 등이 내부에서 작동한다.


최첨단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통해 신세계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 또한 롯데와 같다. 물류의 효율을 더욱 높여 온라인 배송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롯데와 신세계의 행보에 자극을 받아서일까. 최근 들어서는 물류센터 신설에 나선 유통 업체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올해 2월 ‘밴드프레시’를 선보이며 새벽 배송에 뛰어든 동원은 자체적인 온라인 유통 강화를 위해 올해 완공을 목표로 충북 음성군에 대규모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온라인 푸드마켓 ‘헬로네이쳐’를 인수하며 동원과 마찬가지로 새벽 배송에 뛰어든 BGF리테일도 물류 효율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경기도 광주시에 통합 물류센터를 구축한다고 공시한 상태다. 이 밖에 여러 기업들이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온라인 시장을 둘러싼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쟁탈전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자연히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원하는 시간에 정확하고 빠르게 배송을 진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물류와 시스템 유지에 드는 비용이 막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라인 몰에서 자체적인 상품의 할인까지 진행하고 있어 이들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의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 역마진으로 물건을 팔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견디지 못한 업체들이 결국 인수·합병(M&A)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런 상황을 의식이라도 한듯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하며 물류 혁신에 나서는 업체들도 나타나 눈길을 끈다.


홈플러스를 예로 들 수 있다. 온라인 사업 총력전을 선포하고 나섰지만 기존의 유통 업체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택했다.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는 경쟁사와 달리 각 매장별로 존재하는 적재 공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처럼 기존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해 험플러스는 ‘당일 배송’을 더욱 확대한다. 기존의 하루 배송 건수는 약 3만3000건인데 이를 12만 건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전국 140개 모든 점포를 각 지역별 ‘고객 밀착형 온라인 물류센터’로 바꿔 나가는 중이다.


현재 107개 점포의 온라인 물류 기능을 강화했고 2021년까지 모든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배송 확대를 위해 투입되는 인원도 기존 1400명에서 4000명으로 확대하며 신선식품 배송 차량도 기존 1000여 대에서 3000여 대로 확대한다.


물론 이런 전략은 홈플러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홈플러스는 경쟁사 대비 점포 후방 창고와 물류 차량 입차·출차 공간이 넓다. 과거 영국의 유통 기업 테스코가 운영을 맡았었기 때문이다.


테스코의 매장 건축 방식의 영향을 받아 적재 공간과 물류 차량 입출고 공간을 넉넉히 확보해 그간 매장들을 출점해 왔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별도의 리모델링 없이도 바로 물류 기능을 투입할 수 있다.


▶돋보기
<절대 강자 없는 온라인 유통시장>


유통 공룡들의 이유 있는 물류 강화



유통 대기업들과 쿠팡이 물류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며 배송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국내 온라인 시장의 현주소 또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여러 업체들이 경쟁 중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강자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거래액 16조원으로 추정되는 이베이코리아가 점유율(약14%) 1위로 추정되며 11번가․쿠팡․위메프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아마존이 점유율 약 50%를 차지하는 미국이나 중국(점유율 약 58%)처럼 절대 강자가 없는 만큼 물류 확대를 통해 시장을 공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현재 점유율 상위를 기록하고 있는 곳들 대부분이 단순히 온라인에서 일종의 ‘장터’만 제공하는 데 그치는 이른바 ‘온라인 중개 업체’들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향후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배송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더 커진다면 수혜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미국의 아마존만 하더라도 1994년에 문을 연 지 8년 만인 2002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공격적인 물류 투자와 함께 ‘낮은 가격→고객 유입→판매자 증가→제품 셀렉션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 전략으로 온라인 유통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며 얻어낸 결과다.


이런 시장 지배를 바탕으로 현재는 미국 전체 가구의 60% 이상을 연회비 기반 프리미엄 서비스 가입자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하며 이제는 규모의 경제를 구축했다. 국내 기업들이 저마다 ‘한국판 아마존’을 꿈꾸는 이유이기도 하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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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5호(2019.07.29 ~ 2019.08.0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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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8-05 10:26